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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아동들 땀과 눈물로 완성되는 집단체조 ‘아리랑’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6-13 09:36:45  |  조회 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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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로부터 대표적인 아동 학대 사례로 비판받고 있는 아리랑 공연이 올해 8월에도 열릴 예정인 가운데 북한 당국이 참가자 선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러자 소학교(초등학교), 중학교(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공연단에서 자녀를 제외시키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리랑 공연은 훈련과 본 공연을 포함해 4, 5개월 동안 극심한 육체 훈련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강요당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뇌물을 주더라도 자녀들을 연습에서 제외시키고 싶은 것이다. 평양의 한 내부 소식통은 “부유한 부모들은 병원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고 아이들에 대한 진단서를 꾸민다”면서 “실제로 몸이 약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시골에 요양을 보내 선발 여지를 아예 없애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간부 계층이나 외화벌이 등으로 돈을 축적한 일부 부유층 자제들은 연습에서 제외되고 일반 가정의 아이들만 동원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김정일 사망으로 4월 초 공연 취소
북한 당국은 당초 김일성 생일(태양절) 100주년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4월 10일 아리랑 공연을 개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미국과 중국 여행사를 통해서도 지난해부터 4월 아리랑 공연 관람을 상품으로 내걸고 참관단을 모집했었다. 보통 8월에 개막됐던 아리랑이 4월에 개막한 것은 2002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서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으로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예년에 비해 큰 규모로 준비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작년 말 김정일의 사망으로 공연을 준비할 여력이 부족하자 3월 들어 갑작스럽게 공연 취소를 통보했다. 보통 공연 준비에 3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4월 공연 개막을 위해서는 늦어도 1월 중순부터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 애도시기와 맞물리며 공연 준비가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아리랑 공연은 김일성의 90회 생일인 2002년에 처음 선을 보였다. 2005년 두 번째 공연이 열렸고 2006년은 수해로 취소됐었다가 매년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아리랑 공연은 선군정치와 수령 독재를 찬양하는 체제 선전 일색의 내용뿐 아니라 공연에 참가하는 아동들에 대한 가혹한 훈련과 체벌, 학습권 침해 문제로 아동학대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인권단체 및 국제기구들은 북한 아동들의 아리랑 공연 연습 실태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심각히 위반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4월에 열리는 공연은 겨울 강추위 속에서 연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동상 등 부상의 위험도 크다. 더군다나 1년에 두 차례나 공연이 진행되면 연습에 동원되는 시간도 길어지는 만큼 고통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공연 연습 위해 1년 가까이 학습권 침해
북한은 모든 아동은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당사국이다. 협약은 또한 모든 아동은 경제적으로 착취당해서는 안 되며, 건강과 발달을 위협하고 교육에 지장을 주는 유해한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아동 수만 명은 아리랑 공연을 위해 1년 가까이 학습권을 침해 받고 군사훈련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훈련에 소집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아리랑 공연 준비 과정에서 평범한 아동들은 선수 수준의 정교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지독한 훈련을 버텨내야 한다. 발바닥이 갈라지는 신체적 고통을 포함해 영양실조도 속출하며, 구타도 가해지고 있다. 1년 동안 소변을 참다 보면 방광염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공연을 앞두고 6개월 정도는 오전에 수업하고 오후에 연습하지만 행사를 보름 정도 앞두게 되면 하루 종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이때 모든 수업은 중단되고 대신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8시간 동안 맹연습을 하게 된다.

18시간씩 연습…탈진해 실신해도 병원 못 가
아리랑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똑같은 동작을 쉼 없이 반복하는 연습을 해야 하며, 이런 과정에서 골절상을 입는 등 다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간단한 응급 처치만 가능할 뿐 훈련에 빠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기계체조를 하는 아이들은 몇 층씩 인간 탑을 쌓아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공연에는 유치원생들도 있는데 이들도 노래에 맞춰 수천 명이 한 동작으로 움직이고 일부는 마치 서커스단과 같은 줄넘기 묘기를 보여준다.

유치원생 전원은 체조선수처럼 제자리 물구나무 서기, 물구나무 돌기를 한다. 이런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어린 아이들은 수천 번, 수만 번씩 한 동작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 유치원생들도 군대 사열식에나 등장하는 발걸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발끝을 곧게 펴고 두 발을 지상에서 60cm까지 교차 차기 하는 것이다. 이 ‘교차 차기’는 한 발로 땅바닥을 힘껏 때리면서 그 반동으로 다른 발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하루 종일 차고 나면 내장이 온통 뒤틀리는 것 같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북한 대집단체조 ‘아리랑’ 참가할 어린이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photo 연합

▲ 북한 대집단체조 ‘아리랑’ 참가할 어린이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photo 연합

이 외에도 연습 때는 병원 구급차가 항상 학교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 여름에 훈련을 하면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학생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생기는데 이 학생들을 이송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증세가 심한 학생들만 병원으로 이송될 뿐 나머지는 현장에서 쉬다가 다시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연습 과정에서는 체벌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교사가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대신 아이들끼리 체벌하도록 유도한다. 교사가 자주 틀리는 학생을 꾸짖고 자리를 피하면 나머지 학생들이 발길질을 하거나 화를 내는 식이다. 동작을 틀릴수록 연습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도 눈치를 주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훈련에 불참하거나 꾀병을 부리다 발각되면 전교생 앞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되는 등 가장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진다.

참가 물품 자비로 구입해야
이 외에도 북한 당국은 아리랑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임시 조직들을 만들어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군대조직을 본 따서 중대, 대대, 연대 순으로 단위를 정하는가 하면 정치 분야와 행정 분야의 조직들도 만들어진다. 매주 공연 준비를 성실하게 수행했는가 등을 점검하는 주생활총화가 진행된다. 매달 정치 강연도 열려 아리랑 공연에 성실히 임할 것을 독려한다. 주생활총화에서는 아리랑 공연에 불성실하거나 불참한 사람들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 이어진다.

아리랑 참가자들은 순서에 맞춰 후방사업에도 참여해야 한다. 후방사업은 아리랑 공연에 참여하는 10만 명에게 간식 등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는 사업을 말한다. 소대나 중대별로 소속 단위 사람들을 먹일 간식인 꽈배기, 떡, 빵 등을 장만하는 것인데, 한 사람이 보통 30명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크다. 여름에는 후방사업으로 얼음과자(아이스크림)를 사다 날라야 할 때가 많고, 공연에 필요한 분장용 화장품을 마련하는 것도 참가자들을 압박하는 주요 후방사업이다.

행사복을 모방한 훈련복도 참가자 스스로 사 입어야 하며, 신발도 자기 돈으로 사야 한다. 초기에는 아리랑 공연 참가자들에게 선물이 지급되는 등 공연 참가에 따른 혜택이 주어졌지만 매년 선물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 공연이 처음으로 개최된 2002년에는 참가자들에게 아리랑 천연색(칼라) TV 1대, 아리랑 가방 1개, 아리랑 노트 10권, 만년필 1개, 시계 1개 등이 선물로 주어져 부모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나일론으로 만든 담요를 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체제 충성심 고취’에서 ‘외화벌이 수단’으로
아리랑 공연 기간에는 수백만의 북한 주민들이 공연 관람에 동원되기 때문에 생산 활동마저도 부진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기 위해 평양시민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기업소나 공장의 생산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평양시민들에게는 좌석 수를 채워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소속 대학, 직장, 인민반에서 관람표를 받으면 여자는 치마저고리, 남자들은 화려한 셔츠의 양복 차림을 하고 5·1일 경기장으로 가야 한다. 보통 공연 입장은 6시부터 시작되는데 끝나는 시간은 밤 10~11시다. 공연이 끝나면 버스나 괘도전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면 새벽 2~3시가 된다. 평양주민들은 2002년부터 수십 번에 걸쳐 그것도 옆면만 볼 수 있는 아리랑 공연 관람에 강제 동원되고 있다. 성실히 참여하지 않으면 소속 단위로부터 징계까지 받아야 한다.

북한은 내부 결속과 우상화를 위해 1980년대부터 김일성, 김정일 생일, 당 창건 기념일, 공화국 창건일 등을 4대 명절에 맞춰 집단체조를 실시해왔다. 수만 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공연을 보면 북한 체제에 대한 우월감과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높아진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아리랑 공연 또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주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열차나 버스 등으로 지방주민들을 평양으로 데려가 공연을 보여주고 평양관광을 시켜줌으로써 국가의 배려에 감사하도록 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은 중국, 미국, 유럽 등지의 여행사에 위탁해 아리랑 공연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공연 홍보와 초청사업 등을 전담하는 부서도 신설했을 정도로 관광객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각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아리랑 국가준비위원회는 해외동포와 남조선 동포, 외국인 초청 등 대외초청사업을 담당하는 분과를 구성하기도 했다.

지방까지 확대된 아리랑 공연
북한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 남한의 대북지원 단체 등을 통해 아리랑 공연 관람객 모집을 요청했었다. 일부 단체들은 북한으로부터 “관람객을 비행기 한 대에 꽉 채워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2005년 당시 남측에서만 7,000여 명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당시 방북 비용은 1박 2일 일정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00만 원가량이 들어갔으며, 이 중 남북 직항로 항공료 등을 제외하고 관람료, 숙박비, 교통비 등 55만∼60만 원이 북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북측이 남측의 아리랑 관람으로 벌어들인 현금 수입만 약 4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전부 달러로 북측에 지급됐다.

북한 당국은 2010년부터 아리랑 공연을 지방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지방 공연은 제목도 평양과 다르고 외화벌이를 위한 목적도 없지만 김 부자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위해 열리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2010년 태양절 행사 때부터 도당 선전부와 근로단체부 주도하에 아리랑 공연이 시작됐는데 평양 집단체조창작단 지도교원들을 초빙해 기술을 집중적으로 전수 받았다고 한다. 당시 청진시 포항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 수천 명이 동원됐다. 평양 아리랑의 참가자 규모가 10만 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습 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집단 체조의 지방 확산은 김정일의 지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9년 8월 김정일이 자강도에서 ‘자강도의 전변’이라는 집단체조를 관람한 후 만족감을 표시하며 “내년부터 지방 특성에 맞게 전국에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김정일 방침 관철 과업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집단체조가 진행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8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일요일과 국가명절인 8·15광복절, 9·9절, 10·10절 등에 공연이 진행된다. 관객은 평양과 마찬가지로 공장·기업소별로 조직된다.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각 지방에서 열린 집단체조 행사 당시에도 아동과 청소년들이 추운 날씨 속에도 연습에 내몰렸다. 4월 15일 양강도 혜산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 준비를 위해 2월부터 도내 소학생, 중학생들이 주로 동원돼 연습이 시작됐다. 양강도는 한반도에서 봄이 가장 늦게 오는 지역으로 2월에도 압록강이 꽁꽁 어는 한겨울이다. 혹독한 추위와 강도 높은 훈련 탓에 간부들은 6~10만 원씩 뇌물을 바치고 집단체조 연습에서 자식을 열외시켰다고 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굶어가며 연습”
당시 쌀 가격(kg)이 3천 원을 넘던 때라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부모들은 대부분 학교와 입을 맞추고 자식들을 병결(病缺)처리시켰다. 결국 내세울 것 없는 출신성분의 아이들, 부모가 가난한 아이들, 부모가 고지식한 아이들만 연습장에 남게 됐다고 한다. 내부 소식통은 “‘이번 공연 준비물은 자체로 해결하라’는 도교육청 지시로 배경대를 담당한 학생들은 자체로 ‘배경책’(카드섹션)을 만드느라 애를 먹었다”며 “율동조에서는 훈련강도가 너무 세서 코피를 흘리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하루 종일 추위에 시달리며 연습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면서 “동원된 학생들은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은 굶어가며 연습에 참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리랑 공연은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와 체제선전을 위해 주민들을 가혹하게 훈련시켜 내보이는 현대판 노예공연이다. 공연 관람 비용은 모두 정권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뿐 1년 내내 연습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아이들에게는 공연을 거부할 권리마저도 없다. 북한의 한 공연관계자는 아리랑 공연을 두고 한 이방인에게 “이 행사는 당신들 나라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며, 우리 국민들을 결집시키는 의지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수만 명의 아이들을 연습에 동원시켜 기계처럼 정교하게 만든 후 공연으로 내보낼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유례없는 3대 부자 세습이 이뤄진 북한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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