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적어 걱정이에요. 젊은 세대일수록 북한을 우리하곤 별 관계없는 '외국'이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북한인권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장호(67) 감독은 21일 "친근한 매체인 영화·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좀 더 많은 시민, 특히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 2회를 맞은 이 영화제는 20일 서울역광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21일까지 이화여대 후문 독립영화 상영관 '필름포럼'에서 열렸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하는 이 영화제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첫걸음을 뗐다. 올 영화제에는 '탈북자 인권'(여행자·약혼·천국의 국경을 넘다 2), '납북자'(메구미·혜원아!규원아!), '정치범수용소'(알바트로스·숙녀와 수용소) 등을 주제로 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9편을 선보였다.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한 이장호 감독은 '바람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이장호의 외인구단' 등 작품으로 1970~80년대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그는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이원식 감독의 '여행자'를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다.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미혼모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영화·영상 전문 인력에게 북한 인권 관련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북한 인권영상 제작지원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북한에서 인권을 유린당해 탈북한 사람들이 남한에서도 여전히 인권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그렸다. 슬프고도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 2'를 매우 인상적으로 봤다"며 "탈북 과정을 목숨 걸고 취재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크로스미디어(crossmedia)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 시리즈는 탈북자들의 목숨을 건 1만㎞ 중국 탈출기를 비롯해 북한 여성 인신매매 현장, 러시아 벌목소 현장 등을 밀착 취재한 기획이다. 취재팀은 한국·중국·러시아·일본·미국·영국 등 지구촌을 돌며 목숨을 건 취재 활동을 벌였다.

이번 영화제는 북한 인권에 대해 알리는 캠페인 성격이 강하다. 영화도 영화지만 많은 사람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이 감독은 "북한 동포들은 인권을 유린당하고,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고 있다. 한국 국민이라면 이들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 정치권도 탈북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어떤 사람들은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부르는가 하면, 우리 사회가 이들을 끌어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잘못된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어요."

이 감독은 함경남도 북청 출신이다. 그는 "제가 북한 출신이라서 그런지 북한에 있는 동포와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이 원래 많았다"며 "북한 인권과 관련된 영화제를 한다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참여했다"고 했다.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을 갔어요. 어렸을 적 기억이지만 부산 시민이 피란민을 따뜻하게 대해줬던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사선(死線)을 넘어온 탈북자들을 따뜻하게 대해줘야 합니다. 북한 동포건 탈북자건 '나와 똑같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