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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무의 평양25時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6-12 09:17:55  |  조회 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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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가 않다. 새로 지도자랍시고 올라선 김정은이 제 아버지 때보다 더 혹독한 통제와 단속을 들이대고 있다고 한다. 아득바득 제 능력껏 벌어서 먹고 살게 해도 힘든 요즘 같은 세월에, 매 개인별로 하루일과에 대해 당 조직에 보고하고 총화하게 한다니, 멀리 있는 내 가슴마저 답답해질 정도다.

1990년대 중반에 있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요즘 사는 것이 더 막막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가는 곳마다 굶어죽는다는 아우성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는데, 김정은은 자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독재 권력을 어떻게든 유지해보겠다고 인민들은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인민들을 볼모로 잡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장거리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났지만 뒤이어 핵실험까지 벌이려 모든 준비를 다 끝냈다니 세상 천지에 이런 한심한 ‘지도자’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밑에서 애꿎은 백성들만 고통을 겪고 있다. 어떻게 제 아비의 고약한 점만 그렇게 신통히도 똑 닮았는지 모르겠다.

북한, 김대중·노무현 정권 그리워 해
극도의 생활난을 견디다 못한 인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관심을 딴곳으로 돌려보려고 요즘은 이명박 대통령 죽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전 같으면 6·15선언을 들먹이며 어떻게든 남한 당국을 구슬려 한 푼의 지원이라도 더 쥐어짜보겠다고 할만도 한데 지원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자기들이 망할까 봐 그런지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켜 인민들을 통제하는 데 눈이 벌게져 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어느 정도 협박을 하면 비료며, 쌀이며 생필품까지 척척 갖다 바쳤는데 이명박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그게 괘씸했는지 ‘쥐새끼 무리들’이라는 등 입에 담기 험한 표현까지 써가며 대남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이걸 보면 남한의 현 정권에 대한 기대를 버린 눈친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경험한 북한 당국으로서는 그때가 그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난 2000년 6월 당시 평양에서 김대중과 김정일을 환영하는 연도에서 꽃다발을 흔들며 ‘통일이 되긴 되는가보다’고 생각했던 때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강연회와 학습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과 적수라면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세뇌되어 있었기에 ‘김대중은 남조선의 민주인사라기보다 김일성의 지시를 받고 남쪽에서 활동하는 민주투사’처럼 생각한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이남의 대통령이 되어 평양을 방문한다니 당장 통일이 될 듯한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 주민들, 김대중 안중에도 없어
그런데 행사 전날까지 ‘1호 행사’로 통보가 되지 않아서 김영남 정도가 영접을 나가는 2호 행사쯤 될 걸로 예상했다. 비행장 행사 성원들도 전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김정일이 ‘몸소’ 비행장에 나와 김대중을 영접하고는 같은 차에 올라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숙소까지 동행한 것이다. 훗날 여기에 와서 사람들한테 자주 받았던 질문 중의 하나가 “TV에서 보니까 북한 사람들이 김대중을 아주 뜨겁게 열렬히 환영하던데 사실이냐?”라는 것이다. 천만, 만만의 말씀이다. 만약 그 연도행사에 김정일이 동행하지 않았다면 김대중이 그렇게도 흡족하게 여겼다는 평양시민들의 그 뜨겁고 열광적인 환호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고, 손만 맥없이 까딱까딱 의무적으로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자들이 카메라에 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당시 상황이 그랬다. 새벽 5시부터 동원돼 기다리다가 지쳐 길바닥에 맥없이 주저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김정일 ‘장군님’이 김대중과 함께 차를 타고 비행장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들은 몇 시간째 밥도 먹지 못한 배고픔도 잊은 채 저마다 김정일을 먼발치에서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보겠다고 야단법석이었다. 함께 타고 있던 김대중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러한 모습이 아마 김대중 자신에게는 물론 TV로 이 장면을 본 남한 사람들에게 마치도 김대중을 열렬히 환영하며 환호한 것으로 비쳤던 모양이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김대중이 왔다가자 북한 내부에서는 특별강연회를 비롯한 일대 선전 캠페인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자, 봐라, 우리 장군님이 얼마나 위대하신가. 남조선의 민주투사가 드디어 대통령이 되어 우리 위대한 장군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나이도 많고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는가.” 연일 김정일의 위대성 선전과 칭송에 열을 올렸다. 외부 정보를 차단당한 채 오직 당의 선전만을 전해 듣던 일반 주민들은 물론, 나 역시도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현실적으로 김대중이 변변치도 않은 몸을 이끌고 평양에 찾아온 것이 사실이었으니 또 그가 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DJ 방북 후 북한 정권 살아나
그런데 여기에 와서 진실을 알게 된 순간 큰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날 수 없었다. 김대중이 한두 푼도 아니고 5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뒷거래로 평양 방문을 성사시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해방 이후 성사됐다는 첫 남북 정상회담이 이렇게 김정일과 김대중의 정치적 이해타산으로부터 출발한 더럽고도 치사한 결과물이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특히 김대중의 평양방문 이후 다 죽어가던 김정일이 되살아나 북한 인민들의 고통이 더욱 연장됐다는 점에서 극도의 분노마저 일었다.

실제로 김대중이 평양 방문을 앞두고 있던 2000년은 김정일 정권이 거의 다 망해 버릴 것만 같았던 아주 엄혹한 시련의 시기였다.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도 김정일 정권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런 때에 김대중으로부터 받은 검은 돈, 5억 달러는 그야말로 김정일 정권이 소생할 수 있었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던 금싸라기 돈이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이른바 햇볕정책은 북한의 독재체제라는 어둠을 없애는 햇볕이 아니라 어둠을 더욱 짙게 한 햇볕이었다. 그 대가로 김대중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도 이로 인해 몰락의 위기를 넘겼고 김대중의 평양 방문을 자기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기회로 삼아 자기 권위를 높였다.

지금에 와서는 북한 인민들도 이러한 사실들을 다 알고 있다. 김대중이 오면 당장 통일이 될 것처럼 떠들었지만 통일은커녕 오히려 더 살기만 힘들어졌고, 그 뒤를 이어 노무현도 왔다갔지만 북한 인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김정일을 권력세습의 정통성으로 삼고 있는 김정은 정권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런 김정은 정권과 논의해 북한 동포들을 도울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과거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인민들을 볼모로 잡고 정권유지에만 광분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북한 인민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장성무 평안남도 평성에서 출생해 9·19공장에서 자재지도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에 탈북해 같은 해 남한에 입국했다. 현재는 자유조선방송 부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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