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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NKnet
2013-06-18 09:19:55  |  조회 1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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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카드’로 박근혜정부 인내력 테스트

北, ‘도발-보상’ 패턴 반복…北보다 국민신뢰 얻어야

 

 

한반도 북측 지역에 또 하나의 거대한 흉물이 등장하고 있다. 한때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물로까지 일컬어졌던 개성공단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해 가동을 멈추면서 유령지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개성 봉동리 일대 100만 평 규모에 조성돼 지난 9년간 운영돼온 개성공단은 졸지에 폐쇄라는 운명을 맞게 됐다. 북한 근로자 5만 3000여 명이 완전 철수했고, 123개 진출업체에 근무하던 우리 인력도 남측지역으로 귀환했다.
앞서 1998년 11월 첫 출항했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8년 7월 북한 경비병의 남한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됐다. 또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핵 합의에 의해 건설되던 경수로 발전소가 공정률 30%를 넘기고 2006년 공사를 멈추면서 금호지구(함남 신포시 일대)도 황무지로 변했다. 이들 두 곳은 시설과 자재가 낡고 부식되면서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당국과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개성공단의 경우도 몇 달만 가동하지 못해도 정밀기계나 생산라인이 부식되고 시설이 망가져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체들의 지적이다.

북한의 일방적 강경조치로 개성공단 폐쇄
개성공단의 가동중단으로 김대중·노무현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면서 3대 경협프로젝트로 강조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이란 핵심 축은 모두 회생을 기약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사실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북 사업가들이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부문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이명박정부 초기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을 면치 못했다. 비핵개방3000 등 MB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감도 컸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기 ‘퍼주기’란 비판 속에 추진됐던 천문학적인 대북지원과 정상회담 비밀송금, 경협사업이 MB정부에서 중단됐고, 대신 원칙을 앞세운 대북정책이 시행되자 북한은 심각한 부적응 상태에 빠졌다. 남북관계도 돌파구 마련을 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이런 반작용으로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있었던 게 사실이다. 북한도 남북관계의 경색만으로는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취임 이후에도 상당기간 거명비난을 않는 태도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제기한 대북구상인 한반도신뢰 프로세스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는 구체화했다. 북한이 흥미를 느낄 만한 대북지원 프로그램이나 전향적인 대북조치들이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에 담겼다는 점에서다. 대선을 전후해 벌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출범에 따른 기대감은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방문과 개성지역 관광을 연계한 남북 프로젝트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중단된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고, 남북관계 전반의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막무가내식 조치에 박근혜정부의 대북접근 방식은 북한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성공단은 이 같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의 수순에 접어들게 된 것은 북한의 일방적 강경조치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대남 도발위협과 극언을 쏟아내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절대 권력자인 김정은이 최전방부대를 방문해 “적진을 벌초해 버리라”거나 “한 놈도 남김없이 수장시킬 것”을 지시하면서 북한 군부는 물론 노동당과 내각의 핵심 간부와 기관들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충성경쟁은 불가피했고, 각 부문별로 대남압박과 비방카드를 제시해야 했다. 원자력총국 등은 경수로발전소의 건설 등을 공언하면서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위협성 발표를 했다. 결국 노동당의 통일전선부 라인에서 개성공단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北, 5만여 근로자 통해 한 해 8000만 달러 수입
북한의 위협이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사태가 심각하게 치달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응한 5·24 대북 제재조치 때도 공단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MB정부 때 수차례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개성공단은 먼저 문을 닫고 나오는 사람이 지는 게임처럼 받아들여진 게 사실이다. 남북 어느 쪽이든 엄청난 부담이 따르고 그에 따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상조짐이 드러난 것은 지난 4월 3일 오전이었다. 개성공단 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근무하는 북한 측 관계자는 우리 측에 “남측의 인원과 물자의 출입을 제한 하겠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출경(남측→개성공단) 수속이 전면 중단되면서 공단 가동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출입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단은 정상 가동됐지만 사업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앞서 3월 30일 북측 공단관리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입장표명은 공단이 파국적 상황을 맞게 되는 첫 전조였다. 총국 측은 “괴뢰 역적들이 개성공업지구가 간신히 유지되는 것에 대해 나발질(헛소리)을 하며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가차 없이 차단·폐쇄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측이 언급한 존엄은 바로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는 남한 언론과 여론의 지적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우리 정부당국은 “우리 사회의 다원성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라며 반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단에서 일하는 5만 3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지난 한해 벌어들인 달러는 8000만 달러(한화 89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근로자 1명당 월평균 134달러를 주는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돈은 북한 당국이 우리 기업으로부터 직접 받아 가기 때문에 북한 근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근로자에게는 기초적인 배급과 북한 돈 월급만 주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돈을 당국이 챙길 수 있다는 게 북한경제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 해 1억 달러 가까운 돈이 북한 당국에 흘러들어가고,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쓰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달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통행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우려는 증폭됐다. 우리 측에서 개성공단 쪽으로의 인원과 물자 유입이 전면 차단되면서 공단운영은 파행을 겪었다. 원부자재의 공급이 중단됐고 가스와 유류 등이 부족해지면서 공장의 정상가동이 어려워졌다. 현지에 발이 묶인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식자재 등의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먹는 문제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초래됐다.

김양건 공단 등장 이후 근로자 전원 철수
북한의 위협이 행동에 옮겨진 건 지난 4월 8일이었다. 당초 이날 오전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개성공단에 전격 등장했을 때 공단운영과 관련한 긍정적 조치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김양건이 대남 대화파로 분류된다는 점 등을 들어 공단 통행제한 등의 조치를 해제하는 쪽으로의 결정을 위한 ‘현지점검’일 것이란 얘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김양건이 공단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은 김양건 명의의 담화를 통해 공단 내에서 일하던 북측 근로자의 전원철수 조치를 밝혔다. 근로자 모두를 뺀다는 건 공단을 멈춰 세우겠다는 얘기였다. 김양건은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지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며 공을 남측에 넘기려 했다.
북한이 공단 근로자 전원철수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해 놓고 각본대로 움직인 것이란 진단도 제기됐다. 김양건은 이날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측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입주업체를 둘러봤다. 그러나 김양건의 공단방문 소식은 낮 12시 48분에 나왔다. 김양건이 평양으로 귀환하기도 전(개성~평양은 차로 2시간 30분 거리) 보도가 나온 건 이미 짜인 발표문이 있었다는 얘기다. 북한이 공단에서 북측 인력을 모두 철수한 건 2004년 12월 공단 가동 후 처음이었다.

박근혜정부, 개성공단 문제 단호한 입장
북한이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로 간주될 극단적 조치를 내놓자 군부 주도의 대남 강경 분위기가 반영된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전면대결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하루 수백 명의 남한 인력과 장비가 휴전선을 넘는 상황을 강경 성향의 세력들이 그냥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었다. 사실 북한 군부는 공단 조성 단계에서부터 불만을 표출해왔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공단 부지를 현대 측에 내주었고, 이 지역에 주둔하던 군부대 막사 등이 이전하게 되자 군부 일각에서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를 놓고 “장군님(김정일)이 남측 기업에 특혜를 베푼 것”이란 식으로 시혜성 조치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북한군은 후방 이전배치가 아니라 공단 인근지역 측방으로 이동해 군사전략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게 우리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북한 군부는 부대 이전 비용 등으로 막대한 돈을 현대 측으로부터 챙겼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남한 내에서 ‘임금=김정은 돈줄’이란 여론이 번지자 이를 차단하려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양건은 담화에서 “남조선 대결 광신자들은 ‘돈줄’이니 억류·인질이니 하면서 우리의 존엄(김정은을 지칭)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일각에서 유사시 우리 근로자들이 북한의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이에 대응해 구출작전 등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대남 비난과 공단 근로자 철수의 빌미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박근혜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는 대북조치는 4월 25일 나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근무자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북한 당국에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이 당국 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우리로서는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26일 오전까지 입장을 회신해 달라”고 시한까지 정해 북한을 압박했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하루 전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만나 “식자재 반입이 20일째 허용되지 않아 거기 남아 있는 우리 국민의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개성공단을 볼모로 새 정부를 흔들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도 감지됐다.
북한은 2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자는 우리의 당국회담 제의를 거부했다. 그러자 정부도 대통령 주재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공단에 잔류하고 있던 남측 기업 관계자와 공단관리위원회 직원 176명의 전원 철수를 결정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29일 노동신문을 통해 “계속 사태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경고한 대로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노동신문은 “개성공업지구가 끝내 완전 폐쇄될 경우 현 괴뢰 정권은 이명박 역적패당보다 더한 대결 정권으로 낙인 찍히게 될 것”이라며 책임을 남측에 떠넘겼다.
공단 철수를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5월 3일 오후 6시 30분 북한 측이 요구한 미수금을 전달하기 위해 김호년 개성공단 관리위 부위원장 등 우리 측 5명과 현금 수송 차량 2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다. 수송 차량엔 개성공단 미수금 1300만 달러(약 142억 원)가 실려 있었다. 구체적 내역은 ▶북한 근로자 5만 3000여 명의 3월 임금 730만 달러 ▶2012년 기업소득세 400만 달러 ▶통신비와 폐기물처리비 등 170만 달러 등이었다. 약 30분 뒤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최후의 7인’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모습을 보였다.

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는 북의 패착
북한은 개성공단 카드를 내세워 박근혜정부의 대북 인내력을 테스트하고 길들이기를 시도했다. 마치 이명박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7월 북측 병사에 의한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이 터지자 이를 원만히 해결하기보다는 남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쪽을 택한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북한은 강공 일변도의 대남공세 와중에 공단근로자 5만여 명을 일방적으로 전원 철수시키는 패착을 뒀다. 그리고 공단 올스톱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수세에 몰리자 북한은 절박한 상황에 몰린 우리 기업인들을 이용해 혼선을 부채질했다. 완제품과 원자재 반출에 응할 용의가 있으니 방북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북한과 실무협상을 통해 개성공단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을 헝클어트리려는 꼼수다.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 타결은 물론 대미대화 시도 등이 여의치 않자 김정은은 최용해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특사로 보내는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북중 간에 내밀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잇단 도발위협과 국제사회의 룰을 어기는 일방적인 행동을 지켜본 국제사회는 북한의 주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시험대에 올랐다. 개성공단 카드까지 빼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북접근을 요구하는 김정은 체제에 대해 보다 확고한 원칙과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조속한 가동에만 치중해 어물쩍 봉합하는 형태로 해법을 모색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남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핵찜질’ 운운해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와 협력을 하겠다고 나서는 건 문제다. 북한이 입버릇처럼 말해온 ‘우리민족끼리’가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도발과 보상을 반복하는 잘못된 대북정책의 패턴 속에서 국민이 행복감을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북한의 신뢰를 얻는 데 치중하다가는 자칫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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