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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종북주의 해부하기 - 7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4-25 09:56:39  |  조회 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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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서울대 관악 캠퍼스 총학생회장 선거 유세장에서 운동원들이 후보피켓을 들고 열렬히 환호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친북적인 이념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그전까지는 비밀써클활동을 통해 소규모로 확산되던 마르크스 레닌주의나 주체사상이 80년대 후반이 되면 공개적이고 대중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다. 친북이념 대중화의 조직적 매개체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각 대학의 학생회였고, 나머지 하나는 동아리였다. 이번호에서는 친북주의 이념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강화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정훈이는 1990년 당시, 모대학교 경영대학 2학년이었다. 1학년 때 학생회 홍보부에서 일하게 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2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부장을 맡았다. 경영대학 학생회 임원들은 대부분 NL(민족해방·주체사상파)계열이었다. 경영대학에서 NL그룹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정치투쟁을 앞장서는 ‘전투적 학생회’를 건설하자는 노선에 따라 1988년 학생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였다. 그때부터 3년 연속 NL그룹은 경영대학 학생회를 장악해왔다.

 

운동권 동아리 만들려 고심

 

경영대학의 NL그룹은 비공개로 활동하면서 자신들의 정치 노선인 자주·민주·통일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고심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첫째, 학생회를 3년 연속 장악함으로써 경영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주·민주·통일을 적극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 둘째, 그러나 학생회만으로는 좀 더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운동가’를 발굴하고 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주체사상과 자주·민주·통일 이념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운동권 동아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영대학의 운동권 동아리는 ‘법사회학연구회’ 하나뿐이었다.


 

물론 법사회학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박현철은 NL그룹에 속해있었다. 현철이 어느 날 홍보부장 정훈이를 찾아왔다. 정훈이는 몇 달 전부터 꽹과리를 배운다며 공대에 있던 풍물동아리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정훈아, 이번 기회에 아예 경영대학 풍물패를 하나 만들면 어떻겠냐?”

 

정훈이는 1학년 말부터 공대 풍물동아리에서 꽹과리를 배우며 법대에도 풍물패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아, 좋죠. 그런데, 어떻게요?”

 

“일일 찻집 같은 것을 해서 장고나 꽹과리 같은 악기를 사는 거지. 풍물에 관심 있는 애들은 많을 거야. 애들은 회원모집 대자보를 써서 모으면 될거고….”

 

현철이와 헤어져 자취방에 돌아온 정훈이는 방에 누워 뒤척거렸다.

 

‘우선 경영대학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한 동기들과 후배들을 모아서 풍물패 준비위원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볼까? 그 자리에서 ‘일일찻집’ 행사를 열어 풍물패 건립비용을 마련하자고 제안해보자.’

 

다음날 아침 정훈이는 고등학교 동기인 윤성이와 후배 병호를 만났다. 고등학교 동기와 후배지만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동지이기도 했다.

 

“야, 우리 풍물패 한번 만들어보자.”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힘으로 동아리를 건설하게 됐다는 것에 흥분했다. 세 사람은 그날로 풍물패 회원모집 대자보를 써서 게시판에 붙이고, 일일찻집 장소를 물색했다. 날짜는 일주일 후로 정하고 후배 병호는 풍물패 건립을 위한 일일찻집 티켓을 만들어 뿌렸다. 일주일 동안 전 대학 운동권 선후배들과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티켓을 뿌렸다.

 

대학 창고문 뚫고 들어가 무단 점거

 

일주일 후 일일차집은 성황리에 끝났다. 뒤풀이 자리에서 윤성이가 정훈에게 수익금이라며 내밀었다. 은근한 기대와 함께 내민 정훈이의 손아귀에 지폐 몇장과 동전이 쥐어졌다. 정훈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달랑 3천500원. 순간 머리가 텅비는 듯 했다. 운동권들이 돈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알지 못했다. 그날 밤 정훈이는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정훈이는 철물점에 갔다. 천오백원을 주고 쇠톱틀과 톱날 몇 개를 샀다. 나머지로는 자물쇠를 샀다. 정훈이는 곧장 학생회실로 갔다. 학생회에는 윤성이와 병호를 포함해 운동권 동료들 7~8명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정훈이는 조용한 호수가에 돌맹이를 던지듯 말했다.

 

“야, 전부 따라와”

 

동료들은 영문을 모른 채 정훈이를 따라갔다. 정훈이가 일행을 데리고 간 곳은 경영대학 옆에 있는 본관 창고건물 2층 문 앞이었다. 정훈이는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문의 열쇠를 아침에 산 쇠톱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윤성이와 병호가 합세해 교대로 톱질을 해대자 2~3분만에 열쇠가 잘려져 나가고 창고 문이 열렸다. 정훈이 성큼 들어서더니, 창고 안에 쌓여있던 물걸레 자루 한 다발을 끌어내며 말했다.

 

“야, 이 안에 있는 물건들 싹 다 드러내. 오늘부터 여기가 풍물패 방이야.”

 

학교 전체가 사용하는 비품을 모아 놓은 창고였다. 교단, 의자, 탁자와 같은 비품과 각종 청소도구들이 문 앞에 산처럼 쌓였다. 창고 안에 있던 교단 8개는 창고 안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그 위에 장판을 깔면 훌륭한 동아리 방이 되는 것이다. 정훈이는 잘려 나간 자물쇠를 버리고 자신이 가져온 자물쇠를 채웠다. 본관창고 2층이 30분 만에 경영대학 풍물패 방이 됐다.

 

다음날부터 1~2학년으로 구성된 동아리 성원들이 공대에서 빌린 꽹과리와 장고를 들고 본관 창고 2층에 나타났다. 아니 자신들의 동아리 방에서 악기를 연습했다.

 

정훈이가 본관 창고에 풍물패 방을 마련했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노래패를 만들겠다며 방없이 떠돌며 연습하던 패들도 본관을 노렸다. 본관 창고 2층에 있던 방하나가 풍물패 방이 된 지 일주일 만에 본관 창고 1층에 있던 방 한칸이 노래패 방이 됐다. 그때부터 경영대학 뒤 본관 창고에서는 하루 종일 꽹과리와 장고, 그리고 기타와 투쟁가 소리가 터져나왔다.

 

친북 동아리 빠르게 확산

 

며칠 후, 경영대학 학장이 정훈이와 노래패 회장 윤수를 불렀다. 대학본부에서 관련자를 중징계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본부의 지시에 따라 경영대학 학장을 중심으로 징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두 사람에게 ‘원상복구’와 ‘정학’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정훈이나 윤수는 징계위원회 규탄과 학장실 점거로 맞섰다. 풍물패와 노래패는 물론이고 경영대 NL그룹 운동권 30여명이 날마다 좁은 학장실로 몰려가 집기를 꺼내고 투쟁가를 불러댔다. 애초부터 학교 공부나 졸업장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정학처분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정훈이와 윤수의 마음속은 풍물패와 노래패 회원 20여명을 운동권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을 만들었다는 승리감으로 가득했다. 풍물패 회장 정훈이와 노래패 윤수는 그해 10월 경영대학 학생회장 선거에 회장과 부회장 후보가 됐고,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자신들의 이념을 절대적 가치라고 믿는 데서 오는 어이없을 정도의 무모함과 기성질서에 대한 반감, 그리고 젊은 시절의 열정과 무지가 결합되어 전국의 대학에서 친북적인 동아리가 빠르게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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