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화폐개혁, 북한 시스템 붕괴 막기 위해”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 화폐개혁의 의미와 전망’ 세미나

변윤재 기자 (2009.12.11 20:51:58)

지난 11월 30일 진행된 북한의 화폐개혁은 시장을 축소,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11일 국가인권위에서 주최한 ‘북한 화폐개혁의 의미와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화폐개혁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시장을 통제, 북한 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화폐개혁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후계 등의 ‘정치적’ 목표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종적으로 후계 등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병을 회복한 이후 정치일정에 맞춰서 국가영역에서 포섭할 수 없는 시장경제부분을 정리하고 후계자에게 (정권을) 넘겨줘야겠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전제하면서 “강성대국에 진입하는 해인 2012년 경제적 정책은 없고, 김일성 100주년 등 정치적 논리가 앞서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같은 배경으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주민의 저항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징벌로 불만을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 주민들이 “허탈감을 넘어 국가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이어온 게 시장경제인 만큼, 전혀 계획에 대한 메카니즘이 없는 이번 화폐개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그동안 북한사회를 잠식한다고 인식해온 시장을 축소 혹은 통제하려는 의도가 가장 주된 원인일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지난 ‘7.1조치’ 이후 개인 상거래와 같은 시장경제적 요소가 북한에 도입되면서 사회주의 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할 정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장과 기업소는 물론 여기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시장으로의 이탈을 가속화됐고, 특히 재화의 공급부족과 맞물리면서 국가의 생산체계가 망실되었다”며 “작년부터 시작한 장마당과 종합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제한조치는 이런 북한정권의 위기감을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시장을 활용해 상당한 부를 축적한 장사꾼 등 ‘신흥 부유층’이 중간 관료층과 부패의 결탁 고리를 구축하면서 국가개혁정책의 상당한 거부세력으로 성장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이들 세력의 와해를 노린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화폐개혁이 결론적으로는 “시장의 축소 혹은 통제, 그리고 장사꾼과 ‘신흥 부유층’에 대한 타격을 줌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조치일 뿐 후계구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중앙은행의 조성현 책임부원이 화폐개혁을 처음 보도한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성실하게 일하고 노동보수를 받는 근로자를 우대하는 조치’ ‘노동자, 농민, 사무원 등 절대다수의 근로자들로부터 국가조치가 매우 옳다고 환영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이런 맥락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