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민족방송 통일열차 - NKnet 신임대표 인터뷰

2021년 10월 24일

이번에 대표를 맡으면서 특히 북한 내 청년들, 이른바 ‘김정은 세대’의 의식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던데...어떤 의미입니까?

지난 20년 간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활동 대상도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북한청년들에 대한 생각까지는 크게 미치지 못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지금 북한이 지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주체가 될 사람들이 현재 북한 청년층들입니다. 이들의 손에 북한의 미래가 달린 것이죠. 

그러고 보면, 현재 북한의 청년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도 많이 부족한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북한은 경제는 물론 행정체계와 법체계, 정치체계도 많이 무너졌고요. 그 여파는 이 시기를 거치며 태어난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졌는데요. 어려운 시기를 거쳤기에 국가적 의료혜택도 못받아서 건강상태도 그 전 세대에 비해 떨어집니다. 먹고사는게 우선이었기에 정규교육에서도 상당수가 소외되었고, 학교교육의 질도 낮았습니다. 정글과 같았던 약육강식이 만연하는 경제붕괴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의 집단적 도덕이나 전체주의의 미덕 같은 의식은 소멸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보호망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적 자본주의의 냉혹함 속에서 성장했기에 개인주의와 돈 중심 가치가 팽배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국가적 법제도 또한 제 기능을 못하므로 법치의식이 무너져 돈만주면 다 해결되는 상태, 즉 뇌물과 부정부패가 모든 가치를 좌우하는 의식이 자리하게 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를 들어서 북한의 정치 체제나 제도나 조직에 개선의 변화가 생긴다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개선된 체제나 사회제도를 제대로 운영해 나갈 준비가 안 된다면 진정한 사회적 개혁은  안정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 운동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청년세대들의 의식의 흐름을 관찰해야 하는 것이 향후 우리의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 대상이 바로 고난의 행군의 피해가 가장 큰 세대가 되어야 하며, 또 미래는 이들의 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과거 2000년대 한국 드라마가 엄청나게 많이 소비됐잖아요.

북한 내에서도 한국 드라마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하지만 북한 체제는 여전히 굳건하거든요.

그렇다면 이 북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어떤지...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2000년대 그랬지요. 드라마가 북한주민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이라는 곳이 교육 받았던 것과는 달리 엄청나게 잘 사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 한국 드라마의 역할입니다. 이렇게 전 세대에 걸쳐 대체적으로 남한문화와 외부정보에 노출 되어 있지만, 외부에서 생각하듯이 “한국사회를 알게되면 북한주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사회변화가 전개 되지는 않는다. 북한당국을 중심으로한 원심력이 오랫동안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큰 관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40대 이상의 고난의 행군 시기를 자체적으로 극복해낸 세대의 경우는 당국에 의존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사라졌고, 자기 스스로 알아서 경제생활을 하며 살아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게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국과 국가 체제에 대한 반감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에 습관적으로 가지고 있던 충성심, 수령을 섬기는 관념은 여전히 존재한다. 집단주의적 사고와 국가관 같은 공동체 가치를 지니고도 있다. 제대군인, 대학졸업, 당원이 되는 것에 대한 집단적 가치의식이 존재하며 과거 사회주의 도덕 관념은 비교적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30대 이하 세대는 돈 버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국가의 행정체계가 붕괴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이므로 정규교육도 과거세대에 비해 받지 못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 돼 있고, 불법, 비도덕적 행위, 법치의식 등에 대한 의식이 낮다. 과거와 달리 당원, 제대군인에 대한 존경심이나 꿈이 없다. 국가가 국민을 책임진다는 의식은 전혀 가지지 못하지만, 김정은과 당국에 대해서는 초기 강한 우상화교육이 있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따르는 관념이 고착되었지만 과거세대와 같은 수준의 존경심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를 위한 자기 희생정신이 필요한, 좀 더 고차원적인 인간의 의식인 반체제적 개혁적 사고나 의식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 세대가 앞으로 북한을 책임질 세대 아닙니까? 그런만큼 이들을 초점으로 한 북한인권 운동과 대북정책이 이행돼야 할 것 같은데...어떻게 보십니까?

앞서 설명드린 것 같은 청년세대들의 의식수준을 잘 파악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구요. 왜냐면, 한국정부가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통일을 염두에 둔다고 한다면 통일의 대상이자 주체인 북한 청년세대들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런차원에서 청년들을 포함한 주민들의 교양과 의식에 양식이 될 만한 컨텐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막장드라마, 로맨틱코메디나 현대적 사고에 기반한 고전 사극 같은 드리마보다는, 오히려 김정일시대부터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차단했던 다양한 지식과 고전 문학, 철학, 세계적인 문명의 발전에 대한 지식, 과학 등 수준 높은 지적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교양 컨텐츠가 오히려 주민들의 현재생활은 물론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정상화를 추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모든 부문에서 붕괴가 왔고 심각한 인권문제, 반인도범죄 자행까지 초래를 했고, 그로 인해 문명의 파괴, 제도와 의식의 파괴가 왔는데요. 한국의 좌우,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최소한 북한의 정상국가화만 꾀해도 큰 성과를 거둘 것이고.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국제규정에 따른 요구, 북한당국이 대화하고 있는 유엔 인권 기구들, 메커니즘들의 권고들만 충실하게 실행하도록 한국정부가 협력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겁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정권의 정치색에 따라 인권문제를 북한당국에게 주는 당근으로 또는 채찍으로 사용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국제적 인권규정에 따라 정책을 펼치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국제사회에 정책을 제시하고,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북한 당국에도 전달되는지,효과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북한당국이 수용할 수 있고 주민들도 크게 반감을 가지지 않을 법한 실용적인 개혁 정책들을 고안해 내는 활동입니다. 우리 정부에는 정책제안들을 많이 하면서, 왜 정작 문제의 핵심인 북한당국에게는 정책제안을 안 해왔을까라는 생각을 문득하게 돼서 시작한 활동입니다. 

정책제안이란게 예를 들어, 이미 주민들 속에서는 활성화 돼 있는 사경제활동이나 8.3돈벌이 같은 것을 불법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지금처럼 개인 근로자들이 소속된 기관기업소에 정식 등록해서 공개적으로 허락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라는 식의 작지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면서도 실용적인 내용들을 제안 하는 것이지요. 

이 같은 정책제안을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서 만들어 보는 활동인데요. 이건 지금 당장 북한당국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일단 연구와 제안서를 만들어 놓는 수준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정보유입 활동을 통해서 북한에 들여보낼 수도 있고, 이런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소개할 수도 있고요, 해외의 북한주민들을 위해 인터넷에 올려둘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또 영어로도 번역해서 북한과 대화를 하는 외교가나 유엔 발전과 인도주의 지원 관련 기구들과도 공유할 계획인데요. 이 같은 정책제안을 보면 현 북한상황도 파악할 수 있지만 더불어 북한에게 실제로 필요한 개선의 방안을 유엔 기구들이 함께 만들어 내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이어져온 북한인권 운동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성과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활동으로 북한인권문제가 한 나라의 문제에 그치는게 아니라 국제적인 인권 이슈가 된 것이 큰 성과라고 봅니다. 또 나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국제적인 기구들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기 시작한 것도 그 효과라고 보구요. 

더 중요하게는 이 같은 국제적인 관심과 외교가와 유엔의 압력이 북한당국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전달된 점입니다. 북한에서 보위원이나 보안원을 하던 탈북민들의 증언을 보면 2014년 15년을 지나면서 인권문제로 말 나오게 하지 말라는 방침이 떨어졌다고 하고요. 고문이나 폭력으로 수감자들이 다쳤을 경우는 책임자가 해직된다는 경고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사실은, 일반 주민들, 비교적 시골에 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이라고 떠드니까 위에서 눈치를 본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19년에 나온 탈북자들에게 최근에 들은 얘기입니다. 물론 이들은 국제사회가 누구를 칭하는지 인권이 뭔지를 알지는 못할 겁니다만, 그래도 지난 20년간 진행됐던 우리 활동들이 흘러흘러 주민들의 귀에까지 닿았던 것이고, 이에 따라 북한당국이 움찔하고 있단 사실, 그 결과 고문과 폭력을 행하지 말라는 등, 눈에 보이는 조치들을 내린 점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엔과 북한 외교 대상국가들 그리고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는 여러 개발 기구들에게 우리가 북한에게 실효적이고 도움이 되는 정책제안과, 개선가능할 법한 북한의 인권 상황들에 대한 방향제시 등을 지속해야 한다고 봅니다.