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오히려 남북경색 수단으로 전락"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2009-05-12 18:00:02]


장기 억류중인 현대아산 직원에 대해 북한은 남측 당국의 어떠한 접촉도 허가하지 않고 있어 북한 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문제와 남북관계의 진전 및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12일 오후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서울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난 달 21일 열렸던 남북 당국자 회담 이후 뚜렷한 진척상황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의도와 해결책 및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망했다.

먼저 주제 발표에 나선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법률적으로 국제특구로 등록되어 있는 반면, 실제 입주기업은 전체가 한국기업들로 편중돼 있다”며 “편중된 입주형태는 남북관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면 외국투자기업들의 입주를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합의서 및 법률규정 문구에 ‘~은 해야 한다’는 어구를 ‘~은 반드시 할 수 없다’ 혹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로 삽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안전하고 지속적인 대북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특히 “개성공단의 임금수준이 주변국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어 국제사회가 노동착취가 아니냐는 문제점을 제기한 적도 있다”면서 “이런 임금수준은 북한과의 거래에서 끊임없는 분쟁의 소지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임금인상 등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성공단 사태는 남북경협이 민족적 감성보다는 철저한 효율을 지향해 추진돼야 하고, 북한의 약속 불이행시에 대비하는 수단을 만들어야 함을 각인시켰다”면서 “남북경협이 북한 대남 압박수단이 되지 않게 하려면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사업이 국제 협력사업으로 확대돼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변화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차단 조치, 현대아산 직원 억류 조치 등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했다”며 “특히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남한 정부가 PSI 전면 참여 결정 등 강경대응책을 편다면 이런 사태의 재발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이어 “우리의 대응책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맞대응 카드로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이나, 억류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나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최대 맹점이므로 남북대화 채널 확보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최근 북한의 일련의 조치에 대해 △ 남북경협사안의 볼모화로 한국을 압박해 이명박 정부의 기를 꺾어 대북정책 전환을 도모 △ 한국의 PSI 참여유보 내지 연기를 통해 한미공조를 분열시키려는 책략 △ 북한 내부적으로 한반도 긴장감 조성을 통해 이완된 충성심과 단결력을 고취하려는 목적 △ 경제적 측면에서 임금과 토지임대료 인상을 통해 돈을 더 받는 실리를 취하려는 목적 △ 군사적 측면에서 개성공단이 북한 안보에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을 짚었다.

이어 “개성공단 상주직원의 인질사태와 재조정문제는 남북관계의 신뢰를 파괴하는 행동들로 전문가들은 이미 인질화, 볼모화에 관해 지적한 바 있다”며 “남북간 화해협력의 상징이 오히려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북한은 현재보다 위기를 더 고조시키며 남한과의 단절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많다”며 “평화로운 남북관계의 발전을 추구해야 하지만 화해협력에 치중한 나머지 우리가 해야 할 당위론적 목표를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면서 “해빙국면이 언제든지 온다는 점을 명심해 남북대화를 위한 특사교환 등 다양한 물밑 작업이 필요하고, 남남갈등 완화, 일방적 대북지원을 배제한 투명한 대북정책 및 대북송금과 같은 뒷거래교섭 배제, 민족 공조보다 한미동맹을 포함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석해 주제 발표에 이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주연 기자]phjmy97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