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좌파, ´좌파´란 명칭도 아까워"
박효종 교수 "´진보´란 단어에 거품 많아...´좌파.우파´로 불러야"
[2009-04-02 21:17:16]


“‘진보’라는 말은 이미 긍정의 가치가 담긴 단어이기 때문에 한국의 자칭 진보세력은 ‘진보’ 대신 ‘좌파’로 불러야 맞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는 2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정명(正名) 토론회에서 “구 소련과 동구에서의 보수는 공산주의를 지키려는 세력이고, 그것을 바꾸려는 세력이 진보인 것처럼 ‘진보’와 ‘보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르며, 또 이념이 아닌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한국좌파를 ‘진보’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친북.종북세력은 전형적인 좌파인데도 이들은 진보라는 이름 속에 숨어 위법과 탈법을 저지르며 스스로를 ‘진보’라고 주장하는 위선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제 이름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념의 공론장에서 正名(정명)이 필요하다”며 “행동은 ‘퇴보’하면서 ‘진보’로 불리기만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들이 진보로 불리길 바란다면 ‘건강한 좌파’로 행동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명(正名)에서 벗어난 그 예로 정의구현사제단과 전교조의 참교육을 들었다.

그는 “‘정의구현’이라는 좋은 말을 사용해 이 정부의 특정정책을 반대하며 신앙의 이름으로 단죄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그들이 과연 단죄라는 표현을 쓸 수 있나. 이는 무책임한 책동이고 신성모독에 가까운 것으로 이름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전교조는 자신들이 하는 모든 것을 ‘참교육’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전교조에 반대하는 사람은 전부 거짓교육을 한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이름을 정확히 붙여야 한다. 잘못 붙여진 이름 때문에 이들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이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지고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끝으로 우리 사회가 ‘진보.보수’가 아닌 ‘좌파.우파’라는 이름을 써야 하는 이유로 ‘진보.보수’는 이데올로기적인 것과 별개라는 점, 친북.종북까지 포함된 진보진영의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넓어 정확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이들의 정체가 모호해진다는 것과 자유.인권.민주 등의 진보적 이념을 보이지 않는 종북좌파들이 진보 속에 숨어 위선적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시대정신의 홍진표 이사도 “‘좌파’는 나름대로의 비전과 전략.전술을 갖는 이념집단인데, 과연 한국의 좌파가 그런 수준인지조차 회의스럽다”며 “싸잡아 모두를 비판하긴 어렵지만 이들에게 좌파란 명칭도 지나치게 우대해주는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는 “평택미군기지이전 반대에서 보듯 실제 투쟁현장에 나온 상당수가 단지 토지보상을 더 받으려는 주민이었고, 공기업민영화반대 촛불시위 같은 경우에는 공기업에 다니는 이를 둔 가족들이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한국좌파로 불리는 이들 중 80%는 이처럼 이념과 무관한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그들 전체를 좌파로 지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익집단의 이익문제가 좌파들의 주장과 우연찮게 맞아떨어지면서 이들이 이념집단처럼 보이는 점은 분명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좌파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을 자세히 보면 복지국가 등 추상적인 강령 외에는 대체로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변화를 반대하는 수구적인 것들로 가득차 있다”면서 “한국 좌파세력이 진보라는 브랜드를 향유할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토론자로 나선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전교조는 왜 진보일 수 없는가’라는 주제로 “전교조는 우리 교육사를 부정하거나 폄훼하고,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등 그 행태가 수구적이고 파괴적이기 때문에 진보가 아니다”면서 “‘진보’라는 이름에는 많은 이익과 프리미엄을 보장해 주는 상표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좌파들은 은연중 그런 사회적 특혜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고,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세계 모두가 인정하는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종북세력은 김정일 독재 추종세력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보나 좌파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phjmy97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