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모순에 따른 북한의 ‘만성적 기아’, “해결책 있다”
정광민 박사, “북한의 정치스타일 ‘선부(先富)정치’로 선회해야”
2008-07-05 11:43:56
[ 조정희 기자 ]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뉴스한국 북한이 현재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대북 식량지원 방법론은 전문가들의 입장차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북한 식량난의 진실과 해법은 무엇일까.

최근 일부 대북인권단체들이 북한의 대기근을 막기 위해 20만 톤가량의 식량지원을 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4일 오후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통으로 불리는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식량난의 원인을 갑작스런 대기근이 아닌 ‘체제 모순이 낳은 만성적 빈곤(기아)’으로 규정하며,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북한 식량난의 진실과 해법, 대북 식량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정 박사는 북한의 상황을 “일시적이고 폭력적인 기근(famine)이 아니라 사람들이 항상 영양불량과 병약한 상태를 강제로 겪어야 하는 만성적 빈곤에 의한 기아(starvation)”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 이후 북한은 만성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기근 발생 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사안을 단기적 긴급구호성 지원문제로 몰아갔다. 이 때문에 문제해결이 이뤄지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왔다. 이제부터는 근본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북한 식량난에 대한 정 박사의 요지다. 그가 말하는 ‘다른 접근법’이란 만성적 빈곤의 근본원인인 국방을 우선으로 하는 ‘선군(先軍)정치’를 경제발전을 먼저 고려하는 ‘선부(先富)정치’로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유지해 온 선군정치는 식량보다 국방개발에 힘을 쏟는 바람에 집단농장제도로 주민들의 생산의욕을 빼앗으며, 여성과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방치하여 만성적 식량난을 일으켰다.

따라서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최우선하는 실사구시 개발 지향, 경제개발기구 수립, 수출총력과 외자유치,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한 빈곤삭감 성장전략을 수행하는 선부정치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광민 박사는 결국 북한이 ‘우리식 사회주의’로 체제모순을 악화시켰던 과거를 벗고, 개방과 협력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만이 당면한 식량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