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뉴스
[기획연재] 종북주의 해부하기(3) - “美제국주의 타도하고 식민지 조국을 해방하라!”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3-21 09:25:13  |  조회 516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한총련소속 대학생 150여명이 미 대사관 앞에서 반미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photo 연합

▲ 한총련소속 대학생 150여명이 미 대사관 앞에서 반미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photo 연합

1992년 10월 28일.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한 셋방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보산동 ‘기지촌’에서 일하던 술집종업원 윤금이 씨였다. 당시 그녀의 나이 26세였다. 콜라병으로 얼굴을 맞아 뼈가 함몰되고 살이 찢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결국 죽고 말았다. 기다란 우산대가 그녀의 항문에서 직장까지 26센티미터 정도 꽂혀 있었다. 음부에는 콜라병이 꽂혀 있었다. 입에도 성냥개비가 꽂혀 있었다. 온 몸에는 하얀 세제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였다.


“투쟁의 시작은 학우들에게 미제국주의에 대한 분노를 심는 것이다.”


존경했던 어느 선배가 학습에서 했던 말이다. 학생운동조직은 주한미군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이를 낱낱이 폭로하고 그들의 감정에 분노의 불을 붙이려고 애썼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윤금이 씨 사망 사건을 알게 된 젊은 대학생들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이 식당 저 식당에 옮겨 다니며 일하고, 이집 저집을 떠돌며 설거지를 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온 윤금이 씨. 고통과 절망을 뚫고 어여쁘게 자라나 꽃다운 스물여섯에 행복한 가정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둡고 더러운 쪽방에서 미군의 폭력에 참혹하게 죽어간 윤금이 씨. 학생들은 윤금이 씨의 죽음이 한국사회가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확실한 증거라고 믿었다. 점령군에게 맞아죽고 찔려죽고, 간강당하며 고통 받는 것이 식민지 민중의 현실이라고 믿었다.


윤금이 씨 사건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범죄는 이어졌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면박을 당하자 여성의 얼굴을 때려 실신시킨 후 연필 깎는 칼로 목을 잘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부대로 돌아가려는데 여성이 함께 있자며 붙잡자 오른쪽 팔꿈치로 명치를 때려 숨지게 하고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쓰러진 여성이 누워있던 침대에 불을 붙인 사건도 있었다.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다 여성이 거절하자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그런 사건과 마주할 때마다 주한미군에 대한 분노는 커지고 하루 빨리 미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식민지 조국을 해방해야 한다는 결심은 굳어졌다.

 

오연호 씨 책 보며 미군에 대한 분노 키워


오연호. 요즘 젊은이들에게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을 만든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학생운동가들에게 오연호 씨는 주한미군 범죄사를 쓴 사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 씨는 1989년에 ‘식민지의 아들에게’를 썼고, 그 이듬해인 1990년 ‘더 이상 우리를 슬프게 하지 말라:발로 찾은 주한미군 45년사’를 냈다. 해방 이후 주한미군이 우리 민중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정리한 책들이다.


범죄를 저지른 미군 가운데 처벌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겨우 0.2%에 불과하다고,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 때문에 한국정부에게는 수사권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불평등한 한미협정과 주한미군 범죄는 우리 사회가 식민지라는 근거이며 미군범죄근절을 위해서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책들이다. 대학시절 학생들은 이 책들을 읽고 미제국주의와 주한미군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새로운 후배들이 대학이 들어오면 이 책을 권하며 그들에게 ‘분노’를 이식했다.


사실, 주한미군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이 한국사회가 식민지라는 확실한 근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 잔혹 범죄가 제국주의와 식민지 민중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이나 일본에 주둔한 미군들도 범죄를 저지르지만 유럽이나 일본이 미국의 식민지는 아니다. 미군에 의한 범죄는 미국 내에서도 일어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와 같은 잔혹 범죄가 종종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범죄를 한국사회가 식민지인 근거라고 쉽게 믿어버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학 1학년 때 종북주의 투쟁노선 학습


종북주의 운동의 목표는 미제국주의의 점령과 지배로부터 식민지 조국을 해방하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의식화 조직화 코스를 밟은 학생의 경우 빠르면 1학년 여름방학, 늦으면 1학년 겨울방학 쯤이면 종북주의 운동의 투쟁노선, 다시 말해 민족해방운동의 기초 이론을 학습한다.


당시 적지 않은 종북주의 세력은 북한의 대남선전기구인 ‘한국민족민주전선’을 남한 종북주의 운동의 전위조직이라고 믿었다. 1980년대 ‘한국민족민주전선’은 민족해방운동을 투쟁노선으로 선택하면서 그 근거와 내용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첫째,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한반도 남쪽을 강점하고 군통수권을 장악하여 한국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했다. 미국은 군사력을 이용해 한국의 정치체제를 그들의 한반도 전략에 맞게 재편성했으며, 경제적으로 예속시켜 미국 독점자본의 하청경제로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국가주권과 경제적 생산수단을 미국에게 빼앗긴 식민지가 됐다. 주한미군철수와 핵무기 철폐를 반미투쟁의 기본좌표로 삼는 것은 주한미군과 핵무기가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거나 민족감정에 배치되기 때문이 아니라, 식민지 강점군의 축출여부가 민족해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 이승만 정권과 유신독재 타도, 80년 광주민중봉기, 그리고 6월항쟁과 여소야대 정국 실현 등은 모두 민중의 힘으로 얻어낸 역사적 성과다. 그러나 그 때마다 배후의 실질적 지배자인 미국을 척결하는 데 투쟁의 화살을 집중하지 못함으로써 어느 하나의 운동도 완전한 승리를 이루지 못했다. 모든 투쟁의 화살을 반미민족해방투쟁으로 집중해야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수 있다.


셋째, 한국사회변혁운동의 투쟁 강령은 자주·민주·통일이다. 민족해방투쟁의 본질적 임무에 따라 반미자주화 투쟁을 앞세우면서 여기에 민중민주와 조국통일 투쟁을 결합해야 한다. 반미자주화투쟁의 기본좌표는 주한미군철수와 핵무기철폐이고, 최종과제는 민족자주정권 수립이며 주요 과제는 한미사이에 체결된 불평등조약을 폐기하는 것이다. 반파쇼민주화투쟁의 주요과제는 군부독재를 퇴진시키는 것이며 주요과제는 국가보안법철폐와 양심수 석방, 광주학살 진상규명과 5공비리척결 등이다. 조국통일투쟁의 기본좌표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에 기초해 연방제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당면 주요 과제는 남북한 UN동시가입 등 두개의 한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책동을 타파하는 것이다.

 

종북주의운동이 뿌려놓은 반미주의


정세 변화에 따라 주요 과제는 조금씩 달라졌다. 반미자주화투쟁에서는 핵무기철폐, 반파쇼민주화투쟁에서는 군부독재퇴진과 광주학살진상규명 및 5공비리척결, 조국통일투쟁에서는 UN동시가입반대가 빠졌거나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한때 종북주의 운동을 주도했거나 동참했던 학생들은 민족해방운동 이론을 체계적으로 학습했고, 학습을 통해 습득한 이론은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패러다임이 됐다.


2002년 미군의 탱크에 깔려 사망한 미선이 효순이 사망 사건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투쟁으로 이어졌다. 종북주의운동이 뿌려놓은 반미주의가 미국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분출한 결과다. 그와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일정 기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157 北인권·탈북자 문제 해결 위해 여의도로 간다!  NKnet 12-04-10 4302
156 “북송된 탈북여성 고문·성폭행 피할 수 없어”  NKnet 12-04-10 5774
155 [전문가좌담]“생계형 탈북에서 체제불만형 탈북 증가”  NKnet 12-04-09 4428
154 김정일 유훈, 김정은 지시도 양강도에선 '먹통'  NKnet 12-04-09 4431
153 "김정은 女동생 여정 당대표자로 비공식 선출"  NKnet 12-04-09 4056
152 北희천발전소 개소식…"실제 전기 공급은 글쎄?"  NKnet 12-04-09 4529
151 종북 혁명가들에 대한 슬픈 기록 '진보의 그늘'  NKnet 12-04-05 6146
150 北, 협동농장 농장원에 농사비용까지 떠넘겨  NKnet 12-04-05 3423
149 北노동당, '이명박 사망' 헛소문 조직적 유포  NKnet 12-03-29 3569
148 "새 사람(김정은) 등장해 괜찮겠다 했는데…"  NKnet 12-03-23 3836
147 [통일을 여는 사람들]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NKnet 12-03-21 5012
146 [기획연재] 종북주의 해부하기(3) - “美제국주의 타도하고 식민지 조국을 해..  NKnet 12-03-21 5160
145 "광명성 3호는 김정은 동지의 고귀한 창조물"  NKnet 12-03-21 4440
144 "여맹號 땅크를 또 만드나?"…北주민 '부글부글'  NKnet 12-03-21 4262
143 [REVIEW] 『포스트 김정일』  NKnet 12-03-20 4658
142 [기획연재] 종북주의 해부하기-나는 주사파였다(2)  NKnet 12-03-20 4197
141 北시장 외화 통제 풀려…물가 완만한 상승세  NKnet 12-03-20 4397
140 [종북주의 해부하기] 나는 주사파였다(1)  NKnet 12-03-19 4379
139 “한국도 핵테러 가능성…핵안보 보장돼야 평화 누려”  NKnet 12-03-19 3946
138 [ZOOM 人]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NKnet 12-03-19 4378
12345678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