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경제, ‘자본주의변화 vs 철저한 계획경제’…엇갈린 반응
서지명 기자 / 2008-08-22 15:43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 시장화의 가능성과 전망’ 포럼 개최

북한의 시장경제 모습이 자본주의 성격을 띤 형태로 발전되는지 철저한 계획경제 안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 등과 관련해 토론회가 열렸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 시장화의 가능성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2008 제1차 북한개방전략포럼’을 21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북한의 시장경제의 전망에 대해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북한에서 이미 일반적인 경제학적 의미의 시장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개인간의 사적인 금융
과 노동시장 같은 시장경제 등의 등장이 자본주의의 발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며 “상인계층이 형성되고 있고 장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자본을 축척한 이른바 돈주(錢主)로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등 북한의 시장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주민 70%가 직·간접적으로 시장경제에 관여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미 시장경제가 국가의 계획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극동문제연구소의 홍성국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시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자생적으로 생긴 것이지 시장으로 보기 어려운 초보적 거래
행위에 불과하다”고 반론을 펼쳤다.

홍 실장은 “북한의 지금 시장형태는 단순히 물자부족이라는 현상 때문에 물자교류를 위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행동”이라며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하는 일반적인 시장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시장은 철저히 계획경제 안에서 사회주의적인 성격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 발제에 나선 통일연구원 최수영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시장경제는 계획경제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 연구원은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개혁이라는 것의 목적은 ‘계획경제의 정상화’라는 목적의 일환일 뿐”이라며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 문제는 북한당국의 정치적 판단이 우선하는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북한당국의 제제우선이라는 의도 안에서 논의돼야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장화는 수입수요 증대를 유발해 무역
적자 확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고 이는 국내생산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다시 수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정광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를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이분법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재생산에 투자되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 관리로 들어가는 경제가 무슨 계획경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날 토론에서는 북한이 시장경제로 가는 것이 대세라는 의견과 북한시장경제에 대한 자료들이 좀 더 정확한 조사방법을 통해 나와야 한다는 지적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이날 포럼은 조민(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발표자로는 양문수 교수, 홍성국 북한연구실장, 최수영 선임연구위원, 토론자에는 양운철(세종연구소)수석연구위원, 정광민(국가안보전략연구소)선임연구위원, 이석(한국개발연구원)연구위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