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10년, 北개혁 도움 안돼”

‘바람직한 남북 경협 모델’ 포럼서 지적 쏟아져

개성공단사업 등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지난 10년간 추진해왔던 남북경제협력이 북한내 시장 경제 확산이나 개혁·개방 등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이 향후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개최한 ‘남북정상회담과 바람직한 남북 경협 모델 - 남북 경협 10년 평가 및 향후 방향’전략포럼에서 “남북경협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지역 건설과 관련된 물자·장비 반출이 대부분으로 실질적인 남북 상호간의 상업성 거래는 아직도 크게 미흡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퍼주기’라는 비판적 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대북 지원이 우리가 바라는 남북관계 개선 효과,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며 “문제는 지원에 따른 반대급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의 대내 개혁과 대외 개방을 지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반대 급부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경협 개선을 위해 ▲남한 기업인의 자유로운 방북 보장 ▲열악한 물류시스템에 따른 고물류 비용 문제 해결 ▲남북간 금융시스템의 제도화 등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한편 허만섭 한국토지공사 북한사업센터장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경영간섭, 임금직불 등 기업 경영활동 장애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며 “남북경협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에 대해 북측에 정확하고도 신속히 전달하고 이를 종합하여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강력한 지휘본부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도 남북 경협의 제도화를 위해 “중국과 홍콩이 체결한 경제협력 강화 약정과 같은 일종의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협정에 대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협 제도화 틀 안에서 물자교역과 투자 사업을 논의하고 국제사회에서 남북한 경제교류 방식을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남북간 일반 교역과 위탁교역 등 민간무역 추이와 개성공단, 금강산사업 등 사실상 정부 주도 사업을 시장 친화적 거래와 비친화적 거래로 나눠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남북경협이 상당히 시장비친화적으로 진행돼 왔음이 밝혀졌다”며 “남북 경협은 북한의 시장경제 촉진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가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남북 경협은 근본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개성공단과 관련한 은행 대출이나 담보 평가시 북한의 국가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은 ‘개성공단 지원법’을 대표적인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분석하고 “북한의 개혁, 개방 유도에 큰 효과가 없는 경협 사업들이 다수를 차지, 북한과 남한의 경제협력에 결과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