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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주의 해부하기] 나는 주사파였다(1)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3-19 09:52:14  |  조회 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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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부가 제시한 전대협내 4대 주사파 지하조직관련 증거물 일부.

 

한반도 땅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21세기 중반까지 해결해야할 과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다. 우리 민족은 70년 가까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경쟁해왔다. 북한은 집단소유와 계획경제를 기반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했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세웠다. 1980년대 후반 경쟁은 끝났다. 남한은 기적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고 굶주림에서 해방됐다. 국민은 자유를 얻었고, 정치적 지위도 높아졌다. 북한의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 사회주의의 이상은 무너지고 북한 주민은 김정일의 노예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당장은 수령의 노예가 되어 고통 받고 있는 2천400만 북한주민을 해방하고 북한 땅에 개혁개방과 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민족이 당면한 첫 번째 과제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로 남북사이의 이념과 체제, 경제와 문화적 격차가 줄어든다면 조국 통일을 실현하고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21세기가 우리 민족에게 안겨준 최종과제다. 우리 앞에 놓인 민족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독재를 제외한 7천400만 전 민족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종북주의 세력은 김정일 독재의 편에 서서 7천400만 민족의 단합과 북한의 민주화,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가 종북주의 세력을 경계하는 본질적 이유다.

 

종북세력에 대응하려면 지피지기해야

춘추시대 오나라 합려(闔閭)를 섬기던 명장 손무(孫武)는 병서에 이렇게 적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안다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종북세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더할 이유도 뺄 이유도 없다. 있는 그대로 종북세력이 걸어온 길과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책략을 세우는 것은 그 다음이다.

종북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경험을 직접 듣는 것이다. 특히, 그들의 의식과 정서의 밑바닥을 살피는 데에는 경험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믿는다.

필자는 대학시절에 종북주의 운동을 했다. 한국 사회를 북한식 사회주의 사회로 바꾸는 혁명운동에 뛰어들어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는 종북주의 운동의 규모가 가장 클 때였다. 가장 맹목적으로 북을 추종하던 때이기도 하다. 왜 종북주의 운동에 뛰어들었는지, 당시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종북주의 운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필자가 경험한 한도 내에서 털어놓고자 한다.

1989년 2월 말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갔다. 어떻게 대학생활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이미지는 딱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등록금 투쟁’, 나머지 하나는 ‘5월 광주’다.

1988년 정부는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실시했다. 그 이후 등록금 투쟁은 각 대학 학생회의 핵심 사업이 되었다. 학생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삭발한 머리에 붉은 띠를 질끈 묶었다. 붉은 머리띠 한 가운데에는 흰색 페인트로 ‘단결투쟁’이라고 적혀 있었다. 깡마르고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눈은 매섭게 빛났다. 그는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이 부당하니 등록금 동결을 위해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당시만 해도 가난한 농촌출신 대학생들이 많을 때였다. 필자도 섬진강 상류에 자리 잡은 가난한 전라도 시골마을 출신이었다. 손바닥만한 밭에 고추와 담배를 심어 겨우겨우 등록금을 대던 부모님을 두고 있었다. ‘등록금 올리지 말자’는 데 왜 반대하겠는가. ‘깻잎 팔아 학교 보냈는데 등록금 인상 웬말이냐’는 선배들의 구호에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학생들이 학교의 중요한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비로소 성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맛보았고, 묘한 통쾌감이 뒤따랐다.

 

‘5월 광주’의 영상 보고 소름이 돋았다

1부 순서가 끝나고 새내기 교육을 위한 비디오 상영이 이어졌다. 화면 속 형체는 잘 보이지 않았고, 잡음도 많았다. 여러 차례 복사를 거듭한 듯 했다. 그러나 내용은 이해할 수 있었다. 군인들이 맨 손으로 서 있는 어린 대학생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총을 등에 멘 군인 대여섯 명이 길에 넘어진 학생을 발로 밟고 걷어찼다. 군인들이 든 총 끝에는 대검이 꽂혀 있었다.

넓은 도로에 수십 명의 시민들이 손이 뒤로 묶인 채 일렬로 줄을 맞춰 엎어져 있다. 마치 사냥당한 멧돼지 같았다. 군인들은 어디에선가 계속해서 시민들을 데려왔고, 데려오는 족족 도로 위에 엎드리게 한 후 손을 뒤로 묶었다. 선배들은 이 일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넓은 체육관이나 강당 같은 곳을 찍은 사진도 있었다. 수십 개의 관이 줄지어 있었다. 태극기가 덮인 관 옆에는 관 속에 든 사람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열하고 있었다. 무겁고 슬픈 ‘오월의 노래’가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정처 없이 내딛는 허망하고 서러운 여인 내의 발걸음처럼 터벅터벅 흘러나왔다.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향기 머무는 날 / 묘비 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이유를 알 수 없는 설움이 돋았다.

잠시 후, 조용히 노래를 타고 총칼에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씩 둘씩 화면에 나타났다. 등에 총구멍이 난 사람의 사진이 보였다. 칼날로 얼굴과 목을 베인 여성도 있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장면에서는 눈을 뜨고 있기 어려웠다. 총 개머리판에 맞아 부서진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른쪽 두개골과 눈, 귀와 입이 개머리판에 맞아 떨어져 나간 사람도 있고, 눈알과 이빨, 코와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고 서로 피칠갑을 한 채 뒤엉켜 있는 사람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국도를 따라 등교할 때, 간혹 자동차에 치어 죽은 쥐나 고양이의 시체가 떠올랐다. 도로 위에 납작하게 으깨져 피가 엉겨 붙은 눈과 코, 손과 발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사람의 얼굴도 자동차에 치인 쥐나 고양이처럼 으깨질 수 있다는 사실에 끔찍한 소름이 돋았다.

 

‘오월의 뜻 이어받아 군부독재 타도하자’

화면이 바뀌었다. “광주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총소리를 뚫고 공포와 분노, 절박함과 다급함이 뒤섞인 찢어질 듯 날카로운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육 시간 내내 비디오 옆을 지키고 있던 한 선배가 말했다. 화면 속의 여성은 계엄군이 들어온 후 시체로 발견됐다고…. 가슴 밑바닥에서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울컥했다.

맨 마지막 장면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죽은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어린 아이의 얼굴. 그 슬픈 눈망울을 본 순간 눈꼬리에 걸려 그렁거리던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비디오 교육이 끝나고, 전두환 정권은 이렇게 수많은 민중들을 총칼로 죽이고 정권을 잡은 군부독재라고 선배들은 말했다. 2천명이 죽었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저 밑바닥 가슴 속에서부터 군부독재에 대한 분노가 조용히 일어서고 있었다. 선배들이 구호를 외쳤다. ‘청년이 서야 나라가 산다’, ‘오월의 뜻 이어받아 군부독재 타도하자’ 나는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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