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상회담서 손 맞잡은 고인에 대한 예의냐”
북한 제2차 핵실험 강행…시민사회단체 “무례하고 몰상식” 일제히 비난
2009-05-25 18:21:13

북한이 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상중에 무례한 도발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54분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2006년 10월에 이어 2번째 핵실험이다.

또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이날 오전 12시8분경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사거리 130여km의 단거리 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11시59분 “또 한 차례의 지하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며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었고 시험 결과 핵무기의 위력을 더욱 높이고 핵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 규모에 대해 1kt(1kt는 TNT 폭약 1000t의 폭발력) 규모로 추정됐던 1차 실험 때보다 위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핵무기 성능개량 및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기술개발 차원의 실험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무례하고 반민족적인 망발”로 규정하면서 우리 정부에 강력한 대북 제재 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북민넷)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장이 진행 중에 있고 온 국민이 침통해하고 있는 이때 몰상식한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겉으로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애도의 뜻을 밝히고선, 뒤로는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이중적이고도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는 북한의 행위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고 문제삼았다.

북민넷은 “북한이 핵 실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강한 의지와 대미협박 전술의 일환”이라며 “조문 정국으로 어수선한 남한의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자는 계산,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강수에 쉽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과 이명박 정부를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 갈 수 있다는 어설픈 판단이 작용한 듯 하다”고 평가했다.

북민넷은 “북한의 몰상식한 행동은 국제사회의 한층 강화된 대북제재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 이명박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필요하다면 PSI 가입이나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등 그 동안 묻어 두었던 대북 제재 카드를 망설임 없이 꺼내 들어, 무모하고 철없는 행동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 이하 북민위)도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는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 집단의 만행에 남북한 국민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제 대한민국은 김정일 핵의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김정일의 반민족적 야만행위를 저지하고 북한을 민주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할 때가 왔다“고 정부의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북민위는 “김정일의 핵실험은 북한정권 붕괴를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면서 “동맹국인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황폐화시킬 야만적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과 그 추종자들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북민위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김정일 정권은 안정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보유할 수 없었을 것인 만큼, 북한인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핵과 미사일을 만들게 한 일차적 책임은 김정일에게 있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이전 정권에도 큰 책임이 있다”며 “‘햇볕’의 위선을 벗어던지고, 북한 동포들을 핍박한 것도 모자라 이제 대한민국까지 노예화하려는 김정일 집단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김정일 정권의 비인도적 야만행위들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강력한 대북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정치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자, 세계인의 안녕과 국제사회의 핵확산 방지 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바른사회는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을 우리 쪽에 있다고 비난하면서 실제로는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억류, 개성공단 계약 무효 일방 선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갈등유발을 해오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정부는 북한에 대한 미온적 태도, PSI에 대한 입장 불분명, 개성공단에 대한 태도 불확실 등 대북기조에 있어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여 왔으므로, 정부의 원칙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대북정책의 기조 재설정을 재차 강조했다.

바른사회는 특히 “우리 국민이 마음껏 애도할 시간과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고 핵실험의 위협에 긴장토록 하는 것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손을 맞잡았던 고인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취할 태도인지에 대해 묻고 싶다”며 “정권, 정치 등을 떠나 인간적인 도의로도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은 그리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북한정권의 무례함을 꼬집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국민장 기간에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남북관계진전에 기여했다고 그들 스스로 인정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져버린 행위”라며 “‘대한민국을 인질화’하려는 오만방자한 행동을 한 북한에 망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군은 “북한이 핵능력을 과시한다고 해서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김정일 정권의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강성대국 완성이라는 허망한 꿈을 즉각 중단하고 철없는 전쟁놀음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군은 또 우리 정부에 “그 동안 계속된 북한의 공갈협박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정부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UN헌장 제7장 42조에 의한 무력제재 등 강력한 대북 제재방안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