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음모론´ 과학에 대한 인지부조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세미나 "정치적 편견이 과학을 왜곡"

천안함 폭침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진보좌파 진영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에 사로잡혀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장을 맡았던 윤덕용 KAIST 명예교수는 25일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천안함 폭침 1주기를 맞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천안함 사건의 재조명과 우리의 안보의식’ 세미나에 참석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편견으로 균형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진보좌파 진영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는 1번 잉크와 북한이 문제의 어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는지 여부, 파편 등 폭발의 증거물이 없는 이유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윤 교수는 먼저 “조사결과에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어떤 의혹도 조사단의 결론을 흔들 수 있는 의혹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계속되는 의혹제기에 반박했다.

윤 교수는 침몰 원인과 관련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1번 잉크’에 대해 “1번이 쓰인 (강철) 부분은 유기질로 이뤄진 페인트와 동일한 물질”이라고 전제한 뒤 “온도가 치솟았다면 1번 잉크와 페인트도 탔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는 1번이 쓰인 부분은 온도가 전혀 올라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또 “(우리 군이 갖고 있는) 북한의 수출무기 소개 자료에 나와 있는 연어급 어뢰의 설계도와 (사고 해역에서) 발견된 어뢰추진체의 크기·모양이 일치한다”며 “모양 뿐 아니라 성능 역시 설계도와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결과에 반대하는 네티즌이 추진동력체 조각을 찍어 올려놓은 사진을 보니 그 조각에 북한의 수출용 홍보물에 있던 연어급 어뢰의 색인 연두색이 보였다”며 “천안함 폭침 사건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근접 수중폭발에서 나타나는 파편 등이 없는 이유에 대한 의혹 또한 이처럼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최신 어뢰는 파편으로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버블로 타격을 주는 데다, 폭발과정에서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수중으로 퍼지는 관계로 폭발재에 섞인 알루미늄을 찾기 어렵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

윤 교수는 “어뢰 공격의 원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뒤 “폭침 당시 밤이었기 때문에 목격자가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어뢰추진체의 흡착물질과 절단면의 모양 등은 모두 ‘근접 수중 폭발’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과학적 방법으로 결론 지어진 천안함 의혹이 계속되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천안함 폭침과 같은 비대칭 전략의 공격은 대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국민의 안보의식이 재고돼 외부의 공격에 늘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교 (사)시대정신 상임이사도 “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폭침 사건이 어느 정도 정치적으로 악용된 가능성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이들이 정치적 편견에 따라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파성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상임이사는 이어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였다는 주장에도 입을 닫는 태도가 지식인의 태도라 할 수 있느냐”면서 “진영논리는 반지성(反知性)이자 야만일 뿐이다. 천안함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 역시 “가해자인 북한을 편드는 일부 좌경친북세력의 유언비어와 음모론에 시민사회가 농락당하는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이 심각한 정신적 안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국민정신이 쇠락하고 있다”며 “안보를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물질보다도 내적 통합력으로, 북한의 어떠한 선전선동이나 통일전선전술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력”이라고 안보의식 강화를 강조했다./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