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희 기자 =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진 '통영의 딸' 신숙자씨 모녀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인권시민연합,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등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공동개최한 '신숙자씨 모녀 송환 위한 책임과 역할'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원웅 관동대 교수는 "신씨 모녀 구출을 위해 유엔(UN)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양심 세력과 인권 비정부기구(NGO), 국민들의 힘을 합쳐야 한다"며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든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UN 및 북한이 가입한 국제인권협약 국가보고서 심의과정에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집중 거론해야 한다"며 "정부는 우선 정치범수용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침해 기록보존소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장 적극적인 압력수단은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것"이라며 "ICC제소가 당장 실현되지 않아도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숙자 모녀 구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제성호 중앙대학교 교수는 정부에 신씨 모녀 구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제 교수는 "정부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책임성과 시급성을 갖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등 관계부처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외교부는 UN 총회 결의에 이들의 귀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원외교를 강화해 미국, 일본, EU 국회와도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구출과 본국 귀환의 최종적 해결책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생사확인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최근 이들의 구출운동이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통영을 중심으로 서명운동도 전개됐다"며 "이런 분위기를 국민운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민간 차원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길남씨와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국민운동기구 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공동세미나에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박선영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해 인사말을 전했다.

또 정학진 변호사, 손현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원, 정광일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대외협력팀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이어나갔다.

한편 '통영의 딸'로 불리는 신씨 모녀는 지난 1985년 작곡가 윤이상 등의 월북 권유를 받은 남편 오씨를 따라 입북했으나 이듬해 오씨가 혼자 탈북한 후 함경남도 15호관리소(요덕수용소)에 수용됐다.

현재 신씨 모녀는 지난 1991년 육성 녹음테이프를 보낸 이후 소식이 끊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