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막으려면 PSI 가입해야한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 대남강경책과 대응 방안’ 토론회
“후계구도·북미대화 노림수…대화 천명하되 도발엔 단호”
2009-02-18 22:04:21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이 정식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18일 서울 서대문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연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재래식 군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한미연합전력을 강화하고 PSI에 정식 가입함으로써 북한의 무모하고 일방적인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유 교수는 이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유사시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교수는 “북한의 대남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어 남북관계가 경색을 넘어 충돌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북한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과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 장악이라는 배경 외에도 △체제 단속과 내부 결속을 통한 경제난 해결 △조속한 후계구도의 구축 등 대내적 요인과 미국 오바마 정부를 압박하여 △북미 양자대화 실현 △북핵문제 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순차적으로 달성하려는 대외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교수는 우선 “우리 정부는 각각의 요인별로 적절한 수준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를 유지하되, 사안의 경중을 가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우선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있음을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의 강도높은 비난이나 위협에 대해서는 공식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북정책에서 ‘상생과 공영’이라는 기조를 분명히 제시하고 ‘비핵·개방 3000’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북한의 오해와 오판왜곡을 차단해야 한다. 또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하되 인도적 지원과 각급 남북대화의 재개를 제의하며 대화 성사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격상된 대화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며 “한편으로는 북한군 총참모부 및 조평통 성명 등에 대한 공식 유감 표명과 함께 기본합의서상의 군사적 긴장완화 및 불가침에 관한 규정을 재천명하고 북측 주장의 부당성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특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남한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카드인 동시에 실제 무력시위와 국지적 도발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전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의 군사적 긴장고조 전술에 말려들지 않고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북전단 살포’ 또한 “통일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상호체제 인정 및 비방 중단에 관한 정부 당국의 실천 의지를 과시해야 한다”며 “민간단체들이 임의로 북한 화폐를 반입한데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관련 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 일시 중단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 교수는 다만 이같은 조치로 새로운 ‘남남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확고한 원칙과 조건을 사전에 제시하여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개성공단에 진출한 남한 기업의 철수, 북한에 대한 민간단체의 지원 중단 등과 같은 이전과는 다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및 자발적 지지를 끌어내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유 교수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면 ‘국제적 대응’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SI에 정식 가입하면 대중국, 대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상황을 보다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가입의 당위성을 역설한 뒤 “한미일 공조체제의 확립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의 유효성을 확인하여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자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과 이미지를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대남 강경정책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남북대화 및 남북한 교류협력으로 배태될 수 있는 ‘환상’이나 ‘대적의식’ 완화에 따른 사회적 해이현상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결국 북한은 핵 문제를 매개로 대미 접근을 확대하면서 남한정부를 고립시키는 ‘대결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대 국제관계학부 김연수 교수는 “(북한의 강경책은) ‘선군통치’로 체제를 연명해 가고 있는 김정일 체제 자체의 생존전략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며 “우리에게 유리한 대북정책 추진환경을 조성하는 ‘기다리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