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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장성무의 평양 25時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3-16 09:49:06  |  조회 6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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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내 교통지휘초소에서 여성 교통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 평양시내 교통지휘초소에서 여성 교통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북한 당국은 혁명의 수도인 평양의 하늘과 땅은 누구도 침투할 수 없도록 완전 봉쇄되어 있다고 큰 소리를 쳐댄다. 맞는 말이다. 먼저 평양의 공중 방어체계를 살펴보자. 평양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에 배치된 미사일 부대(일명 ‘로켓트 부대’)는 호위총국 소속으로 적 비행기나 미사일을 맨 처음으로 격추, 혹은 격파하게 되어 있다. 만약 이곳이 뚫릴 경우 평양 고사포 사령부 소속의 6개 여단의 무력과 삼석구역과 대성구역(금수산기념궁전 보위를 위해)에 배치된 호위총국 산하 고사포 및 고사총 무력이 버티고 있다. 적이 나타날 경우 85mm, 37mm를 비롯한 각종 포들과 4신 고사총들을 6개 구간으로 쪼개 여단별로, 대대별로, 중대별로 자기의 구간에 대고 무차별적으로 쏘아댄다. 이것을 조애사격 또는 교차사격이라 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하늘에 막을 쳐서 그 어떤 적의 미사일이나 비행기도 통과시키지 않아 평양에는 단 한발의 폭탄이나 미사일도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하늘 봉쇄이다.


 

육지 봉쇄는 현재 호위총국 산하 1개 경비 여단과 인민무력부 소속의 경무부에서 책임지는 초소가 담당하고 있다. 이중 봉쇄망을 구축해 평양에 개미 한 마리도 얼씬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 경비 초소들의 임무이다. 이렇게 평양시를 하늘과 땅 모든 곳에서 그 어떤 침입도 못하도록 강력한 경비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당사자가 바로 죽은 김정일이다.


 

평양 들어가는 골목에 이중 경비초소 설치

 

1990년대에 들어서서 루마니아 사태가 터져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하자 혼비백산한 김정일은 호위총국 규모를 대폭 늘리고 인민무력부에는 주지도 않는 최신형 무기로 무장시켰다. 그리고는 아예 호위총국 산하에 한 개의 경비여단을 만들고 평양시를 물샐틈없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양으로 들어가자면 앞에서 말했듯이 이중으로 된 경비 초소를 통과해야 한다. 북한의 많은 주민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이 초소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1995년 1월 어느 날, 갑자기 평양의 국가계획위원회에 볼 일이 있어 평양승인 통행증을 떼지 못하고 그냥 들어갔다 나오던 중에 벌어진 일이다. 사실 평양으로 들어갈 때는 엄격히 단속하지만 나가는 것은 거의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돌아올 때 담배 몇 갑을 넣고 떠났다. 아무 생각 없이 동북리 초소에 도착한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증명서 검열을 당해 초소 안으로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초소에 들어가자마자 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야했고 신발창 밑에까지 몸수색을 당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100달러(1달러짜리 지폐 100장)를 주머니에 넣은 채 떠난 것이 문제가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한 장도 아니고 100장이 묶음채로 나오자 달러는 처음 구경하는지 희한하게 들여다보다가 무슨 큰 간첩이라도 잡은 듯이 달러 출처를 캐며 취조를 하기 시작했다.


 

경비초소에 걸려 줄행랑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달러 출처를 캐기 시작하면 그 끝이 안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이때 제일 좋은 것이 뭐겠는가. 돈이고 뭐고 줄행랑치는 것이 상수가 아니겠는가. 경비 전화로 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옆방으로 간 틈을 이용해 기회를 엿보다 도망쳤다. 초소를 나와 밭으로 난 외딴길로 허둥지둥 달아나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곳에도 이동 초소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까 단속했던 그 초소 군관이 한 무리를 단속해 마주 오는 것이었다. 아차, 하지만 뒤돌아설 수 없었다. 태연하게 마주 걸어가자 그 초소 군관이 “엉? 어떻게 된 일이야?”, “예, 처리 받고 가는 중입니다.”, “그래? 그럴 리가 없겠는데…하여간 같이 들어가 확인해보고 가라.” ‘아차, 글렀구나’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예”하고 대답하고는 재빠르게 돌아섰다.


 

다행히 그 초소군관이 단속해오던 사람들을 데리고 오느라 약간 뒤처졌다. 이때다 싶어 냅다 줄달음질치기 시작해 초소와 다른 쪽인 마을길로 들어섰다. 한참 달리던 나는 이곳이 더는 빠질 수 없는 외골목임을 깨달을 수 있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에 띠는 화장실부터 뛰어 들어갔다. 자그마한 창구멍으로 내다보니 양쪽에서 10여 명이 넘는 군인들이 헐레벌떡 오는 것이 보였다. “이 놈이 수상하다 했는데 역시 간첩임이 틀림없어.” 이들이 화장실 옆을 지나며 뱉은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잘못 걸렸구나, 도망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졸지에 간첩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수상한 사람은 모두 간첩

 

좀 있으니 “야, 저기 화장실부터 좀 살펴봐” 하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거기서 나와 무작정 아무 집에나 뛰어 들어갔다. 마침 그 집에는 할머니 한 분만 계셨다. “저 마실 물이 있으면 좀 주세요.”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할머니, 인민반 회의 나오래요. 간첩이 도망쳤다나 봐요.” 더 망설일 틈이 없었다. 그 집에서 나와 올려다보니 마침 집을 새로 지었는데 부엌이며 온돌을 놓지 않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발견했다. 그곳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천장까지 해놔 다행히 그곳에 간신히 몸을 숨길 수 있었다.


 

한 5분쯤 됐을까.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몇 명이 내가 숨은 그 집에 들어왔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어디로 빠졌을까? 벌써 저수지를 건널 리는 없는데? 하긴 그곳에 가봤자, 특수구역이니 곧 잡힐 수밖에 없을 테니까…그나저나 우리가 꼭 잡아야 할 텐데….” 그때서야 난 이곳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특수 지역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쪽은 대남연락소(신상옥 감독 수기에 나오는 초대소가 있던 곳) 연락원들이 머무르는 곳이고, 또 다른 한쪽은 저수지로 가로막혀 있는 그곳에 들어가면 다른 곳으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곳이었다.


 

천장에서 꼼짝도 않고 꼬박 세 끼를 굶고 추위에 떨고 나니 잡히든 말든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살금살금 밖으로 나와 가던 중 울타리를 발견했는데 무작정 넘어가보니 메추리공장 안이었다. 마침 운전수가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을 발견해 같이 거들어 주면서 슬그머니 물어보니 이제 수리가 끝나면 곧장 용성 쪽으로 들어간단다. ‘그래, 이 차를 타고 나가다 빠지면 되겠군’ 하고 잠시 생각을 굴리고 있는데 마침 시동이 부르릉 걸렸다. 그런데 저쪽에서 나를 단속했던 그 초소 군관이 운전수를 부르며 이쪽으로 오는 게 아닌가. 나는 적재함에 훌쩍 올라타고 납작 엎드렸다. 알고 보니 그 초소군관은 나를 잡으러 온 것이 아니고 직장장하고 사업을 해서 메추리알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용성으로 가는 길에 자기 집에 메추리알을 가져다주라는 부탁을 하려고 운전수를 찾아온 것이었다.


 

결국 나는 평성으로 빠지지 못하고 다시 평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 후 공장에 연락해 보름 만에야 공장에서 보내 온 차를 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그 날 잡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장성무 평안남도 평성에서 출생해 9·19공장에서 자재지도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에 탈북해 같은 해 남한에 입국했다. 현재는 자유조선방송 부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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