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무의 평양25時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7-31 09:54:20  |  조회 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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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우리 탈북자들에게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임수경이 19대 국회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술을 먹다가 탈북자에게 “변절자”라며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백요셉이라는 탈북 대학생에게 “근본도 없는 탈북자 새끼들아,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개념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아~ 탈북자 새끼들 진짜 재수 없다.”

이 뉴스를 듣는 순간 무언가 내 머리를 친 듯 눈앞이 캄캄해졌다.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때 북한주민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던 ‘통일의 꽃’ 임수경. 그 임수경이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온 2만 3천여 명의 탈북자들을 향해 ‘변절자’라고 하다니? 내 귀로 직접 들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임수경이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책임지려는 모습보다는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에 더욱 실망하고 말았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임수경에 대한 마지막 애정만큼은 남겨놓았을 것이다.

임수경, 북한 사람들의 환호와 대접 받아
임수경이 이 일로 궁지에 몰리자 북한 당국이 지원사격을 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들을 변절자라고 부르기 전에 인간쓰레기, 차라리 태어나지 않은 것만 못한 버러지들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자기를 길러준 당과 민족을 배반한 민족반역자, 쓰레기들”이라며 쌍욕을 퍼부었다. 언제는 임수경이 변절했다고 본 척도 안 하더니 아예 대놓고 편을 들고 있다. 국회의원이 된 임수경을 보니 북한 당국은 과거 자신들이 한 행동을 잊고, 대선을 앞두고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킬 좋은 먹잇감이 생겼다며 마냥 좋아하는 눈치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의문이 갈 수도 있다. 북한 당국에게 임수경이 과연 어떤 존재였었는지를 알게 되면 필자의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임수경에 대해 기억하고 있듯이 그녀가 1989년 평양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대단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임수경에 대한 말뿐이었고 가는 곳마다 폭풍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마 김일성이나 김정일도 북한 인민들의 이런 진심어린 환호와 대접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임수경은 말 그대로 ‘통일의 꽃’으로 추앙을 받았다.

안내원들 임수경 골칫덩어리로 여겨
그런데 그녀를 따라다니던 통전부 안내원들은 임수경의 자유분방한 발언과 행동 때문에 속이 터졌다. 임수경이 보면 본대로, 틀렸으면 틀렸다고 대놓고 말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자유분방한 임수경을 통제할 수 없었던 안내원들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 안내원들에게는 임수경이라는 존재 자체가 고역이었고 골칫덩어리였다. 하지만 위에서 지시가 내려졌고 또 통전부에서는 남조선의 전대협 대표가 훌륭한 정치적 희생물이 될 것이라는 철석같은 믿음도 있었다. 안내원들은 더 큰 목적을 위해 임수경의 언행들에 대해서 관대하게 처리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맨 처음 터진 사건이 바로 신의주 백사유치원에 다니는 김일신과 만났을 때 일이다. 김일신이 “헐벗고 굶주리는 남조선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김일성의 말을 인용했다가 임수경이 단박에 시정시켜줬다. 다른 것도 아니고 김일성이 거짓말을 한 것처럼 어린이 앞에서 대놓고 지적했으니 곁에 있던 안내원들이 얼마나 당황했겠는가. 북한에서 상상도 못할 말과 행동들을 임수경은 버젓이 다 했다. 이 때문에 북한 인민들이 더 열광했는지도 모른다. 북한 당국은 임수경을 판문점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 보내면서 정치적 목적을 훌륭히 달성했다고 봤지만 사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북한주민들 임수경 보며 남북 비교
북한 사람들은 흰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임수경의 옷차림, 자유분방한 그녀의 언행을 보며 남한사회가 자유로운 사회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21살 어린 대학생이 서면으로 된 원고도 없이 5만여 명이 넘는 군중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연설하는 그 담대한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북한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딱 틀에 짜인 말만 해야 하고 그것도 글로 써서 검열을 마치고서야 대중들 앞에서 연설할 수 있다. 판에 박힌 연설만 듣다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쏟아내는 임수경을 보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연히 남과 북을 대비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주민들은 임수경을 통해서 당국에서 그렇게 악선전하는 남한이 결코 그런 사회가 아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그리고 자유로운 남한사회에 대해 잔뜩 호기심을 가졌고 동경하기까지 했다.

이쯤 됐으니 북한 당국으로서는 임수경이라는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임수경이 2001년 8·15 민족통일대축전 때 또다시 방북을 하겠다고 신청했다. 오지 말라고 할 명분도 없고, 결국 방북 승인을 해준 대신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했다. 1989년 때와는 달리 임수경은 아무런 환대나 언론의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당시 대다수의 북한주민들은 임수경이 평양에 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다만 북한 당국은 축전에 참가한 사람들한테만 임수경이 왔다는 것을 알리면서, 직접 마주섰을 경우에 눈인사만 하도록 미리 포치(전달)를 해놓고 있었다.

살아있는 임수경에 北 주민 충격
그런데 축전에 참가한 북조선 대표들 속에서 이런 말이 돌기 시작했다. “임수경이 그때 남쪽으로 내려가서 어떻게 살아났대? 분명 변절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뻔뻔히 살아서 다시 여기로 올 수 있겠어.”, “맞아 맞아, 지난번 소식을 보니까 변절했다고 하더라.”

북한이라면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임수경 같은 ‘만고역적 죄인(?)’이 그렇게 당당히 살아서 온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것도 8·15 민족통일대축전 남측 대표로 또다시 평양을 방문했으니 북한주민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변절해서 살아났다는 소문이 돌게 된 것이다. 어찌됐든 임수경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북한주민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북한 당국이 그렇게 막으려고 했지만 임수경에 대한 소문은 입으로 퍼져나갔다.

임수경은 2001년에 방북했을 때 1989년 때와는 너무나 다른 대접에 놀랐을 것이다. 어쩌면 통일대축전 기간에 자신을 ‘변절자’라고 수군거리던 북한 대표들의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 말을 들었다면 임수경은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청춘을 바치려고 했던 자신을 향해 북한 당국이 변절자라고 폄훼했으니 그때 심정은 참담하지 않았을까?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동경하게 해서 변절자가 된 임수경, 그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온 탈북자들에게 임수경이 ‘변절자’라고 욕을 했다니 참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성무 평안남도 평성에서 출생해 9·19공장에서 자재지도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에 탈북해 같은 해 남한에 입국했다. 현재는 자유조선방송 부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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