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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좌담]“생계형 탈북에서 체제불만형 탈북 증가”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4-09 16:15:11  |  조회 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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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 탈북자 강제 북송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여타 사회적 이슈에 비해 아직까지 그 관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점점 그 여론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 북송 저지를 위해 미국 하원이 동참했다. 하원의원들이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한 것. 우리 국회를 참 부끄럽게 한다. 이들은 탈북자 강제북송 청문회를 개최한 데 이어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결의안을 통해 중국이 국제난민보호협약에 따라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탈북자를 경제적 이유로 불법 월경한 자로 자동 규정해온 관례를 중단하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탈북자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할 것 등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 왔던 탈북난민 문제 실태와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 북한인권과 탈북난민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왔던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편집자주

 

 

 

 

 

 

 

 

 

 

 

 

 

 

 

 

사회: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좌담: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일시: 3월 15일(목) 오후 3시
정리 강원철 기자
사진: 남궁민 기자
장소 월간 NK비전 회의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사회, 이하 안찬일)=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해외 탈북난민 실태에 대해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에는 해외 탈북자가 약 20만 명에 이른다는 실태조사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탈북난민 수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이하 김석우)=
공식 통계가 없으니까 추정치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대략 5~10만 명 정도로 봅니다. 체포와 송환을 피해서 중국 내륙으로 피해 숨어 들어간다고 합니다. 북한 정권이 체제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해 탈북자들에 대한 체포와 송환을 강화하고 있어 현재 전체적인 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난, 폭압통치가 지속되기 때문에 탈북현상은 그칠 수 없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하 오경섭)=최근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북한인권백서에 몇 가지 통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2005년 미 국무부에서 탈북자 규모를 추산한 것인데 98~99년에 탈북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2000년경에 7~12만 명으로 추정됐고, ‘좋은벗들’에서 2006년 6~7월에 국경에서 500km 반경에 있는 중국 동북 농촌지역의 현장조사를 진행했는데 탈북자 10만 명, 탈북자가 출산한 어린이 5만 명, 모두 합치면 대략 15만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국제위기감시기구에서는 다른 비정부기구 보고와 중국 현지인 인터뷰를 통해 탈북자 규모를 10만 명으로 추정했고, 가장 아카데미컬하게 조사 발표한 것은 미 존스홉킨스대 코트랜드 로빈슨 교수가 추정한 것으로, 2009년 동북 3성에 체류한 탈북여성과 그들이 출산한 아동을 각각 조사한 결과 탈북자는 약 5,688명, 여성은 4,737명, 여성이 출산한 아동이 6,913명이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최저로 산출했을 때 1만 명에서 1만 5천 명 정도이고요, 최대치는 15만 명까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갭이 매우 크죠. 때문에 이는 정부 차원에서의 정밀한 추정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제성호)=2000년대 초 중반만 하더라도 정부 내부 통계를 보면 3만 명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당시 NGO는 10만~20만 명, 90년대 후반에는 20~30만이었습니다. 중국은 1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2000년대 남북정상회담 이후 식량이 대량 지원되면서 탈북자 수가 감소했다고 하지만 2006년부터 경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식량 사정이 계속 좋지 않았기 때문에 탈북행렬은 계속되었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국경감시를 강화하고 철책을 치고 있지만 탈북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5만 명은 넘고 5~7만 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안찬일

▲ 안찬일

안찬일=그렇다면 ‘고난의 행군’ 시기의 탈북자와 지금의 탈북자는 탈북 동기나 성격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제성호=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연이어 수해가 났습니다. 먹을 문제가 절박한 문제였고, 의식주 해결을 위해 탈출했습니다. 그 후에는 대한변협의 2010년 조사를 보면 경제적인 요인도 있지만 정치적 요인, 즉 미래에 대한 불투명, 자녀들의 장래에 대한 걱정, 자유의 문제, 체제에 대한 염증 등이 생긴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정치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탈북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이죠. 또한 탈북 양상도 과거에는 한두 명의 개별적인 탈북이 많았지만 요즘은 집단적 가족탈북이 증가했습니다. 가족 중 한명이 탈북에 성공해서 한국에 정착하게 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핸드폰으로 연락해서 지원도 하게 되고, 적당한 시기에 남아있는 가족을 탈북시켜 한국에 데려오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87년 김만철 씨 가족도 있었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해상탈북이 증가하고 있어요. 작년에만 해도 6회에 걸쳐 70명이 넘게 해상탈북을 시도했습니다. 이렇듯 직접 해상을 통해 탈출하는 보트피플과 유사한 상황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다른 동기와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책임진 남자들이 많이 탈북했는데, 최근에는 여성탈북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성비를 보면 60% 정도가 여성입니다. 이처럼 여성탈북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경섭=‘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생존을 목적으로 한 탈북자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나왔다가 식량을 구해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중국에 가서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북한으로 다시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좀 더 낳은 환경, 즉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아보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탈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중국에 나왔다가 식량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정착해서 살기 위해 탈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들은 중국에서 살기도 하고 최종적으로 한국을 정착지로 선택하고 탈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북자 수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것도 사실인데, 그러나 수는 줄었지만 단순한 탈북이 아닌 북한 체제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살려고 하는 탈북이 증가했다는 것은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봅니다.


김석우=탈북의 양상이 변했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북한 체제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으니까 그런 경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겉으로 보면 모양이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말은 먹을 것이 없어 나왔다고 하지만 북한은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분류해서 적대계층은 함경도로 많이 보냈습니다. 그쪽에는 식량난이 심했을 때 배급을 안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식량을 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러니까 식량이 없어 나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정치적 박해를 받은 사람들이 오지로 밀려와서 식량을 못 받으니까, 굶어 죽게 되니까 탈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굶어 죽게 됐다는 것은 정치적 박해에서 시작됐고 그런 상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밖에 나가서 중국의 발전상을 보게 되고, 외부의 정보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전에는 쌀만 구해서 돌아가면 됐지만 이제는 북한에서 사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살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즉 생계형 탈북보다 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거기서 고생하지 말고 나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용기가 없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겨 나오게 되고, 따라서 이들의 탈북행렬은 북한이나 중국이 더 강한 제재를 하더라도 막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안찬일=탈북난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탈북난민들에게는 어떠한 인권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탈북여성들의 인권 문제와 탈북고아 문제 등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경섭

▲ 오경섭

오경섭=탈북여성들은 북한에서 인신매매를 통해서 중국 남성들에게 팔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인신매매의 경우 중국 남성들과 결혼하거나 동거, 유흥업소에서 팔아 넘겨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강제 결혼한 여성들은 성폭행, 폭력, 중국 남성들의 음주나 도박으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 등 인권침해가 심각합니다. 그리고 배고픔과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 중국 남성들과 동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탈북하기 위해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에 나와서 중국 남성과 동거하는 과정에서 성적 학대, 폭력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도 많습니다. 자발적으로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팔려가서 강제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죠. 이처럼 탈북여성들의 인권 유린이 많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강제 결혼의 경우 탈북여성들이 비인간적인 생활, 빈곤, 구타를 못 견뎌 도망치다가 그 과정에서 체포되어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탈북고아들의 경우 중국 내에서 호구(戶口)가 없기 때문에 교육의 사각지대, 의료 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요. 우리 정부가 이런 탈북여성들과 탈북고아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민간기구와 협력해서 지원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성호=탈북자 전반의 공통된 인권침해는 신분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생명에 대한 위협과 체포, 강제 북송의 위협이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주거지가 없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자야 합니다. 그러니까 추위, 배고픔, 불안, 공포 등 심리적 고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성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성적 학대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를 낳고 살다가도 워낙 학대가 심하니까 가정이 파탄 나거나 도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이 중국 현지에서 취업을 할 경우 업주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임금 착취나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고, 공안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기 전까지도 비인격적인 폭력과 폭행, 금품 갈취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탈북아동을 보면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원래 북한 출신인 꽃제비가 있습니다. 이들은 교육 기회가 박탈되고, 의식주 문제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이들이 범죄 조직에 들어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어요. 또한 탈북여성이 중국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무국적 아동이 생기게 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탈북자들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이라고 봅니다. 무국적 아동도 3~5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석우=종합해서 말씀 드리자면 국제사회에서는 인간은 어느 환경하에서도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합법적으로 들어간 사람이 아니라도 이 이들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최소한의 의료보장이라든지 어린아이들에게는 교육, 이민자들일 경우 언어, 종교 등 최소한의 인권 환경을 보호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크게 다치게 돼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체포될까 봐 병원에 못 갑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어머니가 탈북자라고 해서 호구도 못 만들고 국적도 없어요.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보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국적을 인정받아야 하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의료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은 아무런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탈북여성들은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어 있습니다. 탈북여성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중국인 남편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이를 양육하지 못해서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찬일=북한인권 및 탈북난민 문제에 대해 소위 진보진영은 예나 지금이나 침묵으로 일관해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제성호=
친북·종북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나 아픈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죠. 이들의 경우 북한이 식량난, 경제난에 처해 있기 때문에 많이 도와주자, 도와주면 인권 문제가 낳아질 수 있다는 논리로 가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북대결론에 이용당해 남북화해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인권 문제를 얘기할 때에는 남한에도 인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표현의 자유 제약과 국가보안법 문제를 제기합니다. 기본적으로 균형 잡힌 인권관이 상당히 결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향된 인권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친북좌파성이 있고, 먹을 문제 때문에 탈북하니까 식량 좀 과감하게 지원하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상당히 편향된 태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과연 진보입니까? 진보는 역사적으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는 ‘자칭 진보’지 진짜 진보가 아닙니다.

오경섭=우리 사회의 진보진영은 남북관계를 중요시 하는 식의 발언을 자주합니다. 남북관계를 잘하려면 북한 정권이 싫어하는 북한인권, 탈북자 문제 등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얘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권 문제를 남북관계의 종속적인 변수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즉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 정권을 자극해 남북관계가 안 좋아진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결국 탈북자 문제나 인권 문제처럼 북한 정권이 싫어하는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는 덮어 두고 넘어가자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인권 문제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관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명백히 분리해서 대응해 나가야 하고, 그런 관행을 만들어가지 않는다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일부 사람들은 북한과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결국 자기 조국을 배신한 사람들이라고까지 주장합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탈북자 문제를 접근하고 주장하면서 탈북자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김석우

▲ 김석우

김석우=저도 같은 입장입니다. 그들은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 근저에는 탈북자들이 북한 체제에 대한 배반자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과거에는 민주화를 위해서는 인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쳤는데, 현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진보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찬일=진보진영에서는 탈북 브로커나 기획탈북 문제를 지적하며 탈북난민 문제는 비도덕적, 비인도적 사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경섭=
진보진영의 경우 탈북 브로커나 기획탈북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탈북 브로커나 기획탈북이 생기는 문제는 북한 당국이 해외여행이나 이민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국경을 넘는 것을 범법행위로 취급하면서 강력하게 단속합니다. 최근에는 탈북자들을 무조건 사살하라고 김정은이 명령을 내렸다고 하는데 탄압 강도나 처벌이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주민이 탈북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브로커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탈북과정에는 시장논리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탈북을 하기 위해서는 경비대에게 뇌물을 주거나 브로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브로커 활동이 과연 나쁜 것이냐고 할 때 북한 주민들이 이동의 자유, 이민의 자유를 얻기 위해 브로커의 도움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긍정적인 순기능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진보진영이 진보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기획탈북의 부작용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북한 정부에게 비판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자기 국민의 이동의 자유, 이민의 자유를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은 북한 정권을 상대로 인간의 기본권을 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김석우=유엔난민협약을 보더라도 이동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 탈북사태는 그냥 잘사는데 탈북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폭압정권을 피해서 나온 것과 관련됩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체포하여 강제송환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목숨을 걸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머나먼 길을 떠나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이들은 지옥을 탈출하는 겁니다. 만약에 중국사회가 이 사람들을 난민으로 인정한다면 브로커의 도움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브로커는 필요한 존재입니다. 오히려 이들을 비난한 사람들 자체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획탈북 얘기가 나오는데, 언론에 보도된 사람들은 한국으로 들어오지만 5,000~8,000여 명은 북한으로 송환됩니다. 바깥세상에서 모르는 경우에는 다 잡혀 들어갑니다. 그러니 기획탈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성호=기획탈북이나 브로커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일차적으로 북한, 이차적으로 중국이 국제규범을 존중하면 발생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고 농업체제를 개선해서 식량을 증산하면 왜 탈북을 하겠습니까? 생활이 기본적으로 충족되면 탈북할 이유가 없습니다. 먹여 살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먹을거리가 있는데도 선군정치를 하기 때문에 군을 우선시하고 식량을 쌓아놓으니까 굶어 죽는 겁니다.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선군정치를 한다며 국방력 강화에 모든 예산을 쓰니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중국이 탈북자들의 자유의사를 확인해서 한국으로 보내주든지 정착지를 마련해서 미개발지역에 가서 살게 하면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탈북 브로커도 생기지 않을 겁니다. 기획탈북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할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브로커를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물론 여기에 역기능도 있지만 신변안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즉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안찬일=중국 선양 등에 체포되어 있던 탈북난민들이 북송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지금 북송된 탈북자들이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석우=
경우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고문을 당하고 강제수용소에 감금을 당하고 심하면 공개처형을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김정은이 특별명령을 내려서 이 기간 동안에 걸리면 삼족을 멸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탈북했던 사람들이 강제 북송되면 심하게 처벌을 당하고 처형되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중국대사관 앞에서 오늘로 하면 25일째인데, 북한인권단체 및 시민들이 탈북자를 강제송환하지 말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고 또 국제사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이 강제 송환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될 때 북한과 중국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살피게 될 것입니다. 강제처벌을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더 강화되어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노력을 보다 활발히 벌여야 합니다.


오경섭=강제 송환된 탈북자의 경우는 보위부 조사를 받게 되는데, 한국행을 시도한 경우 한국인을 접촉한 경우, 또 종교인을 접촉한 경우에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외 탈북자의 경우에는 노동단련대 생활을 거쳐서 고향으로 보내지거나 고향에서 추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보위부 조사과정과 노동단련대 생활에서 굉장히 많은 인권침해가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그 안에서는 극소량의 식사만 제공됩니다. 그리고 강제노동을 하기 때문에 허약해져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조사과정에서 구타나 고문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탈북자들 중에서는 강제송환 되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구타당한 상처나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중국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경우에는 강제낙태를 시킵니다. 총체적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제성호=김정은의 경우 탈북자 문제가 체제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조문 기간 중에 탈북한 사람에 대해서는 삼대를 멸족시키라고 한 것은 엄청난 연좌제입니다. 이것은 문명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중한 벌입니다. 북한에서는 탈북행위와 관련하여 ‘비법월경죄’라고 해서 통상적으로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대, 중하면 3년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경미한 탈북의 경우에는 처벌 기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중국에서 종교인을 접촉한 경우에 대해서는 반국가사범으로 취급하여 정치범수용소에 보냅니다. 최근에 남녀 탈북자들이 보위부에서 고문받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여성의 경우에는 보위부원이 중국 남자와의 성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봅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김일성, 김정일 사진 앞에서 맞으면서 계속 절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먹지 못하고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탈북한 사람에게 돌아온 것은 고문과 구타, 정치범수용소행뿐입니다. 주민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무능한 정권은 퇴출돼야 하는데, 여전히 버티고 앉아있습니다. 이것은 민족의 비극입니다. 이렇게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혹행위를 한 죄는 기록이 되어야 하고 끝까지 그 죄를 물어야 합니다.


안찬일=탈북난민 문제는 결국 중국 정부의 의지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데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에 대한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탈북난민들에 대한 강제 북송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경섭=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은 경제문제로 넘어온 불법월경자이기 때문에 난민 범위에 속하지 않고 유엔에서 논의될 문제도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인도주의 원칙에서 탈북자 문제를 처리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탈북자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유엔 시스템 내에서 처리하자고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유엔 시스템 상에서 논의하고 난민으로 인정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북한 정권과의 외교적 마찰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탈북자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게 되면 재중 탈북자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것 같습니다.


김석우=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게 되면 대량탈북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중국의 국가 이익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안전 보장에서 완충지대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용인할 수 없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 북한의 붕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탈북자들이 난민이 아니고 경제적 이주민이라고 얘기하는데, 탈북자들은 북한 내에서 적대계층에 속하기 때문에 식량배급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탈북하는 겁니다. 식량이 부족해서 탈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들은 정치적 박해를 받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난민지위를 인정해야 합니다. 현재 중국이 설명하는 논리는 형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북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성호=중국 내에서 탈북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대량탈북으로 이어지고, 북한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경우에 남한 주도의 통일로 연결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체제의 안정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막고 자신들이 동북아에서 누리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북송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북·중 동맹의 원활한 유지를 위해서 그런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은 일시적으로 월경한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려면 난민지위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난민신청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또 그런 경우에서 최종판정이 나올 때까지 강제 북송을 하면 안 됩니다. 고문 등의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북송을 강행하는 것은 중국이 인권 후진국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안찬일=과거 정부는 탈북난민 문제에 있어 소위 ‘조용한 외교’를 고집해왔습니다. 지금도 일부에서 탈북난민 문제는 중국과의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한 탈북난민 문제 공론화가 한중관계와 남북관계를 훼손시킨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석우=
과거 ‘조용한 외교’의 시작은 어떤 의미에서는 햇볕정책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면서 조용한 외교를 했고, 그 결과로서 일부는 자유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북한으로 끌려갔고, 심지어 강제처형까지 당했는데 그것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정부에게 난민조약, 고문방지협약, 인종차별철폐조약, 아동권리협약 등 중국이 가입한 국제조약 상의 의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겁니다.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G2 국가인데, 그런 나라가 스스로 지키겠다고 한 조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고 촉구하는 겁니다. 즉 중국이 지켜야 할 법적 의무를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거죠. 중국에게 은혜를 베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선도해야 될 큰 나라로서 스스로 가입한 인권법을 지키고, 조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이것을 명확히 할 때가 되었습니다. 만약 중국이 우리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탈북자들이나 우리 사회의 불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게 된다는 현실을 알려주는 거예요. 그것을 우리가 정공법으로 하자는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한중관계나 남북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건전한 한중관계를 위한 기틀이 될 겁니다.


또 남북관계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고집하는 것은 중국공포증에 빠지는 겁니다. 한중관계의 장래를 생각해보죠. 현재 중국은 군사대국입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입니다. 즉 정치대국입니다. 이런 대국이 인권을 자기 편한 대로 무시한다면 그 이웃국가 주민들의 마음이 편안하겠어요? 앞으로 중국 주변나라들이 편안하게 평화를 누리면서 살아가려면, 우리도 그렇지만 주변국들도 중국이 국제적인 규범, 국제법을 지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경섭=탈북자 문제는 그동안 조용한 외교로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기구나 국제사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한국 내에서도 강제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나 집회가 생겼다고 봅니다. 과거 정부에서 조용한 외교를 했는데, 그 기간에 북송된 탈북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탈북자 단속이 줄어들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북한에서도 강하게 통제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강제송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들은 최소 한두 번 이상은 강제송환을 경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얘기는 조용한 외교로 탈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해서 중국 정부가 난민협약을 지킬 수 있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게 필요하고, 북한 정권에게도 탈북자들에 대한 탄압, 인권침해를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만 탈북자 문제로 인해 한중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과도기적으로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탈북자 문제가 인류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시각에서 탈북자 문제 해결을 중국에 요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중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한중관계와 탈북자 문제는 다른 문제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성호=조용한 외교, 특히 양자외교가 한계에 부닥쳤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입니다. 과거에 김석우 차관님이나 저나 대학에서 국제법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제 스승님 중 이한기 교수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나라 국제법의 태두라고 할까요. 그분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약소국이 의지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국제법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60, 70년대에 약소국이었잖아요. 지금은 중견국가이고 G20 안에 들어갔으니 적어도 약소국은 아니죠. 그러나 중국이라는 큰 강대국과 상대함에 있어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국제법이고 국제규범이에요. 이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또 양자문제라고 하면 불쾌한 감정이 들 수 있으니까 국제규범에 의지하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해요.


왜냐하면 탈북자 문제나 북한인권 문제는 이미 국제이슈화 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협력 틀 속에서 해결하는 것이 지혜로울뿐더러 해결 가능성도 높여주는 겁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권침해 사실을 지적하고 이것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정하라고 얘기해야지 침묵하면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진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즉 단기적인 외교적 불편을 감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 큰 국익의 훼손을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탈북자 문제는 개인의 인권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중관계의 올바른 정립, 민족의 장래, 통일 문제로 보고 전반적인 구도를 생각하면서 정공법으로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찬일=끝으로 탈북난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제성호=
이번 북송문제를 놓고 국민의 무관심을 일깨우는 데 박선영 의원 등 여러 분이 활약하고 계십니다. 여러 인권활동가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남남갈등이 너무 심하잖아요. 이번 기회에 이를 해소하고, 국민들 대다수가 북한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국민 90%가 북한인권에 대해 얘기하면 북한도 부담을 느낄 겁니다. 그런데 국민이 분열되어 있고, 상당수가 인도적 지원을 하라고 하면 동력이 떨어지는 거죠. 이와 관련해서 언론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이 생김으로써 행동이 수반됩니다. 모금을 하든지 직접 NGO 활동으로 나가든지 이것이 중첩되면 새로운 역사의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아직은 우리의 힘이 미약합니다. 우리가 힘을 모아 좀 더 역량을 강화해서 민족의 문제, 인권 문제, 탈북자 문제 해결을 촉진해야 합니다.


오경섭=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시민사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서 탈북자 문제를 공론화하고, 중국 정부와 북한 정부를 압박하는 등 탈북자 문제 해결과 북한인권 문제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현재 재외탈북자들의 인권침해 상황이 매우 심각한데, 이들의 실질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강구해야 합니다. 또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문제도 대단히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결합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석우=두 분 말씀대로 우리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정부나 시민단체, 우리 모두가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큰 나라를 설득하려면 법적 근거가 가장 중요합니다. 난민조약, 고문방지조약, 인종차별철폐조약 등으로 중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저는 외교부나 관련부처에서 모든 조문을 카드형식으로 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적극적으로 설명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일처럼 여기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거죠.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하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정공법으로 바꾼 이후에 국제사회가 우리 주장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중국을 지속적으로 설득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실 우리 정부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진영에서 탈북자 북송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니까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시민사회진영이 탈북자 북송 반대 캠페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합니다. 현재 20여 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 이것은 굉장히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0년대 마틴 루터 킹이 “나는 꿈이 있다. 모든 인류가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당시엔 생각도 못했지만 40여 년이 지난 이후에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왔잖아요. 탈북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의 노력이 멀지 않은 시간에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다만 얼마나 빨리 목표를 달성하느냐인데 캠페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단축될 것입니다. 정의를 향한, 인간의 양심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하루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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