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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종부주의 해부하기(5)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4-23 10:31:11  |  조회 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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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들이 반미시위용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친김정일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은 분단 조국의 청년이었다. 때가 되면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라는 징집영장이 날아들었다. 그들은 한국사회가 미제국주의 식민지라고 생각했다. 주한미군은 점령군이며, 국군은 미제국주의의 용병이라고 믿었다. 반미투사가 미제의 용병이 될 수는 없었다. 결의가 높은 일부 학생들은 군대 대신 차라리 감옥에 갔다. 어떤 학생들은 영장을 무시하고 도피했다. 또 어떤 학생들은 자신의 몸을 자해하면서까지 입대날짜를 미루고 또 미루었다. 특히, 신념에 따라 자신의 팔을 내리 치는 청년대학생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섬뜩함과 서글픔을 함께 느끼게 한다.

운동권들에게 입영영장의 의미는
‘끼기 기~익’ 단과대학 학생회 철문이 힘없이 열렸다. 철문과 벽 사이를 슬며시 비집고 들어온 것은 투쟁국장 경호의 얼굴이었다. 학생회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경호에게 날아들었다. 경호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여 날아드는 시선을 피했다. 뒤엉킨 현수막과 널부러진 대자보 더미를 넘어 느릿느릿 자리에 앉았다. 불안함이 내려앉은 어깨와 초조함이 묻어나는 눈빛. 때마침 학생회실 창문으로 길게 쏟아져 내리던 늦은 오후의 누런 햇살이 슬며시 사라졌다. 학생회실 공기가 어둡고 무거워졌다. 학생회장 준혁이 내던지듯 물었다.
“왜~에 또~오, 무슨 일인데?”
짜증과 걱정이 절반씩 섞여 있었다.
“…··.”
경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활처럼 등을 뒤로 젖힌 채 말이 없었다. ‘꺽~꺼거억’ 낡은 의자의 등받이가 신음 소리를 뱉어냈다. 구름에 가렸던 서산의 해가 창문 사이로 학생회실 안을 엿보듯이 다시 기웃거렸다. 경호가 들어오기 전에 비쳤던 햇살보다 은근하게 불콰해졌다. 경호가 뒤로 젖혔던 고개와 등을 펴며 준혁을 보았다.
“형”
“왜~에?”
“나아….”
“왜냐니깐?… 숙영이랑 헤어졌냐?”
“나, 영장나왔어요.”
“….”
“어제 아버지한테 전화했었는데, 영장이 나왔으니 집에 한번 다녀가라 하시네요.”
“언제 나왔데? 입영 날짜는 언제고?”
“3주 전에 나왔데요. 입영은 다음 주….”
“….”
침묵이 흘렀다. 경호에게 배달된 ‘군대영장’으로 늦가을 초저녁 학생회실은 싸늘해졌다.
“내일 저녁 6시에 ‘새뚝이’(풍물동아리) 방에서 보자. 민수야 너도 같이.”
둘에게 다짐을 받아두려는 듯 말끝을 올려 준혁이 말했다. 미세하게 메마르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같은 학번 또래 경호와 민수에게 약속 장소와 시간을 통보한 준혁은 학생회실을 나와 조직의 책임자가 사는 자취방으로 향했다. 학생회의 핵심 간부인 투쟁국장 경호를 군대에 보내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잔인한 쇠파이프를 보는 순간…
가로등 주위를 감싼 둥근 주황색 불빛 안으로 늦가을 안개비가 뿌옇게 달려들었다. 학생회관 지하에 자리 잡은 새뚝이 방으로 향하는 경호의 머리카락이 늦가을 밤비에 젖어 누덕누덕 했다. 차가운 밤비는 경호의 마음속으로도 스몄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추웠다.
새뚝이는 15년 전에 만들어졌다. ○○대학교에서 역사가 가장 긴 풍물패였다. 새뚝이 방의 크기는 60~70평. 웬만한 동아리 대여섯개가 차지할 공간을 독자치하고 있었다. 악기 연습실과 숙식을 하는 생활방, 그리고 회의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경호는 전기온돌이 깔린 생활방문을 힘없이 열었다. 준혁과 민수가 먼저 와 있었다. 민수의 얼굴에서는 걱정과 두려움이 묻어났다. 준혁의 표정에는 태연하려 애쓴 흔적이 비쳤다. 준혁이 앉은 자리 옆에 쇠파이프가 놓여 있었다. 경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경호는 짐작하고 있었다. 새뚝이 방에서 그들이 만나기로 한 이유를…. 반미전사가 ‘양키의 용병’이 될 수는 없었다. 하루 종일 ‘의연해야 한다’, ‘결의해야 한다’, 수백번 다짐했었다. 두려움이 담긴 민수의 눈을 보는 순간. 묵직하고 잔인한 쇠파이프를 보는 순간. 경호는 알았다. 하루 종일 되풀이 했던 그 숱한 다짐이 허망하게 녹아내리는 것을. 경호는 고통과 두려움, 총과 쇠파이프, 군인과 동지, 어머니와 애인 숙영이의 얼굴까지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온갖 상념에 어지러웠다. 신발을 벗고 장판 위로 올라가 준혁과 민수 앞에 앉았다.

“일단 입대 날짜를 몇 개월 미루자. 당장 올 학생회 사업을 마무리해야하고, 내년 단과대 학생회장과 활동가 조직 책임자를 경호 네가 맡아야 할지도 모르잖아.”

준혁은 의현하려고 애썼지만, 말꼬리에 묻어나오는 불안한 호흡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
경호와 민수는 말없이 느릿하게 고개만 주억거렸다.
“인문관 뒤 등나무 밑이 조용해. 팔을 돌려 아래쪽 가느다란 뼈를 위로 놓고 쳐라. 그래야 덜 아프고 잘 부러진다. 민수는 긴장하지 말고…. 한 번에 끝내라.”

한 번에 끝내야 돼 그래야 덜 아파
인문관 뒤 등나무 밑. 쇠파이를 쥔 민수의 손에는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학생회관에서 인문관까지 걸어오는 내내 팔의 힘이 땅에 줄줄줄 흘러버린 듯 했다. 오늘 하루 민수의 얼굴에는 웃음기도 장난기도 찾아오지 않았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반납한 민수의 식판에는 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민수와 경호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경호가 민수를 등졌다. 무릎을 꿇고 왼팔을 돌려 뻗은 후, 시멘트로 만든 벤치 위에 손목을 걸쳤다. 쇠파이프에 맞는 순간 팔이 밑으로 쳐지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민수의 얼굴과 겨드랑이, 그리고 쇠파이프를 쥔 손바닥에서 땀이 흘렀다.

처음이었다. 민수에게는. 동지의 팔을 쇠파이프로 내리 치는 것이. 전봇대처럼 무거워진 쇠파이프를 들어 올린 민수의 팔이 발발발발 떨렸다. ‘한 번에 끝내야 돼’, ‘그래야 덜 아파’ 그렇게 되뇌였다. 들어 올릴 때는 전봇대 같던 쇠파이프가 막상 내려치려는 순간에는 스티로폼 막대기 같았다. 경호의 팔을 부러트릴 수 없을 것 같이 가벼웠다. 민수가 ‘헛’하고 숨을 멈추었다. ‘퍽’하고 쇠파이프가 경호의 팔에 닿았다. 민수는 자신이 너무 긴장해 어설프게 내리쳤고, 그 때문에 팔이 부러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신 후, 한 번 더 내리 쳤다. ‘퍽’하고 쇠파이프가 경호에 팔에 두 번째로 닿았다. ‘으윽’하고 경호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민수가 다급하게 물었다.

“부러졌니? 부러졌어?”
“흐윽, 잘 모르겠어. 아아. 부러진 것 같기도 하고….”
민수는 흐느끼는 경호를 거의 업다시피 부축하고 학교 후문 쪽으로 가 택시를 잡아탔다. 대학병원으로 가는 내내 두 사람은 간절히 바랐다. ‘제발 팔이 제대로 부러졌기를….’ 진심으로 간절하게 팔이 부러졌기를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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