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2명 송환요청 있었다"
정부당국자 확인… "北 눈치보기 아니냐" 의혹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지난 8일 북한 주민 22명이 서해상으로 넘어왔을 때 이들을 "북으로 돌려보내라"는 북측 요청이 있었다고 18일 정부 당국자가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22명을 몇 시간도 조사하지 않고 당일 북송(北送)한 것이 북측의 요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와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20분쯤 북측이 국제상선통신망(함정 간 핫라인)을 통해 "우리 선박 2척이 조난을 당해 내려갔으니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 무렵 북한 주민 22명은 고무 보트에서 남측 함정으로 옮겨 타고 있었다. 첫 발견 시점(오전 5시10분) 이후 3시간쯤 지난 뒤다. 남북은 2004년 6월부터 서해상에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국제상선통신망 주파수를 이용해 함정 간 교신을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군(軍)에선 이들을 곧바로 돌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인원이 워낙 많아 귀순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남측 배로 옮겨 실었다"고 말했다. 북측에는 국제상선통신망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한편 탈북자 연합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와 북한인권단체연합회(대표회장 김상철)·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 등 주요 인권단체들은 정부의 이번 처사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황장엽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매우 유감스럽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구 운동권에서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도 "이번 사건이 좌파 10년의 정체를 말해주는 것"이라며 절대로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