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단체들, '2008 북한인권국민캠페인' 개최
'인도적 지원' 없는 인권대회 '눈총'.. 진보신당도 참여

2008년 09월 02일 (화) 17:22:27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북한인권단체’들이 ‘탈북고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대대적 캠페인을 벌인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피랍탈북인권연대 등 국내 북 인권 관련 단체들은 유엔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 각종 ‘2008 북한인권국민캠페인 : 북한동포와의 희망나눔-탈북고아에게 사랑을!’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한다.

북 인권단체들이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프로그램 구성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도적 지원을 위한 성격보다 남북관계에서의 첨예한 정치적 쟁점과 맞닿아 있다.

◇ 콘서트, 학술회의 등 다양 : ‘북한동포와의 희망나눔-탈북고아에게 사랑을!’이란 캠페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캠페인의 주된 주제는 ‘탈북고아’와 관련한 문제다.

공동대회장을 맡은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지금 현재 중국에 수 만 명의 탈북자가 있고, 또 탈북고아들만 해도 최소한 수 천 명이 될 것”이라며 “고아로 지낸다는 것은 가장 열악한 상황이다. 이 문제의 중요성, 국민들이 해야 할 필요성을 보다 더 널리 알리고 동참을 얻는 의미”라고 캠페인의 취지를 전했다.

이번 캠페인은 콘서트 등을 통해 ‘탈북고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내외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각종 포럼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먼저, 24일 오후 2시 경기도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선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주최하는 ‘북한인권 위령제’가 열리고, 25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선 비보이(B-boy) 공연, 탈북고아 영상인터뷰, 인기가수 공연 등으로 구성된 ‘탈북고아에게 사랑을!’ 콘서트가 진행된다.

또 북한인권법 세미나(23일), 전문가 워크샵(25일), 북한인권국제회의(26일), 북한인권대학생 국제회의(26일) 등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각종 전문가 포럼도 연이어 열린다.

공동대회장은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 이인호 카이스트 석좌교수 등이 맡았고,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탈북자 출신 강철환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집행위원장으로서 캠페인을 총괄한다. 이재원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장, 이재교 인하대 법대 교수,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허현준 뉴라이트재단 사무국장 등도 집행위원으로 참가한다.

◇ ‘인도적 지원’ 없는 ‘인권’ 캠페인 :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북한 인권단체의 의도와 달리 (인권문제가) 상당히 정치화 되는 문제가 있었다. 좌우 대립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에서는 반대하고, 보수는 적극 추진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초당적인 접근, 소위 좌우가 같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26일 열리는 북한인권국제회의에는 ‘북한의 약자 인권보호 방안’ ‘북한 식량위기와 인권에 관한 논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용적 접근방안’ 등을 주제로 윌리 포터(국경없는인권 대표), 가또 히로시(북조선난민기금 대표), 척 다운스(미국북한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전 열린우리당 장애인 위원장인 이범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진보신당 윤영상 정책위 의장,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등 국내외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특히, 진보신당은 지난 4.9총선에서 “인권을 국제정치적 압력수단으로 이용하는 대신 남북의 인권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할 인권대화 채널을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 인권문제’와 관해선 북 인권단체들과 대체로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주대환 대표 역시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지냈지만, 이른바 ‘종북주의’ 논란으로 인한 분당과정에서 탈당한 'PD'계열 인사다.

또, 주최측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북핵문제 해결의 접근법에 대한 전문가 그룹에서의 ‘보-혁’간 상이함도 아우르고 있지 못하다.

공동대회장인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북핵문제만 하더라도 이것을 핵에 국한시켜서는 절대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은 주체사상, 핵, 인권에 대한 압살 등 세 개의 축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북한 인권문제는 핵의 양면과 같은 그러한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적인 공조에 의해서 북한인권탄압에 대한 비인륜적인 문제를 계속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측은 “1990년대 말 북한의 대량 아사자 발생과 함께 진행된 탈북행렬은 수많은 꽃제비와 탈북고아들을 만들어 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캠페인에 북 식량난을 돕는 모금운동 등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회 집행위원장인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탈북고아, 북한어린이를 돕는 것은 인도적 지원의 측면이지만, 지금까지의 방식처럼 검증 없이 북한 정부에만 도움이 되는 형태의 모금은 이번에는 없다”고 말했다.

24일 진행되는 ‘북한인권 위령제’의 경우, 남북관계로 따지면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행사다. 행사를 맡은 북한민주화위원회의 강철환 부위원장은 “1990년 후반에 김정일 정권 폭정에 의해서 3백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며 “이런 엄청난 비극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족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위령제조차 하지 않은 것은 너무 비극이 아닌가?”라고 말해 이 행사의 성격을 명료히 드러냈다.

한기홍 대표는 “북한인권문제는 지난 10년동안 소외받은 이슈이다. 다행히 정권이 바뀌고, 사회변화 흐름도 이는 속에서 국민들이 더 널리 알리게 됐으면 좋겠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서 두 달여 논의과정에서 조직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혀, 앞으로도 ‘북 인권단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박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