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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종북주의 해부하기 - 전대협에서 한총련까지…6년 만에 조직력 20배 증가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5-14 09:59:26  |  조회 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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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사람을 얻어라. 세상의 주인은 사람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학생운동은 이 진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운동권의 학생회 장악과 동아리 만들기 운동이 시작됐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얻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주와 민주, 그리고 통일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할 것으로 믿었다. 학생운동의 대중화 시대는 그렇게 열렸다.

학생운동의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학생운동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 가운데 하나는 학생회 출범식이었다. 총학생회 출범식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를 헤아리면 해당 학교의 학생운동 역량을 알 수 있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즉 전대협 출범식에 모인 학생들의 수를 세보면 전국 학생운동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자’
1987년 8월 19일, 충남대학교에서 제1기 전대협 출범식이 있었다. 1987년에는 연세대학교 학생 이한열 씨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던 해였다. 전국의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이한열 씨의 장례 절차를 의논하기 위해 1987년 7월 5일 연세대학교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전국적인 대중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후 몇 차례의 논의를 거쳐 8월 19일 충남대에서 전대협을 결성한 것이다.

그날 충남대학교에는 전국 95개 대학에서 약 3천 5백여 명이 모였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이던 이인영 씨가 초대 의장으로 선출됐다. 부의장에는 연세대 총학생회장 우상호, 전남대 총학생회장 김승남, 충남대 총학생회장 윤재영, 부산대 총학생회장 김종삼 씨가 정해졌다.

이날 모인 3천 5백여 명의 학생운동가들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자’는 기치아래 각 학교로 돌아가 학생회와 동아리 장악에 박차를 가했다. 3년이 지난 1990년, 전남대학교에서 전대협 제4기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참가한 학생들의 수는 2만 명이 넘었다. 3년 만에 6~7배가 늘었다. 이때부터 학생운동의 대중화에 가속이 붙었다. 드디어 1993년 각 대학 총학생회장을 회원으로 구성되었던 전대협을 확대 재편하여 전국의 단과대학 학생회를 회원 조직으로 한 대중적 학생운동 조직,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탄생했다. 93년 5월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1기 한총련 출범식에는 180여 개 대학에서 5~7만 명이 모였다. 전대협이 출범한 지 6년 만에 20배가 증가한 것이다.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과 밤새 토론
북한의 남조선 해방 전략이 제시한 정치 강령과 같은 자주, 민주, 통일을 지지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회운동에 동참했던 대학생의 수가 짧은 기간에 20배나 늘어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여건이나 정치 상황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당시 학생운동이 갖고 있던 의지와 능력이 급속한 학생운동 대중화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치열함이었다. 그들은 젊었고,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이 옳다고 믿었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자신들의 신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했고, 그 신념을 학생들에게 당당하게 선전했다. 한 마디로 밥 먹고 ‘운동’만 했다.

미제국주의와 자본가들의 지배이데올로기를 가르치는 수업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을 읽었다. 시험도 보지 않았다.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과 대중활동가론을 펴놓고 밤새워 토론했다.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노동자의 철학』, 『경제사 학습』,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를 읽으며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부정하고, 민족자주와 노동해방을 위한 투쟁에 걸맞은 세계관과 역사관을 쌓아 나갔다.

경찰의 폭력과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뒤흔들 때에도, 8월의 불볕 더위 속에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도로 위에 앉아 땀과 눈물을 흘리며 구호를 외칠 때에도, 칼날 같은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1월의 감옥 안에서도 그들은 물러서지 않으려고 바득바득 애를 썼다.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 학생들은 학생운동가들의 치열함과 당당함,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기세 앞에 맞서지 못했다.

학생운동 대중화의 힘은 간부들의 헌신성
두 번째는 헌신성이었다. 당시 학생운동가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운동발전에 쏟아붓겠다는 각오가 높았다. 가진 것 가운데 운동에 바쳐야 할 첫 번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믿었다.

자신의 열정과 능력, 시간, 그리고 돈과 사회적 관계까지도 운동에 바치려고 애썼다. 학생회 선거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밤늦도록 학교 앞 식당에서 김밥을 말거나 설거지를 했다. 방학이 되면 공사판에 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막노동을 해가며 번 돈을 망설임 없이 ‘조직’에 냈다. 어떤 학교에서는 집에서 받아온 몇 푼 안 되는 용돈까지 조직에 헌납했고, 조직에서 주는 용돈을 받아썼다.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것이 진정한 공산주의 인간형이며, 혁명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믿었다. 심지어 술을 마실 때에도 사랑을 할 때에도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당시에 간혹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저렇게 학생회장 선거에도 나오고 유인물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불순세력이 쥐어주거나 무슨 부정을 저질러 얻은 돈으로 운동하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담아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학생운동가들의 헌신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즉 품성이었다.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대중에게 사랑과 믿음을 얻으려면 먼저 대중을 사랑하고 믿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운동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배우고 또 가르쳤다.

선배나 동기들과는 인간적으로 친밀하게 지내며 도와주었다. 학교에 막 들어온 후배에게는 고민을 들어주면서 대학생활에 적응하도록 배려했다. 학생운동가들은 학생들의 든든한 벗이 되었고, 그들의 애정과 신뢰를 얻는 대중운동가로 성장했다.

종북주의자들의 헌신성 과소평가는 금물
학생운동 조직은 성원들에게 대중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뿐 아니라, 대중의 지도자에 걸맞은 인간적인 품성을 갖추라고 요구했다. 대학교 2학년 정도 되면 ‘품성론’이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혁명가의 품성을 배우고 익히게 했다. 정직, 성실, 소박, 겸손, 그리고 용감. 이것이 당시 품성론 교육에서 강조했던 다섯 가지 기본 품성이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다섯 가지 품성을 갖추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고, 그 결과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그와 같은 품성을 지니게 되기도 했다.

최근 치열했던 시절에는 사회운동에 나서지 못하다가 시절이 좋아지자 혼자 민주화운동을 한 것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로 인해 사회운동가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그 때문에 간혹 종북주의자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그러나 종북주의자들 가운데 일부는 대중의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을 진지하게 다듬어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치열함과 헌신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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