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반김정은 기류…김정일 사후 김정남 주목해야"
열린북한방송 북한전문언론인 국제대회
변윤재 기자 (2010.11.22 18:44:26)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김정일 정권의 붕괴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의 역할과 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방송통신학회와 열린북한방송의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전문언론인국제회의’에 참석한 대북 전문가들은 이같이 주장하며 북한의 3대 세습이 실패로 끝나고 정권이 붕괴된 이후의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며, 반(反)김정은 세력의 대두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김정남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남에 대한 중국의 우호적인 입장이나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반(反)김정은 기류 등으로 김정남이 “김정일 사후 김정남이 반(反)김정은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김정남이 김 위원장 사후에 북한의 통치자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남은 김정은 몰락 이후 가장 유력한 대안세력으로, 북한 내 개혁개방의 아이콘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김정남은 개혁, 개방을 요구하는 대다수 북한주민들과 엘리트층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반김정은 흐름이 북한 일반 주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평가는 대량 아사를 불러온 김정일에 못지 않은 인물로 보는 등 부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하 대표는 김정은이 북한 내 여론의 냉담한 반응에 부딪혀 결국 ‘레임덕’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북한 인구의 95% 이상이 개혁, 개방을 염원하고 있는데다 북한 고위층에도 반(反)김정은 흐름이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포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하 대표는 화폐개혁을 들었다. 김정은이 의욕적으로 주도한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난 배경에는 고위층의 반김정은 흐름이 한 몫했다는 것.

이어 그는 “중국도 공식적으로는 김정은을 지지하는 척하지만 실제론 김정은을 달가워하지 않는 엘리트들 많다”며 “등소평 이후 중국은 일관되게 개혁개방을 이야기 했지만 북한은 이를 듣지 않아서 오히려 김정남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김정남이 이같은 흐름을 알고 있어 최근 언론 등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김정남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은 개혁개방을 원하는 북한 내 여론을 의식했다는 게 하 대표의 지적이다.

하 대표는 그러면서 “김정남이 김정일 사후 반(反)김정은 세력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남과 반(反)김정은 세력, 북한 군부와 연대로 김정은을 권력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또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바라기 때문에 이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 이후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은 후계체제가 순조롭게 구축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며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후계체제의 근간 자체가 유지될 가능성이 20~30%, 후계체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가능성과 후계체제를 포함한 북한체제0 자체가 치명적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을 합쳐 60~70% 정도 된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김정은 후계체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정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설사 김정은 체제가 안착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각종 개혁에 성공, 발전가능성이 있는 역동적 사회로 만든다는 건 더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현 체제의 붕괴 이후에 힘을 집중하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김정일 사후 급변사태를 맞을 가능성을 염두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일이 언제 죽을지, 김정일이 일찍 죽는다고 바로 북한에 급변이 온다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북한 급변사태의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군사적 안보, 정치적 안보, 재정적 준비, 외교적 준비 등 모든 부문에서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같은 준비 과정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 다른 접근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지나치게 강경한 대북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민간과 역할을 분담해 민간의 경우, 강경한 대북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끔 제도적 사회적 장애를 없애줘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