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위해선 과감한 투쟁 나서야”

북한민주화네트워크·북한민주화위원회 등 6개 단체 공동주최 ‘북한인권국제포럼’
“자식이 공개처형당하는 아버지 봐야하는 잔혹한 북한…한미일공조 강화해야”

2007-05-21 19:05:04

“공개처형 당하는 탈북자 아버지를 그 아들·딸들이 강제로 지켜보는 참혹한 광경이 북한의 현실이다.”

한국에 민주화가 발현된 지 20년이 지나고 있다. 억압과 침묵의 밀실에서 대중은 ‘광장’에서 전방위적 자유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민주화가 뿌리내린 2007년 현재에도 북한은 부모의 공개처형을 지켜보며 서로를 고발하는 ‘인민재판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포럼’은 이같은 북한의 현실에 대한 고민과 개선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 북한민주화위원회, 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 프리덤하우스, 자유주의연대 등 6개 단체들이 함께한 ‘북한인권국제포럼’은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가 정치적 판단과 이해관계에 의해서 수단화되는 것을 지양하고,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 북한 인권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키 위해 마련된 것.

이날 포럼에 앞서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은 “이번 2·13 합의로 북한 인권문제가 뒷전으로 물러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며 “호전적이고 비인간적인 김정일 체제의 변화를 위해선 국제공조와 함께 비판여론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유엔의 대북결의안을 후퇴시키는 것은 객관적 신뢰성을 잃게 한다”면서 “북한인권에 정부가 무관심한 현 상황에서 인권을 개선하는 첩경은 강경책으로 북한의 개선의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연대 류근일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은 “공개처형당하는 ‘탈북자’ 아버지를 그 아들·딸들이 강제로 봐야 하는 참혹한 광경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일방적인 ‘짝사랑’ 정책으로 북한은 바뀌지 않고 주민들의 고통만 연장시켜준다”는 말로 대북지원을 유보할 것을 요구했다.

류 고문은 “대북정책을 주민을 위한 햇볕정책으로 바꾸려면 우리사회의 양심적 세력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인민재판장으로 만든 전범자적 김정일 정권과 김정일의 인권압살을 외면하는 남한 일부 정치 세력에 맞서 과감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압살당하는 북한 주민 외면하는 우리정부, 진정한 햇볕이 필요하다”

‘6자회담과 북한인권’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은 오전에 있었던 북한인권실태 보고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열악해지는 북한인권문제를 보다 국제적 논제로 공론화하는 한편,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론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이날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이며 강력한 수단으로 6자회담을 북한인권개선의 지렛대로 사용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이들은 북한 핵문제로 인해 인권문제가 잊혀지고 있는데 우려를 나타내면서 인권개선을 위한 보다 강한 ‘액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덤하우스 토마스 밀리아 사무부총장은 “조선인민공화국은 납치를 공공연히 자행하는 전체주의 독재국가이자 정부에 의한 정보통제가 가장 오웰적, 즉 개인을 말살하고 ‘비인간화’된 국가”라고 규정한 뒤 “지난 역사와 현재의 사건들은 자국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는 타국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강한 연관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인권개선이 북한문제 해결의 시작점임을 강조했다.

이어 밀리아 사무부총장은 “중국은 탈북자에 대한 난민지위를 거부하여 탈북자를 절망으로 몰고 가는 한편 광포한 수용소를 지원하고 떠받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면서 “북한의 악명높은 인권유린과 관련된 몇 가지 논쟁들은 비핵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복잡하게 하거나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그는 “1957년 헬싱키협약에서 보듯이 역사는 인권문제를 포함한 대화의 접근이 절대 모순되거나 일관성 없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만큼 동북아 지역와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있어 보다 혁신적인 접근방식은 인권개선임에 주목해야 한다”며 “6자회담이 다시 결렬되지 않는다면 인권과 인간안보에 대한 문제가 워킹그룹 내에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밀리아 사무부총장은 “국제사회는 고립된 북한에서 가혹하게 발생하고 있는 인권유린과 관련된 정보가 빈약했던 탓에 인권참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무지는 더 이상 이유가 될 수 없다. 탈북자들과 난민들의 증언으로 입증된 북한주민들에 대한 유린과 탄압의 참사를 무시한다면 우리들 중 누구도 심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말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연구위원은 “6자회담의 주요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이 대단히 낮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면서 “결국 불가능함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은 한미일 3국이 북한인권문제를 대중의 주요 관심사로 이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6자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 의제상정이 어려운 이유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6자회담 본래 목적이 북핵문제 해결인데 인권문제와의 연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점 ▲인권문제를 내걸 경우 6자회담이 불투명하다는 점 등을 꼽으면서 “특히 미국과 일본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은 뚜렷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를 수교 등 다른 문제와 직접 연계시키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김정일의 통치권의 본질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정간섭’으로 간주하여 인권문제에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한국정부는 북한의 6자회담 불참으로 회담 자체가 결렬될 것을 우려,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미온적 태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북한은 외부의 도움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만큼 완전폐쇄국가는 아니다” 면서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의지의 척도는 인권개선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인권개선을 위한 공론화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날 포럼에는 대한변협북한인권소위원회 이재원 위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프리덤하우스 토마스 밀리아 사무부총장을 비롯하여 데이비드 호크 국제앰네스티(AI) 미국지부 전 사무총장,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연구위원, 통일연구소 박영호 선임연구위원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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