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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무의 평양 25時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5-15 10:12:10  |  조회 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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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공동사설에서 제시된 전투적 과업 관철을 위해 북한에서 제작한 선전 선동 그림

 

북한은 국제사회가 그토록 우려하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말렸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 실용위성이라며 4월 13일, 끝끝내 발사를 강행했다. 안하무인격인 북한의 이런 태도에 혈맹을 자랑하던 중국조차도 혀를 내둘렀고 러시아도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북한당국의 처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북한 당국은 미사일 발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농업에 도움이 되는 위성이라느니, 우주 이용에 대한 합법적인 권리라느니, 하는 따위의 별의별 변명과 강변으로 일관했다. 북한 내부에서도 거리곳곳에 미사일 발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 포스터를 붙이며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개는 짖어도 행렬은 나간다’
거리에 나붙은 포스터 중, 두 장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배경으로 인공기가 그려진 장거리 로켓이 지구 위로 날아가는 포스터다. 이 포스터에는 ‘우리의 미싸일 계획은 세계 평화와 안전의 담보이다’는 문구가 빨간색 글씨로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또 다른 포스터에는 ‘통일강성대국’이라는 구호를 쓴 기차가 달리고 있는 배경으로, 성조기 옷을 입은 개가 짖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개는 짖어도 행렬은 나간다’는 구호가 쓰여 있었다. 이 포스터를 그린 작가는 아마 미국이 발사 중지를 거듭 촉구하며 식량 지원까지 전면 중단한 조치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는 의미를 담으려고 한 것 같다.

나는 이 개 그림 포스터를 보면서 북한 인민들의 심정을 잘 담아낸 포스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며시 웃음이 나왔다. 북한 당국이 그토록 비사회주의를 하지 말라고 회의나 강연회에서 틈만 나면 말을 해도 또 단속과 통제를 아무리 강하게 해도, 북한 인민들은 개가 짖겠거니 하고 오히려 더 분발해서 당국에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한다. 장마당에도 나가고 국경지역에서는 밀수도 여전히 하고 있다. 당장 식구들이 굶는 판이라 하지 말라고 해서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수많은 북한 인민들은 당국의 선전과 통제를 ‘또 개가 짖겠거니’하면서 생존투쟁에 모든 힘을 깡그리 쏟아 붓고 있다는 말이다.

北, 자본주의 ‘개 같은 세상’으로 표현
개라는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상대방에 대고 욕을 할 때 ‘개’라는 단어를 빼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개’자만 갖다 붙이면 아주 훌륭한(?) 쌍욕이 돼서 그런지, 우리의 욕에는 유난히 ‘개’자가 많이 들어간다.

북한 당국 역시 부정적인 현상에 대해 선전할 때 ‘개’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개 같은 세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주민교양을 위해 만들어진 ‘개 같은 세상’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북한에서는 이를 기록영화라고 한다)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먹어도 보지 못한 희한한 음식들을 애완견에게 먹이고 우유나 초콜릿은 물론, 그것도 부족해 개의 발톱, 손톱까지 치장하며 알록달록한 옷까지 입혀서 거리를 활보한다. 애완견 전용호텔에서 개를 재우고, 개를 위해 전문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또 미국이나 서방의 이색적인 미식가들에 대한 장면도 기억난다. 이들이 열대밀림의 어느 전통 마을을 찾아 인디언들이 영양식으로 즐겨 먹는 초원에서 잡은 ‘들 빈대’를 산채로 밀가루로 반죽한 만두피에 넣어 먹는 장면을 볼 때는, 아니 저게 사람들이 맞나 싶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사람들을 키 순서로 일렬로 세워놓고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도’를 치면 지휘하는 사람의 흉내를 내는 사람이 제일 작은 사람의 뺨을 치고 ‘파’를 치면 4번째 키에 맞춘 사람의 뺨을 쳐대고 이렇게 피아노 선율에 맞춰 속도가 빨라지면 뺨을 때리는 속도도 빨라진다. 후반부 최절정을 연주할 때는 있는 힘껏 뺨을 쳐댄다. 맞은 사람의 눈에서는 눈물과 함께 피가 흘렀고 그러면서도 꼼짝도 하지 않고 그 매를 다 맞는 것이었다. ‘도’의 위치에 선 사람의 안경이 깨져서 날아가 버리자 관중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라고 웃는 모습을 봤을 때, 벌떡 일어 나 쳐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어쩌면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진짜 북한 당국에서 선전하는 말대로 ‘개 같은 세상’이 맞긴 맞구나 하면서 치를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양에서 애완견 바람 불어
세계 각국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들의 장면 장면을 따다가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그럴듯하게 편집해 만들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전혀 알 길이 없었으니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훗날 이곳에 와서 TV를 보니까 ‘도전 지구탐험대’ 프로그램에서 원시족 마을을 찾아간 연예인이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식생활을 함께 체험하는 것을 보면서야 그 ‘들 빈대’를 먹던 사람들이 이해가 됐다.

또 지금이야 ‘동물농장’ 같은 프로그램에서 별의별 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1970년대만 해도 북한 사람들은 애완견이라는 건 생각해 보지도 못하던 시절이었으니, ‘개 같은 세상’의 기록영화는 당국의 의도대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던 1980년대 말부터 평양에서도 애완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털이 하얗고 아주 자그마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말티즈’가 제일 먼저 들어왔는데 어떤 집에서는 새끼를 내어 1마리당 100달러씩 주고 팔아 큰 이득을 보기도 했다. 이게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저마다 집에서 애완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떤 재일교포 집에서는 열 마리도 넘게 애완견을 키워 돈재미를 쏠쏠하게 봤다.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순식간에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거리에 이따금씩 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나온 애완견이 한두 마리 나타나더니 어느 새 어딜 가도 보게 되는 흔한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쯤 되고 나니 당시 그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우리도 ‘개 같은 세상이 다 됐구먼’하고 야유를 막 던지며 쓴웃음을 지었다. 애완견을 반려자처럼 여기던 서방 세계 사람들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몰지각은 이렇게 간단히 깨지고 말았다.

김정일, 애완견에 수십만 달러 지출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애완견이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요즘에는 애완견이 너무 많아 돈도 안 되고 또 취미삼아 기르던 사람들이 싫증이 나서 개장수에게 팔아버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팔린 개들은 어떻게 될까? 애지중지하면서 맛있는 것만 먹인 탓인지 그 맛이 일품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애완견 개장국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한 때 부의 상징이었던 애완견이 맛의 상징으로 떠오르다니, 정말 사람팔자나 개 팔자나 알 수 없는 일이다.

개 포스터 이야기가 애완견 이야기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끝내야 할 시간이 다 됐는데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 생전에 김정일도 애완견을 끔찍이 여겼다고 한다. 김정일 일가가 애완견과 애완용품에 지출하는 비용만 연간 10~20만 달러라고 하던데, 이 소리를 북한 인민들이 듣는다면 정말 ‘개 같은 세상’이라며 얼굴을 붉혔을지도 모르겠다.

■장성무 평안남도 평성에서 출생해 9·19공장에서 자재지도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에 탈북해 같은 해 남한에 입국했다. 현재는 자유조선방송 부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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