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납북자 송환에 적극 나서라

북한에 의해 납치된 동진호 선장 최종석씨의 딸 최우영씨가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했던 것처럼 북한에 의해 납치된 사람들도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무현 대통령이 힘써 달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도 사랑하는 딸이 있는 것처럼 최우영씨 자신을 딸로 둔 아버지의 마음도 헤아려 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최종석씨는 최우영씨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87년 초 서해상에서 어로활동을 하다가 북한에 납치됐다. 그 새 19년이 흐른 것이다. 그동안 최우영씨는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활동해 왔다. 납북자가족협의회를 만들어 국내외에 납북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그 가족들이 당해야만 했던 고통에 대해 호소해 왔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 그나마 반향이 있었다면, 지난 연말 최우영씨가 임진각 부근의 나무에 아버지의 송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달자,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시민단체와 교회 등이 노란리본달기운동에 동참한 정도일 것이다.

최우영씨는 지난해 한 신문을 통해, 아버지의 환갑상을 차려드리고 싶다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아버지를 돌려달라고 호소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고, 최우영씨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최근 김 위원장의 중국 비밀 방문이 언론에서 주요 기사로 다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핵문제에 이어 북한의 마약, 달러 위조 등을 제기하면서 위기에 몰린 김정일 정권이 중국을 지렛대로 난국을 돌파하려 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반면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측은 김 위원장의 방문지가 광저우, 주하이, 선전 등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도했던 도시들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개혁·개방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 섞인 기대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외부의 이런저런 추측과는 별개로 김 위원장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제 국제 사회는 북한의 핵 문제나 위폐 문제 등과 별도로 인권 문제 그 자체를 핵심적인 어젠다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연말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통과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에서조차 서울 ‘북한인권국제대회’를 계기로 북한 인권 문제를 우회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다. 납북자 문제는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적 주제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진정 변화를 바란다면, 납북자 송환을 비롯한 북한의 인권 개선 없이는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한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의 임무인 우리 정부도 그동안 납북자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이산가족 상봉 때 ‘특수이산가족’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달고 한두 사람을 상봉장에 끼워넣는 게 고작이었다. 이는 일본의 경우와 극명히 대비된다. 일본은 총리가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당당히 피랍자 송환을 요구했고, 김 위원장이 직접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피랍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돌려보낸 바 있다.

최우영씨의 편지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납북자 가족의 고통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위로를 표한다”면서 “앞으로도 납북자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말 그대로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최우영씨가 흘린 눈물을 일부나마 보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수많은 납북자 가족들의 눈물이 분노한 강물이 되어 자신들을 휩쓸어갈 것이다.

한기홍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