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대북정책, 총체적 실패 이르러”
유호열 교수, 북민넷 주최 북한전략포럼서 언급

김필재 기자 2007-07-04 오후 7:21:22

대북인권 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배제빌딩에서 ‘한국정부의 대북지원정책, 北 개혁·개방을 이끌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는 이날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종합 평가 진단 및 현 정부 대북지원과 북한 개혁·개방의 상관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의 발언 요약. <편집자주>


현 정부의 대북지원사업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추진되어 상당한 성과를 거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대북지원의 원칙이 훼손되고 파행적으로 추진됨으로써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면서 과거 남한의 대북 봉쇄정책이나 선의의 무관심 정책이 북한의 건설적 변화를 유도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 현 정부의 대북지원정책은 한마디로 겉만 좋고 실속은 없는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규정할 수 있다.

첫째, 북한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와 배려는 북한 당국과 인민들로 하여금 남한과의 교류협력이나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을 왜곡 인식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자체의 잘못된 형태에 대한 교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물고기 잡는 방법 대신 물고기만 준 대북정책”

북한 지도부의 합리적 정책결정에 대한 오판은 북한 당국과 엘리트들의 냉혹한 체제수호 본능만을 자극했을 뿐 진정으로 북한 체제가 지향해야 할 합리적 정책 선택을 지연시키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그 본래 의도와는 달리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물고기만을 줌으로써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체제 개방과 정책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전개하지 않아도 좋다는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개혁/개방의 체제전환과정에서 심각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대다수 국가들이 국제사회의 강요된 선택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자애로운 지원정책에 힘입어, 또는 이를 악용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변화 요인을 차단하는데 안심하고 진력할 수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김정일 정권, 남한 지원 역이용해 독재체제 강화”

셋째, 현 정부의 대북포용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논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지난 9년 여 동안 대북포용정책 추진 결과 북한이 그 이전과 비교할 때 핵개발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꾸준히 개발해 왔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지원은 북한 당국이 제한된 자원과 에너지를 핵무기와 기타 WMD의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뒷받침해 주었다. 아울러 김정일 정권의 선군정치에 의한 군사력 강화는 대남정책을 공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결국 기로에 섰던 북한 정부는 남한의 대북지원정책을 역이용해 진정한 개혁/개방 정책 대신 내부적으로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동시에 선군정치에 의한 군사력 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을 주도할 엘리트들의 진출을 억제하는데 배경 변수로 활용했다.

“대북지원과 교류협력 각 단계마다 연계 추진해야”

따라서 현 상황에서 남북한 평화공존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긍정적 변화는 개혁·개방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북한지도부가 진정으로 굶주리는 백성들을 먹여 살리고 나아가 경제 개발과 인민생활수준의 전반적 향상을 추구한다면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의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러한 선택을 강제할 수단으로서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은 각 단계마다 전략적으로 연계해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한간 시혜차원의 일방 통행식 지원과 교류협력은 한계가 있다. 남북간 교류협력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성과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교류협력이 법제화되고 제도화되어야 한다.

“김정일 정권과의 교류, 반대급부 확실히 규정해야”

북한과의 쌍방향 교류협력은 북한이나 일부 국내좌파에서 주장하는 등가적 상호주의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와 같이 경제사정이 열악한 북한과의 교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호혜적 정신에 입각한 쌍방향 상호주의는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확실히 규정하고 준수케 함으로써 북한이 향후 시장경제에 적응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북한의 선(先)순환적 변화와 남북관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북한인들이 남한을 방문하고 남한 사회 내에서의 교류협력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남한이 대북지원사업을 확대하듯이 북한도 남한이 필요로 하고 남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이를 적극 발굴, 개발해 남북한이 남북간 소위 쌍방향의 지원·교류협력사업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상생의 남북관계가 정착될 것이다.

정리/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