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봉 "대북제재 주도권 南이 잡아야"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1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대북 유화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면서 "남한이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총리와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 등 보수인사들은 사단법인 시대정신과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긴급좌담회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단순한 교전규칙 손질을 넘어 개성공단 철수와 같은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좌담회에서는 화폐개혁 실패와 3대세습 관철의 위기에 놓인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로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촉구하기 위해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음은 토론자들의 발언 요지.

◇노재봉 전 총리 = 북한이 게릴라 전법으로 나올 가능성이 항상 크다고 봤는데 이번에는 정면 도전하는 식이어서 예상과 달랐다.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미 접촉이다. 내부 문제를 풀려면 국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남한이 독자적 소리를 못 내게 제압해야 하는 것이다. 정면 공격으로 남한 내 여론을 분열시키고 흔들어버린 것이다. 연평도 도발로 북한도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있지만 미국도 한반도라는 완충지대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북한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유화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우리는 연평도 도발 피해 당사국이고 개성공단을 철수시키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 이번 포격과 같은 우발적인 사태에 대해서는 남한 정부가 단독 대처해야 하는데 우발 사태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고 소홀했다.

남한이 전면적인 제재의 주도권을 잡아서 다른 국가들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좌파나 우파나 잘못 생각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남북의 상호의존도가 강해지면 평화가 오고 통일될 것이라는 건데 이것이야말로 환상이다. 남북관계는 노사협상이 아니라 정치다. 군사력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상훈 전 장관 = 북한은 화폐개혁도 실패하고 3대 세습까지 곤란해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다. 그 돌파구가 남한 도발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고 세습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김정은으로 하여금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정은이 군사대학을 다닐 때 포격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황해남도를 담당하는 4군단장 김격식이 합참의장이나 다름없는 총참모장을 한 사람인데 갑작스레 4군단장 간 것은 좌천된 것이 아니라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든 뭐든 해보라는 임무를 받았다는 뜻이다. 김정일 체제가 구축되기까지 칼(KAL)기 폭파 사건이나 아웅산 테러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하기 전까지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대북 포용정책을 해서 지금까지 변한 것이 있나. 북한 정권 연장만 시켜주고 핵무기만 개발했다. 6자회담도 소용없다고 본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 분단 이후 수백 차례의 무력도발이 있었고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연평도 포격이 과거 도발과 다른 점은 유엔 헌장이 정의한 '침략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문제를 일으켜서 원하는 것을 얻어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다고 본다. 또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우리가 충분히,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도 있다.

우리가 포용정책을 쓴다 해도 북한이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지금까지 햇볕정책의 환상에 빠져 북한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제 알았다면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담화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거듭하고 있지만 행동이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남북 경협) 사업을 중지하고 남한이 갑, 북한이 을이 되는 방식으로 협력관계를 조정해 새로 출발해야 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전시 체제를 필요로 한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전시적 상황이 있고, 전쟁이 날 것이라는 긴장감이 있어야 국가가 유지된다. 북한으로서는 도발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이다. 북한은 안보문제는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선의의 무기'로 사용하려고 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오히려 김정일의 인질이 돼버렸다. 기업이 사업을 하려면 안정이 중요한데 전혀 보장이 안돼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어떤 행패를 부려도 아무것도 못하는 우리의 '전쟁공포증'을 알고 있다. 북한에 이런 확신 줘서는 안 되고 대응책이 교전규칙 수정에 한정돼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