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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무의 평양25時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4-17 14:25:34  |  조회 5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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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4월 10일 평양에서 제27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열리고 있다. photo 연합

▲ 지난 2011년 4월 10일 평양에서 제27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열리고 있다. photo 연합
북한이 그토록 요란하게 떠들어왔던 김일성 생일 100돌을 맞는 4월이다. 김정일은 어쩌면 이 날을 맞이하기가 두려워 철부지 김정은한테 이 모든 짐을 슬쩍 밀어버리고 일찌감치 먼저 떠나버렸는지도 모른다. 생전에 김정일은 북한 인민들에게 2012년 4월만 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요란하게 떠벌여왔다. 핵을 가지고 세계 앞에 우뚝 서서 제국주의자들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고,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세상 부러운 것 없이 잘 살게 된다고 회의나 강연회, 생활총화 때마다 선전해왔다. 그런데 약속한 4월이 됐지만 여전히 인민들의 생활은 그 모양 그 꼴이다.

인민들은 이런 선전 따위를 믿지 않은 지 오래됐으니 실망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뭔가 기대하는 눈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걸 메워 보자고 각 단위별로 명절물자들을 챙기라는 지시를 내려보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인민들은 더 닦달질을 당한다. 선물을 안 줘도 괜찮으니 그냥 놔두기만 하라는 게 인민들의 간절한 호소다.

4월의 가장 큰 행사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인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올해도 어김없이 김일성의 100돌 생일잔치가 벌어진다. 태양절 행사 때 가장 성대하게 치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아닐까 싶다. 이 축전은 1982년부터 해외에 있는 예술인들을 초청해 김일성이 위대한 것처럼 요란히 선전하는 데 써먹어 왔다. 축전에 참가하는 외국 예술인들이, 얼마나 많은 북한 사람들이 죽을 고생을 하며 축전을 위한 준비 자금을 마련하는지를 안다면 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을까? 오죽했으면 북한 당국도 힘에 겨워 지난 2008년부터 격년으로 이 행사를 줄이고 인민예술축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아는 물론, 저 멀리 아프리카 나라들에게까지 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하는 해외 예술인들의 왕복 항공비와 체류비 등 일체 경비를 북한에서 대주는 조건으로 참가하니 말이다.

해외 예술인들이 이 축전에 참가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꼽히는 북한을 제 돈을 들이지 않고 관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세 한 번만 부르면 호텔보다 급이 더 높은 세계 정상들이 묵는 초대소생활까지 즐길 수 있고 상금까지 두둑이 받을 수 있으니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외국 예술인들, 김일성·김정일 만세 불러
북한 사람들 중에는 TV를 통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보다가 외국인들이 다짜고짜 김일성, 김정일 만세를 부르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을 것이다. 이 첫 테이프를 끊었던 사람이 아마 뚜르질료라는 페루 여가수일 것이다. 뚜리질료는 북한 인민들의 머릿속에 아직도 깊게 박혀있는 인물이다.

1985년인가 필자가 아는 친구가 이 봄 축전 안내원으로 동원되었는데 뚜리질료를 맡게 되었다. 이 페루 여가수는 나이가 좀 있다 보니 몸매도 퉁퉁하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조선말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데 내 친구가 기막힌 고안을 해냈다.

나중에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페루 여가수에게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라는 노래를 가르쳐주고, 노래를 부르고 난 뒤에 할 마무리 말까지 연출해 주었다고 한다. 뚜리질료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뒤, 감격해 흐느껴 우는 듯한 말로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 이젠 그만 쉬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공연을 마쳤다. 외국에서 온 여자 가수가 자신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르자 김일성은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했다. 그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서 본 김정일은 옆에 서 있던 일꾼에게 “저 가수를 당장 초대소로 옮기고 상금도 두둑이 안겨 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덕분에 내 친구도 덩달아 초대소생활의 기막힌 맛도 보게 되었고 자기가 짜낸 기발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되는지 배울 수 있게 되었단다. 물론 필자의 친구도 축전이 끝난 직후 총화 때 큰 표창과 함께 큼직한 선물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안내원 친구의 아이디어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남성 4중창단을 맡았을 때 더 빛났다. 이 4중창단은 만수대 예술단 남성 4중창이 불렀던 “최 영감네 평양구경”이란 노래를 전문가 수준 이상으로 기막히게 잘 불렀지만, 행사 주최 측에서 뭔가 아쉬운 감이 있다는 조언을 했다. 안내원 친구는 그때부터 뭘 보여줘야 할까 궁리하던 끝에 노래를 하고 난 다음에 만세 삼창을 부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바로 ‘부르키나파소 4중창 단원’에게 조선말 훈련과 함께 김일성·김정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

만세 삼창에 대접이 달라져
이 아프리카 사람들은 처음에는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더란다. 그래서 뚜르질료가 감동을 줘서 어떤 대접을 받았고, 당신들도 이것만 잘하면 다음 날부터 대접도 훨씬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 줬더니 아주 열심히 그리고 충실히 잘 따랐다고 한다. 친구의 아이디어는 다시 한 번 대성공을 거두었다. ‘부르키나파소 남성 4중창단’이 “김일성 대원수 만세”, “김정일 원수 만세” 삼창을 외치니, 관중석에 앉았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데 끝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이들도 그 다음 날로 초대소로 옮겨져 생활했고 축전이 끝난 이후에도 금강산과 묘향산 그리고 명승지들을 한 달간 더 관광하고 돌아가는 특혜가 차려졌다.

그 뒤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한 외국인들 속에서 만세를 부르는 사람,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주겠다는 참가자들이 많아졌다. 하도 서로 하겠다고 나서니 주최 측에서 심사를 해 선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희소성이 떨어지니 대접도 소홀해졌다. 그때부터 김일성, 김정일 만세를 부르면 받는 돈은 300달러가 고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TV에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방영할 때, 노래를 부르고 만세를 부르는 외국 사람만 나오면, ‘아, 저 사람은 또 300달러를 벌었군’ 하고 생각하며 웃음이 저절로 나오곤 했다.

외국 예술인들이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는 대가로 받는 대접은 모두 북한 인민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다. 평양교예단의 한 개 조는 아예 봄 축전준비를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순회공연을 몇 달간 하고 돌아와야 한다. 1년에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야 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피타는 노력을 했을지 상상해보라. 죽은 김일성의 생일잔치를 위해 살아 있는 인민들의 피와 땀을 짜내는 이런 미친 짓이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겠는가?

■장성무 평안남도 평성에서 출생해 9·19공장에서 자재지도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에 탈북해 같은 해 남한에 입국했다. 현재는 자유조선방송 부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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