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경제개혁 조건으로 식량 지원해야"<토론회>(종합)
기사입력 2008-07-04 17:40

"구호식량으론 해결못해"..'식량지원국.단체 협의체 구성' 제안도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북한의 식량난은 단기 요인에 의한 '대규모 기근'이 아니라 군수산업 위주 경제체제와 폐쇄적 사회주의에 따른 '만성적 빈곤'의 성격이 강한 만큼, 이의 해결을 위해선 북한의 경제체제 변화를 유도하고 외부사회의 지원방식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4일 오후 주최한 '북한 식량난의 진실과 해법 : 대북 식량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식량문제는 개발체제를 바꿔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식량난의 근본 원인과 문제점'이라는 발표를 통해 "식량난을 '대규모 기근' 발생을 강조하는 대량아사설의 관점에서 볼 것인지 '만성적 빈곤'의 문제로 볼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북한 상황은 만성적 빈곤"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량아사설'은 "근거가 희박한 '기근'의 가능성을 과장해 단기적인 긴급구호성 지원 문제로 몰아간 점"에 오류가 있다며 "지난해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총액은 1998년보다 약10배나 증가했지만 북한 상황은 그에 비례해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식량난 지속은 "총알을 중시하는 '선군정치' 체제와 폐쇄적인 '우리식 사회주의' 때문"이므로 "경제발전을 우선하는 '선부(先富)' 체제로 개발체제를 바꾸고 식량분배에서 시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대북 식량제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발표문에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 상습적으로 해외 구호양곡에 의존해 왔지만 식량난은 '일시적 기근'이 아닌 '만성적 기근'이어서 일시적 대책인 양곡 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공감했다.

그는 "북한 기근의 본질은 생산량 감소와 수입 부진에 따라 '식량 획득 권리(Food Entitlement)'의 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구호식량 제공이나 비료 공급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국 및 단체와 협의체를 결성, 식량지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북한이 모자라는 식량을 스스로 구입할 능력을 갖추도록 경제개혁 조건을 제시해 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식량을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의 언론인모임인 오사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내부 저널리스트'들의 취재를 인용, "현재 북한은 '준 패닉(공황) 상태'에 들어서고 있고 '1일 2식' 현상이 대중화하고 있다"고 전하고 "다만 시장에 의한 소규모의 개인 축적이 존재하는 등의 요인으로 인해 예전과 같은 전국적 패닉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의 곡물가격이 3월 이후 급등하다가 5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지역 차가 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외부 식량원조가 얼마나 이뤄질지, 북한에 대한 무역 억제가 얼마나 해제될 것인지 등이 향후 주시해야 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인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며 "'비핵'에는 긴 기간이 필요한데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방'이 뭘 뜻하는지, 비핵.개방이 대북지원의 전제조건인지 아닌지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