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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종북주의 해부하기-9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5-18 10:09:00  |  조회 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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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종북주의 운동가였던 성호가 감옥에 간 것은 1991년 겨울이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정부의 강경진압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가슴아픈 그 해의 끝자락이었다.

1991년 4월 26일 명지대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경제학과 1학년 강경대 학생이 사망했다. 그날 명지대학교 앞에선 등록금투쟁을 하다 체포된 총학생회장 구출대회가 열렸다. 경찰에 쫓기다 학교 쪽으로 도망치기 위해 1.5m 높이의 담벽을 넘던 강경대 학생은 경찰에 붙잡혀 쇠파이프로 두들겨 맞은 뒤 그대로 방치되었다.

나중에 학생들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시간만에 사망했다. 강경대 학생의 사망 소식은 전국의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졌다. 4월 29일 전남대학교 학생 박승희가 강경대 사건 규탄집회를 하던 중 자신에 몸에 불을 질렀다. 5월 1일에는 안동대학교 김영균, 5월 3일에는 경원대학교 천세용, 5월 8일에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 5월 10일 노동자 윤용하 씨가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이제 더 이상 고귀한 생명을 내던져서는 안 된다’는 절규와 ‘폭력 진압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정부’를 규탄하는 투쟁의 함성이 전국의 대학을 휩쓸었다.

통일선봉대 참가하며 이적표현물 배포
성호가 다니던 민족대학교에도 4월과 5월 내내 투쟁의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6월을 넘어서자 학생들은 지쳐갔다. 투쟁이 고비를 넘기고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8월. 학생들은 열사 정국의 불씨를 8월 격렬한 통일운동으로 되살려보려고 했다. 당시 사회대 학생회장이던 성호는 8월 범민족 대회에 쓸 통일자료집을 만들었다. 자료집에는 비합법 지하조직 ‘반제청년동맹’이 발간한 ‘주체기치’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북한에는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차별없이 질높은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격렬했던 투쟁과 학생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성호의 심장도 끓고 있었다. 다소 수위가 높은 내용으로 자료집을 만든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호는 사회대에서 통일선봉대로 참가하게 된 후배들에게 제작한 자료집 수백권을 주었다. 당시 통일선봉대는 동으로는 부산,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로, 서로는 광주, 전주, 대전을 거쳐 서울로 집결하는 식으로 통일투쟁을 진행했다. 성호는 통일선봉대가 거치게 될 도시의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통일자료집을 배포하라고 당부했다. 성호의 부탁을 받은 사회대 통선대원들은 전국 주요 도시의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자료집을 나누어주었다.

이 가운데 몇권이 경찰과 정보당국의 손에 들어갔다. 자료집의 내용에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한 정보기관은 자료집을 발간한 민족대학교 사회대학 학생회장 성호를 주목하고 내사를 시작했다. 겨울이 시작되던 12월 6일, 경찰은 동료의 재판을 참관하고 나오던 성호를 법원 앞에서 붙잡았다. 성호는 3일 동안 조사를 받은 후, 함박눈이 날리던 12월 9일 호송차에 실려 교도소로 끌려갔다.

교도소 안에서 ‘김정일 노작’ 학습
다음날 아침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인 성호는 독방에 갇혔다. ‘식구통’으로 아침밥이 올려졌다. 우선 먹었다.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성호의 마음속에 막막함이 차오를 때 쯤, 감옥문이 딸깍하고 열렸다. 교도관이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교도관을 따라 들어간 곳에는 먼저 들어와 있던 민족대학교 현 총학생회장과 전임 총학생회장이 앉아 있었다. ‘감옥 선배들’의 지침에 따라 다음날 아침부터 성호는 기상나팔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가지런히 개어 놓고, 팔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운동을 한 후에는 냉수샤워를 했다. 난방도 되지 않는 마룻바닥에서 자고 잃어나 딱딱하게 굳은 몸에 얼음같은 찬물을 수십차례 머리끝에 부어댔다. 머리가 빠개지고, 얼굴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성호에게는 이것도 ‘투쟁’이었다. 물러설 수 없었다. 냉수샤워가 끝나면 바르게 정좌한 후 학습을 시작했다. 빨치산 장편소설 ‘녹슬은 해방구’, 김정일의 노작 ‘주체사상에 대하여’, 김일성의 혁명 소설 ‘닻은 올랐다’나 ‘봄우뢰’, 김정일의 업적을 담은 ‘정통과 계승’, 정치정세 학습참고 자료인 ‘정세연구’나 ‘말’지 등을 읽었다. 원래는 교도소에 들어올 수 없는 금서들이었지만, 밖에서 동료들이 표지를 바꾸어 책을 넣어주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었다.

식민지 조국에 대한 분노 키워
학습이 끝나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공안사범들이 한방이 모였다. 빵이나 훈제닭, 요구르트나 사이다 같은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학교 소식과 정치정세 토론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더 훌륭한 혁명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답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끝나면 함께 운동장에 나가 농구나 축구를 했고, 운동이 끝나면 점심도 같이 먹었다. 오후에는 운동과 점심식사로 끊겼던 학습과 토론을 이어가거나, 다른 사동의 동지들을 만나 서로 인사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때 어떤 동지들은 계란을 한 주전자 삶아서 가져오거나 컵라면을 잔뜩 가져와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 다음해 봄이 올 때까지 성호는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학습하고 토론하고 사색했다. 감옥에 오기전 성호의 체중은 48kg이었다. 하루 한두끼를 먹을까 말까 할 정도로 식생활이 부실했었다. 감옥생활 3개월만에 성호의 몸무게는58kg이 되었다. 그때쯤 성호는 아침마다 팔굽혀 펴기 100개, 윗몸일으키기는 200개를 했다. 감옥에 막 들어왔을 때는 10개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차가운 감옥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은 성호는 강인한 체력과 높은 사상의식, 그리고 풍부한 이론과 단단한 신념으로 무장한 혁명가로 변해있었다. 물론,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젊은이,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젊은이를 차가운 감옥에 가두는 제국주의와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커졌다. 감옥을 나가면 더욱 헌신적으로 투쟁해야겠다는 결의도 높아졌다. 그렇게 감옥은 혁명가의 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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