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낙관적 이상주의적으로만 접근해서 안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 북한전략포럼…변화 유도할 현실적 대북정책 강조
“10.4남북공동선언 승패는 북의 개혁·개방의지에 달려…체제 붕괴 등도 가정해야 한다”

2007-11-09 13:47:41

10.4남북공동선언의 승패는 북한의 개혁·개방의지에 달려 있으며 일관된 대북정책만이 북한의 궁극적 변화의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로 9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센터에서 열린 북한전략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변화를 강제 또는 유도하기 위해서는 낙관적 이상주의를 가정하기 보다는 북한 체제의 붕괴 등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북정상회담과 향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군비통제실장은 “10.4남북공동선언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북한의 변화의지”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현재 한반도의 정세는 낙관적인 이상주의와 경제론적 현실주의로 볼 것인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상반된 2개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어떤 시각을 중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의지, 즉 개혁·개방의지”라고 전제한 뒤 “북한이 변화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고자 결단하는 게 핵심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인권개선과 민주화 등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남북관계의 첫 시작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삶의 질 향상과 민주화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시장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로 자연스럽게 이행할 수 있게 하고 경제난에 따른 체제불안도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어 북한의 ‘무장해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실장은 “이럴 경우 북한이 핵무기로 체제를 수호할 필요도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 선군정치를 펼칠 이유도 없어져 당장 핵폐기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도 개선될 수 있고 대북지원을 할 명분이 생긴다”며 “결국 남북이 함께 잘 사는 공영의 길도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결심했다면 10조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남북경협이나 종전선언은 다가올 남북공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면서 “특히 변화의지가 굳건한 북한이라면 남한의 경제력을 절실히 바랄 것이기 때문에 NLL을 시비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므로 NLL이 존중되는 선에서 서해공동어로수역 등 웬만한 경제적 양보도 무방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이같은 낙관론은 북한의 선택에 달렸음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여전히 체제수호에 매달리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며 “수혜자가 직접 원조를 수령하도록 보장하는 ‘분배의 투명성’을 받아들일리 만무하고 대북지원금은 핵무기 제조 등에 사용되어 북한 주민을 더 오래 어둠의 체제에 가둬두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실장은 “유감스럽게도 북한의 현실은 평화경제론이나 우리민족끼리를 적용하기엔 여전히 변화의지가 요지부동이다”면서 “수령독재체제 유지가 최우선 정책목표라는 점이 변하지 않은 만큼 낙관적 이상주의로 국민들에게 장밋빛 그림들만 설파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북한이 독재체제와 벼랑 끝 전술 등 현재의 방식을 바꿀 의사가 없음은 10.4남북공동선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에는 막대한 납세부담, NLL 무력화 가능성 등 뜨거운 감자들을 삼키도록 요구하면서 북한이 감내할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다”며 “남한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평화정착’같은 추상적 미래의 보상들과 당장 짊어져야 할 현실적 부담을 동일하게 취급, 이번 공동선언을 ‘균형적 선언’이라고 우겨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연구위원은 ‘북한의 미래 선택과 대선 이후의 대북정책’이라는 주제 아래 “가장 나쁜 대북 정책은 어정쩡한 정책인 바, 차기 정부는 북한에 대해 확고한 봉쇄와 압박을 할 것인지, 유연하면서도 집요하게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강제할 것인지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반드시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 길을 내다보고 대북정책을 짜야 한다”면서 “여기에 한반도 안보와 남북한 주민들에 가장 유리한 길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이 외부조건만 잘 조성되면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 짜여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개방을 선택할 가능성도 아주 낮고 설사 선택한다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 또한 매우 낮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이어 “북한체제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붕괴가 기정사실화 됐다”며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 체제 붕괴를 전제로 붕괴의 시기를 어떻게 조절하고 붕괴 이후의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북한에 지원을 하고 투자 하는 게 북한 주민의 고통만 연장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대북지원 등에 회의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책을 펴면 김정일 정권의 내성만 강화해 줄 뿐 체제 변화도 안되고 북한의 사회경제 발전도 안 될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차기 정부는 북한에 확고한 입장을 정하고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강력한 봉쇄와 압박을 가하든지 유연하면서도 집요하게 개혁·개방을 강제할 것인지 정해야 김정일 정권의 교묘한 계략에 말려들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은 정부-민간단체의 2인3각 체제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부의 입장이 일단 확고하게 정해지면 민간단체들은 조용한 이론적 비판이나 토론을 계속 해 나가되 정부 정책을 흔드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있는 시위 같은 것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외교적으로 난감하거나 국내 정치적으로 곤란한 사안의 경우, 민간단체가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서강대 김영수 교수, 데일리NK 손광주 편집국장, 고려대 남성욱 교수, 탈북자 출신인 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 강철환 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