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10년, 북 개혁·개방에 ‘역주행’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 북한전략포럼…전문가들 “북한 변화 못 이끌어내”
“북과 연계성 없는 ‘정부발(發)’ 대북사업, 중국보다 오히려 더 사회주의적”

2007-09-05 19:02:11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남북경협 확대가 다뤄질 것이라고 시사한 가운데 남북경협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일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사장 유세희)는 5일 서울 중구 정동 배재학술센터에서 제3차 북한전략포럼을 개최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남북경협의 성과와 의의를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바람직한 남북경협모델 : 남북경협 10년 평가 및 향후 방향’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햇볕정책 이후 지난 10년간 남북교역이 증가했음에도 북한 내 시장경제 확산 등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이 비(非)시장친화적 교역, 즉 소비재 거래와 같은 일반 무역 거래나 민간 주도형 투자보다는 인도주의 지원 등 비상업적 거래와 정부주도형 투자가 상당수 차지, 북한의 개혁·개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햇볕정책 10년, 비시장친화성 심화된 남북경협”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금강산관광 및 민간경협과 관련, “남북 간 일반 소비재 및 위탁 교역 등 민간무역과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이 사실상 정부 주도로 추진되어 왔으며 세부적으로 ‘시장친화적 거래’와 ‘비친화적 거래’로 나눠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남북경협이 비시장친화적으로 진행돼 왔음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을 비교하여 “북중경협은 대부분 일반 무역 거래로서 소비재 교역이 주를 이루며 광산 개발, 유통 분야 등 민간 주도형 투자가 다수인 반면 남북교역은 일반 상거래뿐 아니라 인도주의 지원 등 비상업적 거래와 상업적 거래도 정부 주도로 진행돼 왔다”면서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 중국은 자본주의적 경협을 하는 반면 한국은 사회주의적 경협을 하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이어 하 대표는 “개성공단과 관련한 은행 대출이나 담보 평가시 북한의 국가 리스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개성공단 지원법’과 같은 정책은 북한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남북경협 참가 기업의 시장친화성에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며 “남북경협은 북한의 시장경제 촉진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가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남북 경협은 근본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반관반민 개성공단 사업은 일부 민간 성격이 있기는 하나 개성지역이 다른 지역과 고립돼 있어 북한 내 사업과의 연계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에 큰 효과가 없는 경협 사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인적 접촉이 거의 없는 금강산관광과 같은 사업에 대폭적인 지원을 한 것 또한 정책적 오류였다”고 평가했다.

하 대표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시장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인적 접촉을 늘리고 한국 국민과의 접촉 자유화를 보장받는 한편, 한국 내에서도 경협인센티브를 도입,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남북경협에서 우리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북한 내 인프라 건설 지원과 인권 개선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선임연구위원 또한 “남북경협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지역 건설과 관련된 물자·장비 반출이 대부분으로 실질적인 남북 상호간의 상업성 거래는 아직도 크게 미흡한 상황”이라면서 “경제적 격차가 엄청난 상황에서 어떤 형태의 남북경협이라도 지원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지만 북한과의 경협이 물질적 반대급부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반대급부를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퍼주기’라는 비판적 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대북 지원이 우리가 바라는 남북관계 개선 효과,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대내 개혁과 대외 개방을 지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은 체제 유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인적 접촉과 교류는 최소화하면서 경협에서 경제적 논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는 전환을 하지 않으려는 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교류와 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향후 ▲남한 기업인의 자유로운 방북 보장 ▲열악한 물류시스템에 따른 고물류 비용 문제 해결 ▲남북간 금융시스템의 제도화 등을 통해 남북경협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