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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北인권운동가 김영환 中 구금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6-07 10:03:17  |  조회 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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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가 주사파 운동권의 핵심이었지만 이후 전향해 북한인권·민주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영환(49)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 한국인 3명이 3월 29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국가안전위해죄’ 혐의로 랴오닝(遼寧)성 국가안전청에 의해 체포돼 두 달여 가까이 강제구금 되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국안. 성 단위는 국가안전청)는 국가정보기관으로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월 14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3월 29일 한국에서 출국한 김 씨가 한국인 3명과 함께 중국 대련에서 체포돼 50여일 가까이 강제구금 되어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정부의 조용한 해결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과 함께 체포된 한국인 3명은 유재길(44세), 강신삼(42세), 이상용(32세) 씨 등이다. 대책위 측은 “현재까지도 요령성 국가안전청은 한국인 3명에 대한 구금이유가 무엇인지, 이들이 지금 어느 지역, 어떤 장소에 구금되고 있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들 3인은 영사 접견이나 변호사 접견이 일체 허락되지 않고 있어서 현재까지도 신변안전과 구금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정부가 국제법을 준수하고 강제구금 중인 한국인들에 대한 대한민국 영사의 접견과 가족들의 면회를 즉각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 “정당한 영사 조력 받도록 中에 촉구”
김 위원 등의 구금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번 사안이 한중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중국 측은 4월 1일 김 위원 등의 구금 사실을 통보했다. 총영사관은 그 즉시 영사 접견을 신청했지만 거의 한 달여가 지난 4월 26일이 되어서야 30분가량의 접견이 허용됐다. 이후 김 위원 가족의 요구에 따라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으나 랴오닝성 국가안전청에 의해 거부당했다. ‘국가안전위해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경우 중국 국내법 규정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는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조사 당국은 또한 김 위원과 함께 체포된 한국인 3명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접촉을 철저히 막고 있다. 중국 측은 “한국인 3명이 영사와 면담을 원하지 않고 면접권 포기각서까지 썼다”고 주장하면서 이들과의 면담은 물론 전화통화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에 대해 5월 17일 김 위원의 모친 및 석방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정부의 역할은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며 중국과의 외교적 교섭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들의 빠른 석방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노력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 또한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만큼 비엔나 협약에 근거한 정당한 영사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중국에 촉구했다”고 김 위원 등의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 등에 대한 구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신병 처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형사소송법상 기소 전 조사는 기본 2개월에 상급기관인 최고인민검찰원 등 승인으로 5개월 연장 등 최대 7개월까지 가능하다”면서 “사안 자체가 상당히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한·중 관계를 감안해 ‘유죄 선고 후 추방’ 형식으로 김 씨를 돌려보낼지, 아니면 북한과의 동맹 관계를 우선해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 ‘중형’을 선고하게 될 것인지 중국 정부의 판단 여하에 따라 달렸다.

김 위원 표적…북한 배후설 의심
정부는 우선적으로 김 위원이 기소되더라도 ‘추방’ 형식으로 국내에 돌아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체포된 천기원 목사가 2002년 1심에서 1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다시 벌금형을 선고받고 ‘추방’된 전례가 있다. 김 씨에게 적용되고 있는 혐의를 ‘국가안전위해죄’에서 ‘타인 밀출입국 방조죄’로 강등시키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중국이 이미 김 위원에 대한 변호인 접견 요청을 거부하면서 국내법상 요건을 근거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결국 한국과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중국의 정치적 판단이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대책위 측은 그러나 중국이 김 위원 등에게 ‘국가안전위해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의 그동안 행적을 알고 있는 지인들 또한 ‘국가안전위해죄’ 적용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 대표는 “김영환 씨는 평소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이나 중국 지도부의 중국 현대화 노력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오직 북한민주화와 인권개선 관련 연구 활동에만 매진해온 김 연구위원이 중국 국가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최근 발간한 저서 『포스트 김정일』에서도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중국사회의 발전과정을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이번 사건에 북한 대남 기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랴오닝성 국안이 다롄(大連) 등에서 체포한 이들을 성도(省都)인 선양(瀋陽)에 구금하지 않고 북한 신의주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으로 끌고 갔다는 점에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이 두 번이나 접견해준 김 위원의 전향과 이후 행적이 눈에 가시처럼 여겨질 만하다. 대책위는 김 위원을 표적으로 한국 내 북한민주화운동 정황을 파악하려는 북한의 배후설을 의심하고 있다.

北 보위부 활동 무대 ‘단둥’에서 조사
김 위원과 동시에 체포된 한국인 3인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도 이러한 의혹을 부추긴다. 심양 총영사관이 이들 3인에 대해 영사접견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랴오닝성 국안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영사접견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랴오닝성 국안은 지난 3월 3일, 4월 1일자로 날인된 ‘포기각서’를 심양 총영사관 측에 제시했으나, 이 각서의 진위 파악을 위해 구금된 한국인들과 전화통화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심양 총영사관 측의 요청은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초동 심문과정에서 폭행 등 인권유린 행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랴오닝성 국안이 3명의 한국인에 대한 구금장소, 구금사유조차 밝히지 않는 상황이라 북한 대남기구 성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 보위부의 실제 개입 여부가 향후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당선자는 “중국이 김 씨를 중국의 반체제 사범처럼 다루는 것은 중국 외부의 압력이 존재하거나 요청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김일성까지 만났던 주사파의 두목이 자기 사상을 바꾸면서 김일성, 김정일을 타도하고 북한이 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북한은 김 씨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중국에 온 것을 확인하고 중국 당국에 체포를 요청하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또한 신의주 내부 소식통을 통해 얻은 소식이라며 대책위 측에 “신의주 보위부 반탐(방첩)조직에서 김영환 씨를 인계받아 자신들이 직접 조사하거나 북한으로 데려가는 문제를 중국에 요청했었다”는 정보를 전달했다. 최 대표는 “신의주 보위부에서는 심지어 김 씨를 체포하는 것 자체도 함께 하자고 주문했다”면서 “지금도 ‘평양의 지시’에 따라 김 씨를 자신들에게 넘겨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워낙 거물이라는 점을 우려한 중국이 한국 정부에 김 씨 구금사실을 곧바로 알려서 북한이 손을 못 대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북한 보위부 개입 주장이 제기되면서 김 위원 외 한국인 3인에 대한 인권유린이나 북한 보위부의 직접 심문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중 우호관계 훼손시키는 행위”
대책위는 김 위원 등의 구금이 장기화 되면서 국내외 인권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송환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유엔 ‘임의적 구금에 대한 실무그룹’에 이번 사건을 제기하기 위해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측과 협의하고 있다. ICNK는 최근 유엔을 통해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의 생사 여부에 대한 북한의 공식 답변을 이끌어낸 단체다. 유엔 청원서가 해당 기구에 접수되면 담당자들은 내부 토론을 통해 관련 문건을 만들어 해당 국가에 질의하게 된다. 김 위원을 구금하고 있는 중국은 90일 내에 ‘임의적 구금여부’와 고문 여부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대책위는 이밖에도 휴먼라이츠워치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 인권단체와도 김 위원 구금 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 중이다.

또한 국내 유력 정치인과 학자들을 대책위 활동에 참여시켜 본격적인 송환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5월 22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고문에 관한 특별보고관 제도’에 유엔청원서 제출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등 국제 인권 NGO와의 연대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기관 등과의 협조를 통해 김 씨 석방운동을 벌이겠다는 향후 계획을 밝혔다.

류근일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 중앙정부는 요령성 국가안전청의 불법행위 여부에 대해 신속히 조사해야 하며 김영환 씨와 한국인 3인을 강제구금하고 있는 행위는 한·중 우호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행위”라며 “유엔기구 및 국제인권단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본 사안을 국제적 차원에서 문제화 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방대책위는 이날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청원서’ ‘고문에 관한 특별보고관 긴급청원’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연합 등 인권선진 국가들의 정부와 의회에 ‘김영환 석방 촉구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19대 국회가 김 위원과 3인의 한국인 석방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촉구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김 위원의 석방촉구 결의안을 민주당과의 협상의제로 삼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중국 내부 정보와 사정에 밝은 중국인 변호인단을 선임하기 위한 모금활동도 벌일 방침이다. 한편 석방운동에는 김영삼 전(前) 대통령과 노재봉 전 국무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각계 사회지도층 인사 150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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