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식량난 패닉상태’ 빠져들고 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식량난은 내부혼란 때문”
2008-07-05 11:43:30
[ 조정희 기자 ]

“북한 식량난의 특징은 시장의 패닉(Panic)이다.” 북한 내부 기자들이 펴내는 잡지 ‘림진강’의 발행인이자 일본 오사카 아시아프레스 대표인 이사마루 지로의 단언이다. 북한 내부 기자들의 보고를 통해 현지 상황을 알리고 있는 이사마루 대표는 4일 “이번 식량난의 양상은 1990년대 대기근과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대표. ⓒ뉴스한국 보고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함경북도, 평안북도 지역에서는 식량문제에 대한 지시문서가 내려왔다. 오는 7월까지 식량배급이 없으므로 각 기관, 산업소(기업소)는 자력으로 식량을 조달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기관은 감자를 대대적으로 심기 위해 면적을 파악하고 종 감자 확보에 나섰다. 주민들은 자구책으로 1990년대처럼 먹을 수 있는 야생풀을 채취하거나 식사횟수를 줄이고 질을 낮췄다.

이시마루 대표는 “수확이 빠르고 재배하기 쉬운 감자를 수확기인 7월보다 5개월이나 빠른 2월에 옮겨 심게 했다는 것은 이미 이번 봄의 식량부족을 예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문제에 대한 지시가 내려온 지 한 달 뒤 개성공단 내 한국정부 직원 추방, 황해도상에서 단거리미사일 발사, 남북대화 중단 등이 이뤄진 것을 보면 계획적인 대남관계 냉각방침으로 식량난이 초래될 것을 예상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번 식량난의 특징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미 국민 대부분 배급이 아닌 시장경제 속에서 식량을 조달하고 있는데, 지난 4월 식량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곡물가격이 떨어졌거나 외부의 식량 유입량이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비정상적으로 올라갔던 식량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양 교외지역에서 국가의 우대와 배급을 받는 군수공장에서 몇몇 노인들이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군수공장의 식량공급이 2월 말부터 끊겼고, 3월부터는 죽 먹는 세대가 증가했는데, 4월 말이 되면서 영양실조로 숨지는 노인이 나왔다는 것.

이에 대해 이시마루 대표는 단순히 국제 곡물가격 상승, 작년 수해 등 외부요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렵고 내부혼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국가배급정책인 ‘112호 토지제 폐지’, ‘배급의 불안정성’, ‘시장억제’, ‘한국의 비료공급에서의 차질’, ‘매점매석과 농촌에서의 도난피해’, ‘유가 상승으로 인한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식량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시마루 대표는 “현재 북한이 준 패닉상태에 들어서고 있다. 무역억제 해제와 대외 수출원천 존재가 자력의 근간이 된다. 하지만 대중적인 수출원천이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외부의 식량원조가 일시적으로나마 식량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