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초대석> `北인권' 해법 찾는 이재원 변호사
기사입력 2008-09-14 08:00

작년 3월부터 변협 북한인권소위 위원장 맡아

"북한 인권 개선 문제는 통일의 궁극적 목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진지하게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통일도 이룰 수 없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산하 북한인권소위원회 이재원(50.법무법인 을지 대표 변호사) 위원장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이 잘 살도록 하는 북한 인권의 개선 문제는 통일을 하기 위한 조건이자 통일의 궁극적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1984년 사법시험(26회)에 합격한 뒤 군 법무관을 거쳐 1990년 곧바로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 중이며, 지난해 3월부터 변협의 북한인권소위 위원장을 맡아 북한 인권 개선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에 북한에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같은 동포로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북한 인권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변협 북한인권소위는 2005년 발족한 뒤 이듬해 탈북자 설문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북한 인권 실태와 북한의 인권법률 규정을 연구.검토한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형사 사법절차에 관한 형법.형사소송법과 대외 경제개방에 따른 북한의 노동현실 조망을 위한 노동관련 법령, 기본적 사회보장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사회복지 관련 법령을 수록한 `북한 인권관련 법령해설'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이끄는 `2기 북한인권소위'는 지난해 3월 변협 회장단 교체와 함께 출범했으며, 각종 세미나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변협 북한인권소위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열린북한방송, 피랍탈북인권연대,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국내외 대북 인권단체들이 오는 22~26일 개최하는 `북한인권국민캠페인'에도 참여, 북한의 인권 개선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이달 중으로 두 번째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이어 영문판 백서도 발간할 예정"이라며 "이번 백서에도 북한의 인권 실태를 지적하고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다양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 인권백서를 펴내는 곳은 통일연구원과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 대한변협 등 세 곳.

그는 "통일연구원의 백서는 정치사회학적 입장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고 북한인권정보센터의 백서는 탈북자 조사를 토대로 통계적 기법으로 북한 인권을 설명해 전체적 상황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두 백서는 가치중립적으로 사실을 기술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는 반면 변협의 백서는 법적인 가치 판단이 포함돼 있어서 북한 인권을 심도 깊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권 문제는 대부분 권리 침해나 불법의 문제와 맞물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법과 무관할 수 없는 개념"이라며 "변협의 백서에는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변호사들의 법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있기 때문에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고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재판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절차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통일이 되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법적 청산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과거 서독이 동독의 인권유린 실태에 관한 기록을 모아 관리한 `서독중앙기록보존소'를 본뜬 것으로, 서독의 사례는 인권침해 피해자 구제와 보상,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경고, 인권침해 예방, 역사적 교훈 등의 성과를 두루 거둔 인권기록보존소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인권침해 행위가 북한법의 어느 조항에 위배되는지, 북한이 가입한 인권규약 어디에 위배되는지, 다른 일반 국가에서 인정되는 인권 규칙의 어디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발간하는 인권백서도 그런 부분을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북한의 현 인권 상황과 관련, "아무래도 최근 들어 외부사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경제활동에서는 자유를 더 허용하는 쪽으로 변화가 있는 것 같고, 정치 등 다른 측면에서도 규제나 억압이 완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본질적인 변화는 아닌 것 같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른 변화로 보인다"며 "북한 지도층이 북한 사회를 장악하고 주민을 통제하는 능력이 과거보다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의 독재체제가 변화하지 않으면 인권 상황도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권이라는 것 자체는 기본적으로 권력자의 권력 행사를 제한하거나 특권을 박탈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그러다 보니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북한과 국제사회를 설득, 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관련 활동의 어려움과 관련, "북한 인권 문제의 당사자는 북한 정권과 주민인데, 그 문제를 직접 경험한 게 아니고 주민들을 대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북한 당국을 상대로 인권 개선을 촉구하거나 설득하는 것에는 상당히 한계가 있다"며 "또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나 남한 내부에서 이념적 성향에 따른 인식의 차이.괴리가 너무 깊다는 점에 어려움을 느낄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현재 남북관계는 너무 경색돼 있다"며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북한은 인권 문제에 관한 한 전향적으로,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 사회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추진하는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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