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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북한을 흔들다!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3-02-04 09:47:19  |  조회 2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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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의 장막 뚫고 들어간 남한 대중문화 북한 사회 전반에 어떻게 파급될 것인가?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류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남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질문하면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라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한류가 또 다른 희망의 메시지로 확산되는 곳이 있다. 바로 분단 60여 년의 장벽이 드리운 북한이다. 북한하면 독재, 폐쇄국가, 김정일, 핵무기 등 아마도 정치군사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그런 북한에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에서의 한류현상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를 보는 또 다른 창이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영화나 드라마, 대중가요를 통해 남한을 새롭게 인식하고 간접적이나마 자유의 가치를 경험하게 된다.

통제와 감시 속 남한 영상물 시청
남한 영상매체의 유입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추동하며 더 나아가 영상매체의 유통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상이 형성되고 있다. 남한 영상물이라는 매개체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연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 당국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개별 행위자의 출현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북한체제에 일정부분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쇄사회로 인식되던 북한체제에 외부정보 유입에 의한 사상의 이완과 사회적 일탈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북한사회 변화를 넘어 북한체제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의 문제로 확대된다. 즉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로 대변되는 북한의 장래에 과연 이 같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 및 시장의 확산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금까지 북한의 한류 현상에 대해 연구한 『한류, 북한을 흔들다』(강동완, 박정란, 2011), 『한류, 통일의 바람』(강동완, 박정란, 2012)을 바탕으로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이 주민들의 의식변화와 나아가 북한체제에 어떠한 변화요인으로 작용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 당국은 외부정보 및 외래문화 유입을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로 보면서 이를 막기 위한 통제 수단을 강구해 왔다. 이런 와중에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해 남한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즐기고 배우들의 헤어, 옷 스타일 등을 모방하기도 한다. 북한에서의 한류 확산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의문점 중의 하나는 ‘북한에서 정말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 경제위기 속에서 어떻게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열악한 북한의 전기사정을 고려하면 일반 가정집에서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어림없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문들에 대한 반증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과 더불어 그간 몇 가지 정황들을 추가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지난 2011년 9월 13일 한국으로 가기 위해 탈북했다가 일본 해상에 표류한 탈북자 9명 사건이었다. 이를 보도한 일본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표류한 탈북자 9명 중 남성 한 명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한국을 동경해 탈북했다”고 탈북 동기를 밝혔었다. 또한 “한국 등 다른 나라는 전기를 언제라도 쓰는 등 풍족하고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국내 시장에서 들었다”고도 했다. 남한 영상물이 북한 주민의 생각을 바뀌게 했고, 이는 곧 체제를 일탈하게 하는 주요 동기 중 하나로 작 용한 것이다. 어쩌면 한 끼의 식량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남한 영상물을 통해 본 풍요롭고 자유로운 남한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 2009년 발간된 북한 내부 문건인 <법투쟁 부문 일꾼들을 위한 참고서>에서 파악된 정황이다. 북한 인민보안성이 지난 2009년에 발간한 <법투쟁 부문 일꾼들을 위한 참고서>는 북한 사회의 최근 단면을 집약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건은 북한사회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건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어떻게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해설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문건에서는 바로 사회주의문화를 침해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사회주의 문화질서를 침해한 범죄의 해석 중 남한 영상물 유통 및 시청에 관한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살펴보면 북한 내부에서의 남한 영상물 유통구조와 시청형태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내용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보자. “한 주민이 CD록화물을 판매하다 단속되었는데 내용을 보니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부르죠아문예작품으로 밝혀졌다. 출처를 확인해 보니 어떤 사람이 자기 집 옷방에 복사설비를 갖추어 놓고 CD판에 복사하여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북한에서 외부영상물 유통이 중국을 왕래하는 상인들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CD복사와 같은 방식을 통해 조직적으로 유통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 다른 사례 하나를 보면, “어떤 사람이 미상의 녀인으로부터 남조선과 미국영화가 들어 있는 CD 3개를 사서 집에 가져와 몰래 본 뒤 다시 내다팔고 다른 불순녹화물을 사다보곤 하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남한 영상물 시청이 단순히 개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고 그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 주민 간 통합 위해 문화적 접근 필요
지금까지의 정황들로 봤을 때, 이제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 그 자체 유무를 검증하는 논의보다는 여기에서 나아가 심층적으로 북한 내 한류 현상의 함의를 논할 때가 되었다는 점이다. 통제의 장막을 뚫고 북한 주민들 마음속에 자리잡아가는 남한의 대중문화가 과연 북한 주민 개개인, 나아가 북한 사회 전반으로 어떻게 파급될 것인가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 내에 불고 있는 한류의 바람은 분명 분단의 시기를 살아가는 남북한 사람들을 ‘상상의 세계’에서나마 만나게 하는 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 통일에 주는 함의도 간과할 수 없다.
아울러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남한 영상물의 ‘역풍’이다. 남한 상업 미디어의 자극적인 폭력성, 선정성 등은 북한 당국에서 선전하는 남한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일부 일치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당국의 선전 내용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또 외부정보 유입이 북한 사회 전반으로 이어지기에 아직까지 한계도 큰 상황이다. 북한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강풍이 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한류(南조선 날라리風)가 통일의 역풍, 국지풍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순풍, 강풍이 되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단순히 북한에서의 한류 확산이라는 현상적 분석을 넘어, 남한 영상매체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주체별, 분야별로 구분하여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시간 속에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 간 차이뿐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두려움이 쌓여갔고, 인식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남북한 통합을 위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식적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문화를 통한 남북한 통합의 길을 찾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통일 시 남북한 주민 간 통합을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에 기반을 둔 상호이해 증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고민을 안고 이제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북한 주민들이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남한 방송이 직접 수신되어 TV로 시청하거나 북한에서 ‘록화기’로 불리는 DVD 플레이어를 통해 DVD(또는 CD)를 구해서 시청하는 방법이다. 주로 남한과 가까운 접경지역과 동해안 지역에서는 남한 방송이 직접 수신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북·중 국경지역은 중국 방송이 수신되는데, 이때 연변지역에서 방송하는 한국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북한에서는 텔레비전을 구입하면 우선 해당 지역 보안서에 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채널을 조선중앙방송 통로로 고정하는 봉인절차를 거친다. 검열이 나왔을 때 등록증이 없는 텔레비전은 압수당한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남한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집에 등록된 텔레비전 이외에 또 하나의 텔레비전을 숨겨놓고 시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는 봉인된 채널을 돌리기 위해 리모컨을 구해서 채널을 돌리는 방법도 사용했다. 텔레비전을 좀 더 싸게 구입하기 위해 국경과 가까운 도시에 가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거나, CD알을 구하기 위해 장마당에서 벌어지는 007작전 등….
이런 모습들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고안해낸 갖가지 기발한 전략이며 생존방식이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창문을 모포로 가려 빛이 새 나가지 않게 꼭꼭 싸매고 남한 방송을 시청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주민들이 어떻게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는지, 어떻게 구매하는지 사례를 통해 한번 보자.

장마당 통해 남한 영상물 유통
우리가 만난 면접참여자(사례 1)는 북한에서 저녁 8시가 지나면 아이들과 함께 남한 드라마를 시청했다. 당시 텔레비전 불빛이 새어나갈까 이불 속에 들어가 몰래 애청했던 드라마는 <열아홉 순정>이었다. 남편은 왜 드라마를 보냐며 ‘사례 1’과 아이들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방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방에 들어올 때면 잠시 함께 시청하기도 하고, 단속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한국에서 가족끼리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보려고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는 것과 흡사한 북한 가정집 모습은 단지 남북한이라는 지역적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문화적 현상이라 말해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한국 집에는 텔레비전 불빛이 새 나갈까 봐 창문에 모포를 걸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러고 보면 북한에서 남한 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필수품 중 하나는 아마 빛을 막아주는 모포가 아닐까 싶다.

누가 보면 안 되니깐 문 걸어 놓고, 안테나 잡으면 잡히니깐, 남한방송에 한국사람 광고나, 6시 내고향 같은 것 보고… 누가 문 두드리면 이불에 감춰놓고… 소형 텔레전이 단속품이니깐 몽땅 다 감춰놔요. 집을 본래 다 수색하는데, 우리는 남편이 직위가 있어서 그러지는 못하고… 그러다가 한국 드라마 하면 애들하고 빛 나가면 안 되니깐 이불 쓰고 같이 보고… 남편은 처음에 그거 왜 보냐고 그러고, 남편은 뉴스나 보도 같은 거 보면 우리는 다른 방에서 애들하고 이불 쓰고 “열아홉순정” 하고 다른 드라마 봤거든요.(30대 여성의 증언, 2007년 탈북, 평안남도)

한편 지난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기를 지나면서 북한의 통제시스템 이완은 남한 영상물을 비롯한 외부정보 유입의 단초가 되었다. 중국을 통한 비공식 거래와 장마당을 통해 남한 영상물은 북한 내부로 확산되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외부정보 유입이 북한 주민들의 사상이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우려하여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정보의 독점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에서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북한에서 ‘한류’의 확산과 정보유통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인 간 유통에는 북한에서 CD나 DVD 등이 대량으로 밀수가 되고 여러 사람이 모여 돌려보거나 모여보고, 바꿔보기를 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남한 영상매체를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친척이나 주변 친구, 동료들과 서로 돌려보는 경우이다. 또한 돌려보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집에서 함께 모여 시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그 집에 전기가 잘 들어오거나 녹화기를 구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부들이 단속을 통해 압수를 한 경우 이를 다시 시장에 재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한국 드라마가 편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대여업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편수가 많기 때문에 직접 구입하지 않고 하루나 이틀 단위로 빌려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구입해서 보관하는 것보다 한 번 보고 돌려주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돈도 적게 든다는 것이다.

친구가 도강을 세게 했죠. 그러니깐 사람 데려다 주고, 황해도 이런데에 친척들 있는 집에서 그 친척들 데려오고 하면서 돈 받고, 그러다가 거기 다니면서 자기는 영화를 보잖아요. 재밌는 영화를 하나가지고 와서 보여주었어요. 우리 가족도 가서 보고 … 네, 그리고 어떤 때는 그 집에서 볼 형편이 못 되면 친구가 없고 그러면 그 집에서 내가 CD를 빌려다가, 내 또 친한 친구 집에 녹화기가 있는 집에 가서 보기도 하고, 믿을 만한 집에 가서 … (40대 남성의 증언, 2010년 탈북, 양강도)

평양 비롯한 북한 내륙 지역으로 확산
지역적으로는 중국과의 교역이 용이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의 접경지역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평양을 비롯한 북한 내륙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북·중 국경지역을 통해 밀수로 들여온 영상물이 내륙 지역으로 이동하여 판매하면 훨씬 더 높은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적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줄이 다 있어요. 몰래 몰래 파는 사람들. 연결 연결 돼서… 천국의 계단 같은건 다 합해서 20알이에요. 그래서 비싸단 말이에요. 이런건 돈 주고 빌려 보는 거예요. 대여점 같은 거. 그런 걸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어요. 천국의 계단 같은 건 스무알이니까. 이틀 동안 20편을 다 봐야 하는 거죠. 밤이고 낮이고 문을 딱 채우고. 한번 보고 너무 재미나서 또 빌려 봤어요. 사지는 않았어요. 그냥 다 빌려봤어요. 그런거 가지고 있어봤자 불편하니까. 그냥 제깍제깍 빌려보는 게 낫지… 그런 거 가지고 있다가 검열에 걸리면 안 되니까(40대 여성의 증언, 2007년 탈북, 함경북도)

한편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기 위해 전기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계층에 따라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의 경제적 신분에 따라 전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기사정이 좋지 않지만 일정부분 전기가 공급될 때에는 그 전기를 변압할 수 있는 변압기가 대부분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자동차 배터리를 연결해서 사용을 하거나 군부대에 있는 고위층은 탱크 배터리를 집으로 가져와 사용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 경제적으로 상층계층에서는 자가발전발동기를 직접 구입하여 집에서 사용한다. 이 경우 휘발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력이 보장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상위계층에서는 개인 집에 직접 전신주를 세워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에는 보위부나 안전원에게 뇌물을 주고 연계되는 형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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