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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종북주의 해부하기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11-08 10:10:08  |  조회 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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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종북 세력을 주제로 강의할 때가 있다. 강의 말미에 질문과 토론 시간을 갖는다. 그때 청중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북한의 실상이 알려진 지금도 여전히 종북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은 왜 변하지 않는 것인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북한에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어가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민족민주운동진영이라는 이름 아래 활동했던 주사파 학생운동가들도 북한동포돕기 운동에 힘을 모았다.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활동했던 주사파 학생운동 세력에게 북한동포돕기 운동은 단순한 인도주의 활동이 아니었다. 사회주의 조국을 지키기 위한 사활을 건 투쟁이었다.

김일성 시체 영구보존할 때 300만 인민 아사
운명의 장난 같았다. 북한동포돕기의 열기가 뜨겁던 그 시점부터 주사파 학생운동, 특히 민혁당의 지도를 받고 있던 우리 지역의 학생운동은 빠르게 종북주의에서 벗어났다. 1994년 북한에서는 50만 명이 굶어 죽었다. 95년에 100만, 96년에 100만, 97년에 또 1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북한의 주식은 옥수수쌀이다. 일 년에 옥수수쌀 200만에서 250만 톤이 없어 100만 명씩 굶어 죽고 있었다.

대량 아사사태가 시작되던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다. 김정일은 아버지가 일하던 집무실을 무덤으로 만들고 금수산기념궁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일성의 시체를 미이라로 만들고, 금수산기념궁전을 조성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8억 9천만 달러였다. 당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산 옥수수쌀 600만 톤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600만 톤이면, 당시 3년치 식량 부족분이다. 300만 명을 굶겨 죽이지 않을 수 있는 돈이었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진실을 알았다. 김정일이 인민을 사랑하는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라, 아버지의 무덤을 만들기 위해 3백만을 굶겨 죽인 잔인하고 반인민적인 독재자라는 사실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北 아사자 만들었나?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진보운동의 근본정신에 충실하거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상식을 가진 사람은 김일성, 김정일의 뜻을 받들어 남한 땅에 북한식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는 남조선 혁명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활동하던 수많은 학생운동가들이 혁명을 포기하고 조직을 떠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혁명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은 것은 미제국주의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고립·압살 책동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미제국주의 타도 투쟁에 박차를 가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현실을 외면한 채 인민을 버리고 ‘독재자’와의 ‘의리’를 지켰다. 그때 나는 ‘이데올로기 맹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북한의 실상과 김일성, 김정일의 본질이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그들은 보지 못했다.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는 ‘이데올로기 맹인’이었다. 비록 소수지만, 이데올로기 맹인들은 지금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하나는 안타까움과 연민이다. 인민의 편이 아니라 독재자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진보의 길이 아니라 반동의 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어찌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독재자의 기만에 속아 입으로는 인민과 진보를 외치며, 손으로는 인민을 굶겨 죽이고 진보를 파괴하는 끔찍한 ‘혁명기계’였다는 진실을 깨닫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분노다. 그들은 자신을 부수고 죽이는 고통과 아픔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 인민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그들의 고통을 연장하는 반동적인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진보와 인민의 이름으로. 그것은 명백한 범죄다. 용서할 수 없다.

386세대는 변화했는가?
그래서 이왕이면 우리 민족이 건설한 북한식 사회주의를 남한 땅에 만들고 싶었던 것이 주사파 학생운동이었다. 그러나 북한식 사회주의는 껍데기만 남았다. 그리고 시대가 변했다. 전 세계 절반을 차지하던 사회주의 나라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급격한 시대변화에 사회주의나 북한식 사회주의를 모델로 했던 ‘진보’는 길을 잃었다. 또한 학생운동가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를 먹었다. 그들은 이제 적게는 30대 중반에서 많게는 50대 중반이 되었다.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등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들의 이념도 퇴색했다. 맹목적인 종북주의자를 제외한 다수는 주체사상을 사실상 버렸다. 남조선 해방을 꿈꾸는 지하혁명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들은 더 이상 종북 세력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386세대는 20대 젊은 시절에 받아들였던 세계관, 가치관, 역사관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주체사상은 버렸지만, 민족해방투쟁의 요체였던 반미의식과 감정은 고스란히 간직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회주의 혁명은 포기했지만, 한때 사회주의자였던 관성 때문인지 자유시장경제를 불신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진보라고 믿었기 때문인지 보수 세력에 대해서는 지금도 적대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혁명은 포기했지만, 그 혁명사상과 이론에서 비롯된 3대 정치 강령이었던 반미자주, 민중민주, 조국통일의 흔적이 그들의 정치의식과 생활감정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서와 감정이 때때로 집단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미선, 효순양 사망사건, 광우병 논란 시기 반미촛불 시위, 한미FTA반대 투쟁 등은 반미자주와 민중민주를 외치며 투쟁했던 학생운동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사례로 보인다. 한때 학생운동을 했던 일부 사람들은 수백만을 굶겨 죽이고, 봉건적인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연평도를 포격하고 있는 북한의 독재정권보다 남한의 정치적 경쟁자인 보수당을 더 적대시하기도 한다. 왜 이와 같이 균형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사회주의·반미민족해방은 더 이상 시대정신 아냐
20세기 말의 사회주의 몰락과 북한체제의 위기는 사회주의혁명과 반미민족해방이 더 이상 21세기의 시대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진정한 진보세력이라면 혁명이론과 구호를 폐기하는 것은 물론, 과거의 혁명이론을 뒷받침했던 세계관과 가치관, 역사관도 재정립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불철저하게 진행한 채, 관성적으로 과거의 가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해 정치가 예속되고 경제가 파탄나면서 민중은 더욱 가난해지고 정치적 권리도 약화되었다는 허구적 역사관을 버려야 한다. 진정한 진보세력이라면 가장 짧은 기간에 가난을 이겨내고 민주화를 달성한 우리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솔직히 인정하는 역사관을 세우고, 앞선 세대가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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