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든 '탈북자'라는 꼬리표 붙는 게 싫었다"
기사입력 2008-09-26 13:51

【서울=뉴시스】

"북한이 싫어서가 아니라 살아 갈 수가 없어서 두만강을 건넜다. 한국은 어딜가든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붙는게 싫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에서 2008북한인권국민캠페인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대학생국제회의에 참석한 탈북자 박춘식씨(24)는 이같이 말했다.

평남 문덕 출생인 박 씨은 지난 1997년 탈북해 2000년 우여곡절 끝에 여동생 박선희씨(22)의 손을 이끌고 한국에 입국했고, 지난 2005년에는 일본의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

동생 선희씨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위고 여덟살 때 아버지 마져 잃은 이들 남매는 외숙부 등 친척집을 연연해야했다.

그러나 하루 한 끼 조차 제대로 먹기 힘든 형편 때문에 이들 남매는 두만강을 건너 중국행을 결심했다.

박씨는 당시만 해도 중국에 가면 먹을 것이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두만강을 건넜지만 나중에 경비대에게 발각돼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박씨가 탈북해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약 4년. 박씨는 중국에 있는 동안 언제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 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의 나날이었다고 증언했다.

중국서 알게 된 한 지인의 소개로 양부모를 만난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이들 남매가 한국에 입국한 데는 무엇보다 일본의 북한 인권 감시단체인 '북한 민중 구출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의 도움이 컷다. 당시 랭크라는 단체가 이들 남매에게 내민 따듯한 손길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국에 오면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들여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국 생활을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조직 생활이 힘들었고 탈북자에 대한 시선과 편견은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의 추천으로 지난 2005년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일본 유학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 였다. 단지 말을 못 알아듣는 다는 이유로 사장으로부터 손찌검까지 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두만강을 건널 때의 각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결심으로 버텼다. 그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무시당하는 것이 더 싫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 처럼 이들 남매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탈북자에 대한 일본, 한국 사회의 선입관이었다.

특히 일본에서의 생활보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든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이들 남매는 탈북자라고 말할 때 표정이 바뀌는 남한 사람들의 모습은 참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고등학생 이민혁 군은 "평소 북한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불쌍하다는 생각만 들 뿐 특별한 관심을 갖고 활동할 기회가 없었다"며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많은 활동을 함께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고려대 EIN VOLK, 경희대 SWINK, 명지대 ZINKA 등 5개 대학 북한 관련 동아리를 비록해 미국, 일본, 유럽 등 국내외 200여명의 대학생이 참석, 북한 인권의 다양한 문제와 그 해결 방안, 실제 경험담 등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류난영기자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