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불길, 북한까지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주민장악력에 차이" 비관론

중동발 민주화 바람이 북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평양에서 민주화 시위가 촉발될 개연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랍시민혁명과 북한 민주화 전망’ 세미나에서 “북한은 모든 정보로부터 철저히 차단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중동발 민주화 시위를 촉발, 발전시킨 요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랍 국가들은 중세부터 유럽과 대립하면서 다양한 교류를 해왔고 영향을 주고받은 데다 어느 정도 개방돼있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

또 그는 아랍 국가들은 북한식의 정통 사회주의를 한 것도 아니고, 이슬람의 영향력이 강하지만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일관되게 유지하거나 강력한 보호국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은 강력한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주민장악력이 월등히 높고, 종교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데다 외부로부터 철저히 폐쇄돼 있고 핵무기 등 병력도 강해 아랍 국가들처럼 독재정권을 종식할 변수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같은 차이로 인해 아랍의 시민혁명이 북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북한이 중국의 정치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최근 중국의 민주화 시위 기도에 중국인 대부분이 냉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민주화 시위가 확산돼 북한에 영향을 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봤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서의 시민혁명이 일어난다면 당국에 저항감이 있는 계층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소장은 “평양의 경우, 노동당의 ‘순결정책’에 따라 여러 차례 숙청작업이 진행돼 독재에 저항할 만한 계층이 남아있지 않고 시민혁명의 촉발요인이 척박하다”며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평양시에 대한 주민재조사 사업으로 반체제 성향의 시민을 산간벽지로 추방했는데, 만약 평양시가 여러 계층이 공존하는 자유 도시였다면 시민혁명이 촉발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안 소장은 내부의 동력은 아직 있다고 봤다. 그는 상인계층과 제대군인 등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소장은 “2009년 말 단행된 화폐개혁 당시 상인계층이 당국을 상대로 저항 경험을 쌓은 만큼, 이들의 성장과 집단행동이 북한판 시민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대군인들 또한 간부들을 습격해 어려운 주민들에 약탈한 것을 나눠주는 의적활동을 함으로써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반체제활동이 시민혁명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