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김정일의 후계구도…’ 토론회 “3대 세습 주도하는 후견 세력에 주목”
서울-이수경 xallsl@rfa.org
2009-03-11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 이후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일에 이어 누가 북한의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북한과 한반도 전체의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12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후계구도에 관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권력 승계는 3대 세습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주장하고 따라서 3대 세습을 주도하는 후견세력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시대정신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정일의 후계구도 전망과 북한의 미래’라는 주제의 토론회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계구도는 3대 세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이 발행하는 문헌에 대한 분석과 정치체제와 문화를 연구한 결과 김정일의 세 아들, 정남, 정철, 정운 가운데 한 명이 권력을 이어받으리라 전망했습니다. 정 연구실장은 이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삼남 정운의 후계자 결정설에 대해 자질과 위상에서 정운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 김정운은 통솔력이 있기에 김정일이 가장 총애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김정운의 후계자 지명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김정운의 승계가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성장 연구실장은 김정일의 세 아들 가운에 한 명이 다음 지도자가 된다면, 기본적으로 수령 중심의 당∙ 국가 체제가 지속하겠지만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체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또 과거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서 가지고 있었던 직책 가운데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직이 특별히 중요했다고 밝히고 후계자가 결정되면 그가 조직 비서직에 곧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차기 지도자는 김정일의 세 아들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만, 김정일은 세습과 집단형 지도체제의 혼합형 권력구조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기동: 세습과 집단형 지도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차기 지도자는 권력 엘리트와 가치와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권력 엘리트에게 일정 정도의 지분을 제공하고 권력 엘리트들은 이해관계를 충족하는 타협점을 찾을 것입니다.

이기동 연구위원은 김정일의 권력이 아들에게 세습되더라도 최고 지도자와 권력 엘리트층 간 힘의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김정일 아들의 나이와 경력이 짧아서 김정일이 가지는 절대적 권력을 이어받기가 어렵고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도 조건 없는 충성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데 이해관계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기동 연구위원은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어느 권력집단이 김정일 후계체계 구축에서 후견집단으로 등장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과거 김일성 후계체제 과정에서 혁명 1세대인 빨치산 세력이 김정일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혁명 2세대인 만경대 혁명학원 출신들이 새로운 후견집단을 형성해 김정일의 후계체계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기동: 김정일이 후계자가 될 때는 빨치산 1세대들이 후견집단이 됐습니다. 김정일 이후의 후계자에 대해서는 혁명 2세대들 그중에서도 만경대 혁명학원 출신들이 중요한 후견집단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에 만경대 출신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있었습니다. 오극렬, 김영춘 이런 사람들이 중요한 자리로 옮긴 것을 보면 후견집단 형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손광주 데일리 NK 편집인도 역시 김정일 이후 3대 세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손 편집인은 김정일이 김일성에게서 권력을 물려받을 당시에 비해 불리한 환경과 조건 때문에 3대 세습정권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습니다.

손 편집인은 북한의 후계자 3대 세습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김정일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해 권력 엘리트와 교류가 부족하고 김정일의 후광 효과가 작으며 김정일 정권에 대한 인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불리한 주변 환경, 그리고 체제 내구력이 약화한 점을 꼽았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영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은 김정일의 후계자가 누가 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북한의 체제 변화를 연구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