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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의사회’ 박종훈 공동대표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11-21 09:27:07  |  조회 7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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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데, 그동안 우리 의사들은 왜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봤을까라는 반성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일이죠.”

최근 병원에서 작은 북한인권 전시회를 주도하고 있는 북한인권의사회(이하 의사회)의 공동대표인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단체 활동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고등학생, 대학생들도 열심히 활동할 만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는 일이잖아요. 그 가운데 하나의 활동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라고 겸손히 말했다. 단체가 출범한 지 100여 일쯤 된 9월 말 박 대표를 고대 안암병원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골연부 종양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 의사다. 단체는 지난 4월 발기했고, 현충일이었던 6월 6일 서울대 한 강의실에서 30여 명의 의사들이 모인 가운데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사회적 화두 있다면 의사단체도 참여해야”
공동대표 2인 중 한 명인 홍성주 대표가 지난해 말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통영의 딸’ 구출운동 활동을 박 대표에게 제안해 몇몇 의사들이 함께 활동하다가 단체 설립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당시 홍 대표는 통영에서부터 임진각까지 도보 행진한 ‘구출 통영의 딸! 1700리 국토대장정’ 일정에도 배낭을 둘러메고 주요 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오길남 박사의 기막힌 사연은 결국 북한인권의 전반적인 개선과 함께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대표 두 사람은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파업이 있었던 2000년경부터 인연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홍 대표에 대해 “의료를 고민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분이에요. 주장이 똑바르고 날카롭거든요. 촌철살인 같은 글로 의료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 왔고, 의약분업 당시에도 의료 쪽에 단체를 조직하고 의료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터뷰 내내 의사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런 판단에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주장이 국민들에게는 ‘밥그릇 지키기’로 치부됐던 기억이 크게 작용하는 듯싶었다.

“당시 가운까지 벗고 데모하고 파업했지만, 우리들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정부가 들어주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의사들이 말하는 진정성을 우리 사회가 받아주지 않았던 게 보다 근본적인 이유였습니다. 의사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봤거든요. 사회성원들을 환자로서만 보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안 가져왔던 것에 대한 부메랑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인 의료수가(酬價), 의료법에 관한 부분에서만 목소리를 내다보니 의사들의 순수한 걱정에서도 진정성을 의심받아 왔다”며 “사회적 공통의 화두가 있다면 의사단체도 거기에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일 반납해가며 北 인권자료 들고 ‘열공’
그들이 북한인권을 위해 활동을 밝힌 이후 처음한 일은 공부였다. 지금도 배움에 대한 갈망이 크다고 한다. 단체의 출범식도 북한의료실태에 대한 한 회원의 주제발표를 겸해 진행됐고, 8월 26일 고대에서 진행된 두 번째 세미나에서도 인권의 역사, 여야(與野) 북한인권법안 비교 등을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그날은 오길남 박사를 초대해 회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한다. 의사들이 전문 서적이 아닌 북한인권 자료를 뒤져가며 ‘열공’하는 것. 11월 초에도 3차 세미나가 기획되고 있다며 앞으로 회원들의 모임 때마다 공부하는 것을 정례화하려 한다고 박 대표는 귀띔했다. 그러면서 “세미나, 워크숍 같은 것은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어요?”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회원모임이 좀처럼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야 하고, 또 회원 대부분이 개업의인 실정으로 평일 시간 약속이 어려워 모임은 공휴일과 일요일에 잡힐 수밖에 없다고 한다. 충청도, 전라북도, 경기도와 수도권 근교 등에서 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회원들은 연회비를 내고 단체에 참여, 각자 교통비를 들여 휴일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웬만한 열성분자가 아니면 쉽지 않아 보였다.

“지금까지 4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진정으로 동감하고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일사분란하게 척척 움직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체는 최근 병원 내 북한인권 ‘작은 사진전’ 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회원들이 자신의 병원 한편에 북한인권의 실상을 알려진 사진과 글로써 병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겨울에 대학생들이 인사동 갤러리에서 진행했던 북한인권사진전이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문짝만한 크기의 벽면 공간을 활용해 병원을 찾아 진료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자는 취지예요. 병원을 찾은 분들의 공통된 경험이겠지만, 켜진 텔레비전을 응시하거나, 월간지를 펴보는 게 보통이잖아요. 처음할 때는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북한인권에 관한 사진도 관련 단체에 문의하니 구하는 게 어렵지 않더군요. 사진을 출력해 액자에 넣어 나름의 미적 감각을 살려 벽면을 장식하면 갤러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는 이러한 실천이 북한인권 활동을 위해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작은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개업한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답을 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광화문으로 뛰쳐나가 피켓시위를 하는 것에 주력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전시 자료들은 주로 ‘통영의 딸’과 관련한 사진들이다. 오길남 박사의 두 딸인 혜원, 규원, 그리고 부인 신숙자 씨의 구출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돌아오라 혜원, 규원’이라는 큰 글씨 아래엔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이 웃음을 머금고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사진, 북한에서 오 박사의 재입국을 종용하기 위해 보내온 어두운 표정의 세 모녀의 사진 등도 소개돼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시민들은 “이게 정말인가?”, “이게 실제 있는 건가?”라며 놀라움과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또 “좋은 일 한다”, “꼭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할 것들을 잘하고 계신다”라고 격려해주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경험했던 탈북자가 그린 그림과 관련 서적도 병원에 비치돼 있다. 그동안 신문, 방송을 통해서거나, 평소 막연히 알았던 것을 병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자세히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벽면에는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도 눈에 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킹 목사의 말이다. “역사는 이 사회적인 변화의 시기에 가장 엄청난 비극이 나쁜 사람들의 귀에 거슬리는 시끄러운 외침이 아니라, 훌륭한 사람들의 무시무시한 침묵이었음을 기록할 것이다. 종말의 시간에 우리는 적들의 떠든 소리가 아니라 우리의 친구들이 침묵한 사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작은 전시회’ 전국 20여 개 병원서 개최 기대
박 대표는 사진전이 여러 병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잘돼서 중점사업으로 하려고 한다”며 “사진전은 지금까지 7곳의 병원에 설치돼 진행하고 있는데 계속 접수를 받고 있어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최소 20개 병원에서 전시회가 항시적으로 진행되면 대성공이지 않겠냐고 했다. 또 오랫동안 설치된 전시물들을 다른 병원에 옮겨 설치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며 ‘순회 전시회’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회원게시판인 ‘프라자’에 사진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이후 참여방법을 묻는 의사들이 많아진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체로 보수적 성향인 의사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동안의 투표성향 등을 볼 때도 의사들의 경우 매우 보수적인 편이거든요. 활동을 시작하면 더 많은 의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전반적으로 반응이 좋고, 좋은 일이라고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덧붙여 자신의 정치성을 드러내는 일에는 좀처럼 나서지 않으려는 것이 의사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했다. 박 대표는 “보수는 수는 많은데 적극적인 참여자는 적고, 진보는 수는 적은데 죄다 참여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北 난민 긴급구호 활동 펼칠 것
의사회는 단체 정관에 단체의 여러 사업 중 하나로 ‘북한 난민 인권 피해자 긴급구호 및 지원사업’을 명시하고 있었다.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의사 신분으로 난민 긴급구호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입장을 포함하고 있는 것. 의사회는 또 ‘탈북민 정착을 위한 지원사업’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탈북자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겠다고 자진하고 있다. 첫 활동으로 탈북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물망초학교를 돕고 있다. 의사회 회원들은 학교 후원뿐만 아니라 학교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인권과 탈북자단체들이 탈북자들의 건강 관련한 것들을 저희들에게 의뢰하면 적극 지원하려 한다”며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게 그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에서의 핍박, 탈북과정에서의 북송경험과 감옥생활의 고통 등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 더불어 육체적인 건강 문제가 있다는 점도 단체가 주목하는 부분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단체의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가 미래 의료계의 주역들인 의과대학 학생들에 대한 아카데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하고 저희 스스로도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지만, 저 개인도 그렇고 많은 회원들이 대학생들에게 관심이 많고, 대학생 교육사업이 큰 의미가 있는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체 정관에 정회원뿐만 아니라 후원회원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주요하게는 의과대 학생들을 염두에 둔 거예요. 또 범위를 보다 넓혀서 북한인권에 관심 있는 의료 관련 종사자들이 함께 하는 단체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간호사들도 있고, 요즘은 의료 관련 변호사들도 있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대표는 국내에 입국해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들과도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의료실정을 제대로 알려면 북한에서 의사경험이 있었던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게 훨씬 수월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탈북자 출신 의사를 만나 보니 드러낸 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이 나서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식의 사고였다”며 “단체활동을 하면서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北 의료 사정 ‘경악’할 수준, 무상의료 구호만
그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 사정에 대해서는 “경악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발표되는 자료를 통해서만 북한의 의료 사정을 짐작하던 터라 의료 사정을 정확히 확신할 수 없었지만, 탈북자 출신 의사들의 증언 등을 통해 그 내용이 틀리거나 특정한 지역의 사정이 아닌 북한 전반의 의료 사정이란 것을 알았을 때는 의사로서 황당하고 분노감이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의료 사정은 한마디로 의료라고 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죠. 평양, 비(非)평양이 다르고, 평양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평양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수액은 전혀 공급되지 않고 평양 일부를 제외한 곳에서는 항생제 공급도 기대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북한의 형편에서는 맹장염에 걸리면 병원에도 못 가보고 죽을 사정인 거예요.”

그는 북한의 무상의료에 대해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복지 포퓰리즘과 비유해 비판했다.

“문제는 질(質)이겠죠. 북한처럼 아무것도 안 해주는 무상의료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탈북자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북한은 의료의 기본이 안 된 사회예요. 맥주병에 수액을 담아 코르크 마개와 같은 것으로 막고 구멍을 뚫어 고무줄 같은 관으로 환자에게 주사한다니 이건 감염원을 옮기는 행위죠. 비난의 수준을 넘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면서 “북한의 의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북한의료 통일을 바라본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이제 시작해야 할 단계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의사단체로서의 역할이자 풀어야할 숙제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북한의사들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로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중국 의사들만 해도 국제학회에 많이 나옵니다. 중국 병원들은 한국 병원과 MOU(양해각서)를 채결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그 나라가 의료 사정이 어떤지, 의사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나라는 아마 북한이 유일할 겁니다. 그냥 탈북자들을 통해 전해 듣는 게 고작인 상황입니다.”

북한 의료인들과 논의해 본 적이 없으니 신경외과, 정형외과에서 진행하는 수술기술이 어떤 수준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는 평양산원 등 산부인과 분야만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순수 학문적인 측면에서 북한 의사들과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일에도 나서고 싶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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