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위해 북한인권기록소 운영해야”

북한인권단체 등 ‘북 인권과 대한민국 정부조직 역할’ 토론회
“가혹행위 자제 경고에 분단극복 의지 표명 효과 거둘 수 있어”
2008-01-25 18:20:20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북한인권기록소 및 북한인권박물관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제기됐다.

북한인권정책협의회와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서울 중구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북한 인권과 대한민국 정부조직의 역할’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향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시키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남한에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리고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와 자발적 민주화를 유도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에서 북한인권분야를 업무의 50% 확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대북방송에 대한 지원 확대 △북한인권박물관 설치 등을 주문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북한 당국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사후처벌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소장은 “북한의 인권 피해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제7조 1항에 명시된 살인, 추방, 강간, 강제이주, 고문, 박해, 강제실종 등 각종 범죄들이 널리 자행되고 있다”며 “이같은 인권침해 실태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자료 수집과 축적을 통해 향후 형사소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동독지역 정치적 폭행사레 기록보존소’를 벤치마킹해 비슷한 기관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독지역 정치적 폭행 사례 기록보존소’는 과거 서독이 1961년부터 잘츠기터에 운영하던 중앙법무기록보존소다. 서독은 언론매체 분석, 동독출신 정치범 및 서독지역으로 온 탈출자,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수집, 연방국경수비대의 현황보고서 접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동독 정부의 인권침해 행위를 수집해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지역 사법분야 종사자의 재임용 심사자료, 동독지역에서 박해받은 자에 대한 보상 결정을 위한 증거자료, 반인권범죄 행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증거자료 등으로 활용됐다.

윤 소장은 “‘동독지역 정치적 폭행 사례 기록보존소’는 동독 정부 핵심부가 인권침해 행위에 개입돼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식시키고 동독 정부측에 통일 이후 처벌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냄으로써 가혹행위를 자제케 했다”면서 “특히 분단으로 인한 민족적 고통을 최소화시키고 분단 극복의 당위성 및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하여 통일 이후 이질감 극복에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통해 북한 당국에 간접적으로 인권 개선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윤 소장은 “북한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하여 북한 내부에 대한 공개적인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보 제공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만 현재의 남북관계와 남북한 간에 인권의 개념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행위를 기록하는 사업이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설립과 운영은 신중해야 한다. 정부 내 설치보다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북한인권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북한인권정책과 관련한 업무 효율성 및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북한인권 분야를 국가인권위원회 업무의 50%까지 확대하고 통일교육원을 정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 대표는 “북한 인권은 남한의 인권 상황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업무 비중을 점진적으로 50%까지 확대하고 인권위 산하에 ‘북한인권 특위’ 설치하여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조사, 연구, 교육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 대표는 “현재 통일교육원은 통일부의 한 부처로서 정권이 바뀌면 그 시책을 홍보하는 기관이 되어 교육의 일관성이 사라졌다”면서 “북한 실상 및 인권 교육이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통일교육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 대표는 낭만적 대북관을 바로잡고 북한인권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통일교육지원법 제4조에 의한 통일교육기본계획 수립에 있어서 북한인권 교육에 관한 사항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민주평통 교육 사업에서도 북한 실상 및 인권 교육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경찰청, 통일부, 기타 국가 교육기관 등에 탈북자가 포함된 북한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국민들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뮤지엄과 같은 북한 인권 박물관과 북한 전문 케이블 TV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한 주민에게 한국 민간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전달, 유통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 방송 주파수를 관리할 부서를 설치하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대북 방송 주파수를 민간에게 개방하는 등 민간대북방송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