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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人]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3-19 09:46:56  |  조회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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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는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1987년 한국에서 민주화 열기가 한창일 때 한국으로 배낭여행을 왔다가 민주화 운동을 직접 목격했다. 그렇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벡 대표는 이후 한반도 문제 연구에 천착해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가 됐다.

2007년 국제위기그룹 서울 사무소 대표를 끝으로 한동안 한국 밖에서 머물렀던 벡 대표는 최근 아시아재단 한국사무소 대표(임기3년)로 서울에 복귀했다.


 

벡 대표는 “김정은 정권은 현재 안정돼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면서 “김정은은 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벡 대표는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북한문제는 별로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시아 재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시아 재단에서 진행 중인 대북 사업은 어떠한 것이 있으며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시아 재단은 국제개발관련 재단이지만 싱크탱크 역할도 맡고 있다. 따라서 독립적인 국제관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로는 국제개발 재단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한국전 이후 재건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한 바 있다. 1950년대에 외교안보연구원을 세우는 것을 도와주고, 새 서울대 캠퍼스(관악) 설계에도 도움을 줬다. 또 우리가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은 신문용지 지원이었다. 그리고 수십만 권의 서적을 한국에다 보내주는 작업도 했다. 우리는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과 협력해 개발사업을 도왔다. 1980년대 한국이 민주화가 되면서 우리는 정치발전에 초점을 옮겼다. 아시아 재단은 비민주 국가들과도 협력을 하고 있긴 하다. 현재 버마에도 서적을 보내는 사업을 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법치주의, 1990년대에는 시민단체, 여성단체 창립 지원, 2000년대에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아시아 재단은 한국에서 사업하는데 약간의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우리는 개발지원기관이다. 그러나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에서 모두 성공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미션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가 찾은 새 미션은 한국을 도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의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제 아시아 재단과 한국은 동등한 파트너이다. 아시아 재단의 1년 예산은 100만 불 가량인데 절반이 한국에서 지원된다. 그리고 ‘아시아 재단의 한국 친구들’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홍구 전 총리가 이사장이고, 한승주 전 장관 등 전직 고위급 인사들이자 나의 버클리대 선배들이 이사진으로 있다. 아시아 재단의 한국 친구들은 외교통상부나 한국개발연구원 등에 우리 재단을 연결시켜줬다. 우리의 업무 중 90%는 한반도 외에서 발생한다. 우리의 작업 중 상당수는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한반도 내에 있는 10%의 업무는 북한에 대한 것들이 많다. 1999년 이후 약 660만 불 어치인 17만3000권의 서적을 북한에 보내왔다. 우리가 책을 보내는 곳은 김일성 종합대학교, 평양과학기술대학교 등 북한 내 주요 대학교들이다. 우리의 미션은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에 책을 보내는 것은 일종의 대북개입(engagement)이라고 할 수 있다. 책보내기 사업은 우리의 가장 큰 대북 사업이다. 따라서 수년에 한 번씩 아시아재단에서는 평양을 방문해 사업 진행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에도 평양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번째 주요 대북 사업은 북한 전문가들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작년에 12명의 북한 대표단이 스탠포드대를 방문한 적 있었다. 우리는 조용히 일하려 했지만 이것이 외부언론에 알려진 것이었다. 이들은 실리콘 밸리, 월스트리트, 구글본사, 시티은행을 방문했다.”


 

-북한을 방문한 적 있나?

 

“북한을 네 번 방문했다. 북한을 가장 최근 방문한 것은 2007년이었다.”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세습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가?

 

“북한 상황에 대한 나의 평가는 현재 안정돼 있다는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도 안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평가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정권이 수주, 수개월내로 붕괴할 것이라는 그의 전망은 완전히 틀렸다. 차 교수가 북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그렇게 이해를 못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 북한에 불안정성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러나 세습이 결국 성공할 것이냐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북한 정권이 가까운 시일 내에 붕괴할 조짐은 없다.”


 

-북한 붕괴의 조짐은 무엇인가?

 

“지난주에 김정은이 암살됐다는 루머가 중국에서 돌았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루머가 환타지라고 본다. 북한 정권은 한 개인보다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을 바라볼 때 현실과 희망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현재 북한의 파워엘리트들 모두가 만족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일정정도의 숙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3대세습이 안정적으로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모두 권력투쟁을 거쳐 정권을 잡았다. 그 과정은 하룻밤사이에 일어나지 않았다. 김정은 역시 자기 권력을 공고화해야 한다. 브루스 커밍스는 ‘김정은의 얼굴을 앞으로 오랫동안 봐야 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는데, 나는 그렇게 오래 김정은 정권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차 교수의 전망보다 커밍스 교수의 전망이 현실에 더 가깝다고 본다.”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을 시도할까?

 

“김정은은 개혁개방을 꼭 해야만 하고 또 시도할 수 있다. 개혁개방이야말로 북한에 남은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개혁개방은 결국 정권에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이 맞닥뜨리는 딜레마이다. 정권에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 경제개혁을 하는 것이다. 2012년은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한 해이다. 강은 있지만 성은 어디 있는가?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지만 경제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경제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는다. 개혁개방을 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이 자기 권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28, 29세짜리 젊은이가 그러한 수준의 자신감을 가졌다고 믿기 힘들다. 나는 진심으로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선택하길 원한다. 그것이 북한에 번영을 가져다줄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언제 그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가까운 미래에 남북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 보는가?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필요성과 한국에서의 선거 사이의 관계를 감안할 때, 김정은은 누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지 기다리려 할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1년을 기다리고, 한국에서는 새 지도부가 구성되고,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화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김정일도 집권 직후 몇 년간은 한국정부와 교류하기를 거부하고 기다렸다. 김정일이 햇볕정책에 반응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또 김정은이 자기 리더십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남한은 북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다. 미국이 아니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대화제의에 강하게 거부하는 것이 공격적이라고 보나?

 

“나는 미디어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hard line)하다고 묘사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매우 중도적이다. 문제는 한국의 대북정책이 아니라 바로 북한이다. 또 세습문제가 남북관계 문제의 기반에 깔려있다. 또 북미관계를 꼬이게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정권에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 중에 ‘북한이 손을 벌리면 나는 악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노 땡큐’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비핵개방 3000은 무의미한 정책이었나? 그렇다. 그러나 오바마나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남북, 북미관계의 악화의 이유는 아니다. 이유는 북한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 임기가 1년도 안남은 한국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취해야 하나?

 

슬프게도 대북정책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북한에 많은 돈을 주면 북한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나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지지한다. 북한 주민들이 지원을 제대로 받는다는 모니터링만 확실하다면 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에 교과서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내가 지지하는 것은 규율 잡힌 대북접근(principled engagement) 이다. 더 이상 악수를 하기 위해 20억 달러나 되는 현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 이러한 현금 지원은 결국 군부에 쓰일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이러한 조건적인 대북접근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직까지는 그런 조짐이 없다. 김정일이 죽기 직전에 북한과 미국은 협상에 거의 성공했었다. 김일성이 죽기 직전에도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1994년에도 거의 협상에 성공했을 때 북한의 지도자가 사망한 것이다. 북한이 타결되기 직전의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클린턴이나 부시 정부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악수를 위한 악수는 없다. 북한이 실질적인 양보를 하기 전에는 미국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북한이 맞서는 현실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서 실질적인 개선조치를 하지 않으면, 민주당 정부뿐 아니라 공화당 정부도 대북접근에서 개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에는 6자회담에서 의미 있는 대화가 없을 것이다. 불행히도 북한 내에서 뿐만 아니라 북한 주변에서도 현재의 현상유지가 계속될 것이다. 모든 당사자들이 현상을 타파하는 것을 불필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에서 북한요소, 북풍이 큰 역할을 해왔다. 올해에도 비슷할 것이라고 보나?

 

“아니다. 지난 대선과 올해 대선에서도 북한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주요한 이슈가 아니다. 북한이 전쟁을 협박할 경우에나 아마 유권자들이 북한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남한 유권자들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선 후보의 대북정책에 따라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나 북한 정권이 원하는 남한 정부는 어떤 정부인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북한 정권은 보수적인 남한 정부를 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보수정부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대화를 거부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아까 말했듯이 북한은 한국과 유의미한 대화를 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김정일은 서울에 답방을 하기로 했었다. 문제는 김정은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을 가질 것인가이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성격이 북한 정권의 생존에 중요하지 않나?

 

“그럴 수도 있다.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것이 더 명확해 진다. 북한에 가장 위협적인 정부는 대북접근을 추구하는 정부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라고 말할 때 나는 ‘돈도 달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것이 북한 정권의 딜레마이다. 북한은 돈이 필요하지만 개발지원도 필요로 한다. 현재까지는 남한과 중국만이 이러한 개발지원을 제공할 의사를 보여 왔다. 그 예가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확장돼 왔다.”


 

-중국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을 지지할 것이라고 보나?

 

“나는 중국이 대북지원을 줄일 이유를 찾지 못한다. 2010년에 북중관계는 큰 시험을 겪었다. 북한은 두 번이나 강한 도발을 했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취하지 않았다. 최소한 겉으로는 중국은 북한의 악행을 용서해줬다. 그리고 누가 새 북한 지도자가 되든지 중국은 북한을 지지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나?

 

“민주주의의 좋은 점은 누가 다음 정권을 잡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예언자가 아니다. 올해는 한국에서 보수세력에 있어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만약 한국에서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북한은 이 선거 결과를 대남접근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한국은 정상회담만을 위해 북한에 돈을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역시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답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남북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갈등이 있었다. 이것이 진보정부의 딜레마이다. 어떻게 북한에 현금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대북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에 현금만 준다면 악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남북교류까지 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현재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그리고 준비가 돼 있다고 해도 레임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학습효과가 있다. 이런 실수를 북한 정부가 다시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정은은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기다릴 것이다.”


 

피터 벡(45)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학사, UC 샌디에이고 국제관계 및 태평양연구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UC 샌디에이고 강사,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조사실장을 지냈고, 1994년에는 정재문 당시 신한국당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아메리칸대,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2007년까지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시아 사무소장을 역임했다. 부인이 한국인이며, 한국에 7차례 거주하고, 북한에도 다섯 번 다녀오는 등 대표적 지한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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