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실상의 ‘김정은 권력승계’를 공표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포스트 김정일체제’의 북한 동향은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정책과 권력 구도의 안정성, 권력 기구 간 관계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다만 지난달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현재까지 비교적 일관성 있게 드러난 북한 전략은 ‘대중관계 강화’ 정도다. 더불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최선은 아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서는 불가피했던 선택”이라는 데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핵문제 및 개혁·개방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김정은의 시각이 베일에 가려져 있고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전망하는 일이 쉽지 않다.

대북 전문가들조차 권력승계 이후 북한 정세를 예측하는 일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성을 놓고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12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북한의 3대세습 전망과 대북정책’ 토론회에서 “김정은 후계체제가 순조롭게 구축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심각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도 후계체제의 근간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20~30%, 후계체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가능성과 북한체제 자체가 치명적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60~70%”라며 포스트김정일 체제의 북한이 매우 불안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시대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근거로는 대체로 △어린 나이와 적은 경험 △일반적 간부 자제들의 삶이나 의식, 정서에 대한 인식 결여 △‘고난의 행군’을 겪어보지 못함으로 인한 통치 능력상의 문제 △후계자로서의 정당성 문제 등이 제시되고 있다.

반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김정은 후계구도가 상당부분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북한이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주요 기구로 재구성하고 부위원장직을 신설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유사시 김 위원장을 승계할 수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오극렬 등 정책 노선에서 소외된 집단이 북한 내 새로운 파벌(집단)로 나올 가능성도 배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기본적으로는 안정화의 가능성이 높지만 체제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반대한다”면서 “해외에서 동생을 도울 용의가 있다”는 모순된 의견을 표명한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의 발언을 두고도 추후 권력갈등 또는 현대판 ‘왕자의 난’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김정은으로서는 엘리트 및 국가 권력기구간(당-군) 갈등, 저변 민심 확보(정권-사회), 가족관계(김정은-김정남 또는 김정은-장성택) 등 전방위적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