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마지막 가는길…"밝은 앞날 보려는 미련 달랠 길 없어"
노래 '나의 살던 내 고향은' 울렸지만 대전에 묻혀

2010-10-14 17:01:18 [ 박근정 기자 ]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북한민주화위원장)의 통일사회장 영결식이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층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상주이자 수양딸인 김숙향(68)씨 등 유족과 명예 장의위원장인 김영삼 전 대통령,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 탈북자 단체 관계자 등 조문객 약 300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70석 규모인 영결식장은 좌석이 모자라 수십 명이 1시간 동안 서서 영결식을 지켜봐야 했다. 한 조문객은 “영결식장이 너무 작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전 10시 태극기로 감싼 영구가 영결식장에 안으로 들어오자 조문객들은 숙연해졌다. 곧이어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를 시작으로 식이 본격 거행됐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조사에서 “선생님이 한국에 오신 후 북한의 전체주의 세습독재정권의 진상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시작했으며 60년 북한독재정권에 가장 강력한 치명타가 가해졌다”고 고인의 업적을 평가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대북단체) 대표 등 세 명이 나와 조문객들 앞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며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황 전 비서의 제자이자 전 김일성대학 교수였던 조명철 소장은 추도사를 낭독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조 소장은 “(북한의)3대 세습이 발표된 그날, 그래서 선생님의 심장을 멈추게 한 바로 그날, 북한 주민들의 희망도 좌절되는 순간 이었다”며 “이제 그토록 가족들이 보고 싶어 황급히 가시는 선생님의 손 놓아드리려 합니다”라고 오열했다.

고인과 10년간 북한 인권을 위해 일해 온 수잔 숄티 대표는 “황 선생님은 (북한에) 남은 자들의 운명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졌다. 그것은 모든 탈북자들이 지고 있는 짐”이라며 “탈북자들은 북한 체제를 견뎌내고, 자유를 향해 탈출했음에도, 남은 자들에 대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망명이후 고인을 따라다닌 아픔을 위로했다.

이어 황 전 비서가 지난 2008년 1월 1일에 썼던 ‘이별’이라는 시가 공개되자 곳곳에서 조문객들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결식이 끝난 후 ‘나의 살던 고향은’이 연주되는 가운데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연구위원과 안혁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영정사진과 위패를 들었으며 운구는 경호팀이 맡았다. 고인의 시신은 운구차에 실려 이날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