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개선위해 관민협의체 구성해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13개 북한인권 관련 단체, 대표자 정책간담회 가져
“국가안전보장회의나 통일부 등에 별도의 인권담당 창구 개설해야” 한 목소리

2007-12-05 19:04:12

정부의 UN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이후 북한인권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는 북한인권 개선을 담당하는 민관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해 납북자가족모임, 뉴라이트싱크넷, 북한민주화위원회,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학생연대, 열린북한방송,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피랍탈북인권연대 등 13개 탈북자 및 납북자, 북한인권 관련 단체 대표들은 5일 서울 종로구 소머셋팰리스호텔에서 정책간담회를 갖고 차기 정부의 대북인권 정책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유세희 이사장은 “북한인권문제는 북핵문제 등으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아져 있는 상태”라면서 “때문에 북한인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이것이 차기 정부에 반영되게 하려면 인수위원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할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 이사장은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지난 10년 간 햇볕정책이 북한의 인권탄압을 오히려 가중시켰을 뿐 아니라 남남갈등을 야기해 남한 발전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차기 정부는 대북정책으로 인해 남남갈등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도 “북한인권 개선의 현실적인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와 민간이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나 통일부에 북한인권 개선을 담당하는 창구를 설치하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이어 “핵우선론으로 북한인권 문제가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지만 핵과 인권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둘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북한인권단체들이 국민교육 등을 통해 공론화하여 인권문제의 우선순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표들은 “지속적 대북지원에도 불구한 만성적·절대적 기아가 계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정치범수용소 확대, 강제북송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 공개처형, 개인농·장마당에 대한 통제 강화 등 북한의 현실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식량난과 대내외의 개방 압력이 북한의 민주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선군정치체제가 겅화되는 역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원칙”이라고 강조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일본은 대북관계의 첫 머리에 납치문제 해결을 놓고 정면돌파를 택했으나 우리는 쉬운 문제를 다 풀고 어려운 문제를 나중에 푼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태도로는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차기 정부는 인수위 단계부터 북한에 ‘인권문제 선해결’ 등 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이재원 위원장은 “차기 정부가 흔들리지 않는 인권정책의 원칙을 수립, 북한정권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뒤 “특히 북한인권문제를 소위 ‘남북의 특수관계’라는 정치문제와 분리하고 국민의 인권의식 고양을 위해 교육, 홍보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지원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반성 및 분석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대표는 “납북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특별법의 경우, 전시행정용에 불과하고 그나마 있는 법안도 무시되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전 정권의 정책 성패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대표들은 “지난 10년 간 대북정책에 있어 잘못된 씨앗을 뿌렸던 탓에 북한의 눈치를 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북한인권개선 정책안 수립과 로드맵을 마련하며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등 대북정책의 원칙을 바로세우고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북한인권법안 제정 ▲대국민 홍보·교육 방안 마련 ▲민·관 공동주최의 ‘북한인권국제회의’ 개최 ▲북한인권개선 한국형 ‘헬싱키 프로세스’ 추진 ▲국군포로 및 납북자와 이산가족 문제 분리 해결 ▲탈북자 인권보호 ▲정치범수용소 실태파악 및 대책마련 ▲대북 민간방송에 대한 지원·역할 확대 등을 구체적 집행과제로 제시했다.

대표들은 대선 전까지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략적인 정책제안서를 만들고 인수위에 이를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옥화 간사, 뉴라이트싱크넷 김영호 운영위원장,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이재원 위원장, 데일리NK 손광주 편집국장,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유세희 이사장, 김윤태 사무총장, 북한민주화위원회 강철환 부위원장, 북한인권정보센터 허선행 사무국장, 북한인권학생연대 성하윤 대표,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